[에피소드#1]
제가 초보일 때 리프트를 타면서 담배를 피운 적 있었습니다. 단순히 뻥 뚫린 하늘에서 피우는 것이니 남에게 피해가 안 가겠지 생각했는데 같이 동행했던 형의 호통소리에 뒤에 따라오는 리프트에 탄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을 뒤 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이 부끄럽고 저를 깨닫게 해준 형이 고마웠죠. 그 이후로는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되더군요. 얼마 전 제 친구와 리프트를 탈 때 친구가 담배를 주머니에서 꺼내더군요. 그 때 제가 한 소리 했습니다. 친구녀석 왈 “생각해보니 그렇구나” ^^

[에피소드#2]
역시 제가 라이딩 실력이 부족한 초보시절 슬로프를 내려오는데 바로 뒤에 따라오던 고수의 포스 때문인지 그만 주눅이 들어서 넘어지게 되었는데 그 고수가 넘어져 있는 저를 기물 삼아 알리로 넘으면서 “야후!” 외치더군요. 정말 어의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엣지로 넘어져 있는 사람의 머리라도 강타한다면 어찌되었겠습니까? 순간 너무 무섭고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그때는 이미 그 고수는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습니다.

[에피소드#3]
올 시즌 동생들이랑 매주 스키장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리프트를 타면서 스패로우 슬로프를 내려다 보게 되었는데 한 남성보더가 힐턴으로 내려오는데 뒤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여성보더가 보이더군요. 그런데 그 여성보더는 컨트롤을 못하고 있더군요. 순간 충돌사고를 직감했습니다. 역시 무서운 충돌사고가 발생했고 두 사람이 나뒹굴었습니다. 두 사람이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더니 여성보더가 상체를 일으켜 세우더군요. 그때까지도 누워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남성보더를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누워버리더군요. 그렇게 잠시 누워 있더니 슬그머니 일어나서 유유히 슬로프 아래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뭐 저런 여자가 다 있나 생각이 들더군요. 도로교통법으로 따지자면 바로 뺑소니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저의 시야에서 그 남성보더가 사라질 때까지 전혀 미동 없이 누워있었는데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에피소드#4]
초보시절의 서러움 때문인지 열심히 노력해서 이제는 제법 위험한 상황을 예측해서 피해가기도 하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차분히 대처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스케이트보드를 오래 타서인지 트릭도 금방 늘게 되더군요. 저번 주 친구와 심야보딩을 하게 되었는데 리프트를 타면서 슬로프를 보니 위험한 상황들이 참 많더군요. 스패로우 모글 아래 중간 부분에서 강습을 하거나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고, 모글 상단 부분에서는 아래가 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드디어 스패로우 출격입니다. 기분 좋게 모글에서 알리를 쳤습니다. 몸이 공중에 떠 오르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공포…… 한 여성보더가 모글 아래에서 다른 곳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는 것입니다. 랜딩지점은 그 여성의 바로 1m 앞 정도라 충돌이 불 보듯 뻔했습니다. 공중에서 BS로 몸을 틀었고 랜딩과 동시에 바로 토엣지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다행히 가까스로 피했지만 워낙 속도가 있는지라 토엣지에서 힐엣지로 전이가 되었고 급기야 본의 아니게 백플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백플립 과정에서 머리와 다리가 바뀌는 정점에서 바닥에 머리를 충돌하게 되었고 잠시 동안 혼이 빠져있었는데 어떤 남자분이 제 옆에서 괜찮으냐고 계속 물어보는 것입니다. 아주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 그 여자분이 저를 위로해주는 줄만 알았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여자분은 온데간데 없고 그 광경을 목격한 남성보더가 저를 일으켜 세워주더군요. “천만 다행입니다. 그 상황에서 그렇게 피한 것이 대단합니다. 정말 민첩하시네요.” 저는 그 남자분에게 물었습니다. “그 여자분은 어디 있나요?” “그 여자분은 그냥 내려 가던데요.” 아~ 정말 슬프다 ㅠ.ㅠ
잘잘못을 떠나서 무심하게 떠나버린 그 여성보더가 원망스럽더군요. 그래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야 라고 생각해보지만 마음 한 구석은 서운한 마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제가 부주의해서 일어난 사고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잘못을 떠나서 다친 사람의 상황을 체크해주는 것이 예의 아닐까 생각하는데 이것이 무지에서 오는 것인지 오만에서 오는 것이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4개의 에피소드를 읽어 보시고 과연 무엇이 무지이며 오만인지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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