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Lunatrix입니다.


앞장에서는 '슬로프의 경사도'에 따른 힘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평소 보드의 라이딩을 평지에서 자동차가 턴을 하는 모습처럼 생각했던것과는 다르게, 단지 경사도와 이에 따른 중력의 변화를 도입하는 것 만으로도 우리가 실제 느끼는 힘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좀더 명확하게 알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경사도란 개념은, 실제 라이딩 중에 발생하는 수많은 힘들의 복합적인 작용에 비하면 너무나 간단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게 맞죠.

그만큼 대다수의 보더들이 라이딩에 대해 생각할때 경사도를 무시하고 평면에서의 움직임만을 생각했다는 것이구요.


그 이유는 라이딩 모델을 설정함에 있어 너무 많은 부분을 단순화 했기 때문입니다.

이해하기 쉬운 모델을 만들다 보니 실제 라이딩에 발생하는 자잘한 힘들은 무시하고 생략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단순화가 없다면 그것 또한 문제입니다. 라이딩중 발생하는 모든 힘에 대해 고려한 모델을 만든다면 너무나 복잡해서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겠지요.

결국 "자 우리 라이딩에 대해 얘기 해볼까?" 라고 한다면 결국 단순화된 모델이 동원될수 밖엔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모델을 어디까지 단순화 하느냐? 이것이 큰 문제가 됩니다.


만약 평면적인 라이딩 모델을 설정한다면, 라이딩의 기본적인 틀은 이해하기 쉽게 되겠지만, 경사도로 인한 힘의 변화는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반대로 경사도 뿐만 아니라 설면의 마찰력, 공기저항, 몸의 높낮이와 관성모멘트 변화, 데크의 탄성계수 등등... 모든 힘에대해 고려를 한다면 이건 죽도밥도 아니게 되겠죠.


따라서 이런  '어디까지 단순화 할것인가?'의 문제는 아주 중요하고,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따라 다분히 화자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달라진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때문에 화자가 특정한 모델을 설정하여 결론을 이끌어 낸다고 해도, 그 모델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다른 요소들에 대해 또 고민해본다면 그 결론이 뒤집히거나 바뀔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작부터 모든 요소를 다 다룰수는 없을겁니다.


결국 이런 딜레마 속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요소들만 추려내어 단순화 시키느냐가 중요하겠지요.


그 첫번째로 아시다시피 저는 슬로프의 경사면을 골랐고 (무시된 요소들 중에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두번째로 이번 칼럼에서는 턴의 크기와 업다운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에 대해 고려해보고자 합니다.




1. 턴 크기에 의한 원심력 변화


앞서 말씀드린 칼럼들을 통해 원심력과 구심력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셨을지 모르겠네요. 이과생이 아니라면 이게 좀 어렵긴 하거든요.

앞에서는 '필요한 힘'이라는 측면에서 구심력 관점에서 접근하였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느끼는 힘'인 원심력을 중점으로 해서 설명드리는게 편하겠네요. 어짜피 원심력 크기 = 구심력 크기 이니깐요...


이 원심력은 공식f.jpg 에서 알수 있다시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고 턴 직경에는 반비례 합니다.

빠르게 턴을 하면 원심력이 더 세지지만, 크게 턴을 하면 원심력이 작아진다는 것이죠.

(사실 이 2가지는 오묘하게 얽혀있는게 맞지만 여기서는 일단 분리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1.gif


이렇게 턴의 크기가 작아지면 원심력이 세져서 우리가 밖으로 내쳐지는 듯한 느낌은 강해지죠.


근데 만약 턴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속도만 빨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2.gif



역시 원심력은 증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결론이 나오네요.


3.gif


턴 (a)와 턴(b)의 원심력은 같다는 것, 즉 우리가 느끼는 힘이 같다는 거지요.


그런데 중요한것은, 우리가 어떤 턴을 하고 있고 우리의 턴 궤적이 어떤지는 하늘에서 내려다 보지 않는 이상 스스로 자각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내가 어느정도 곡률의 턴을 하고 있는지는 턴 내내 아주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쉽게 알수가 없죠.

따라서 보통 내가 느끼는 힘, 즉 원심력으로 이런것을 판별하게 되죠.

원심력을 오방 느끼게 되면 '우와 턴좀 되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원심력이 시들시들하면 '오늘 턴 더럽게 안되네' 이렇게 짜증 내듯이요...


하지만 문제는 이런 힘의 세기만으로는 내가 이중에 어떤 턴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4.gif 



게다가 이 힘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속도가 조금만 더 붙어도 많은 힘이 느껴지게 됩니다. 즉 그만큼 턴의 크기가 커져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결국 많은 라이더들이 턴의 크기를 줄이는데 실패하고, 속도를 늘여서 원심력을 키우는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타면 정말 쉽죠.

사실 턴이 어려운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이전 칼럼에서 설명하였듯이 슬로프 기울기로 인해 턴 초 중 후반의 힘의 크기가 모두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렇게 빠르고 큰 궤적의 턴을 하게 되면 이러한 힘 변화가 거의 없게 됩니다.


5.gif


따라서 이런 턴은 수행하는게 정말 쉽죠. 게다가 본인 스스로도 많은 힘을 느끼니 굉장히 잘 타고 있다고 여기게 되구요.

하지만 밖에서 보면 엄청난 속도로 활강하면서 엣지만 바꾸는것처럼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첫번째 칼럼에 그려놓은 수박턴 참외턴 기억나시죠?



5-1.jpg



바로 전에 말씀드린 '횡력'의 중요성이 다시금 나오게 됩니다.

참외같은 턴을 지양하고 수박같은 턴을 하려면 진입각과 진입속도, 즉 횡력에 끊임없이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본인이 느끼기엔 같은 턴일지 모르지만, 이 횡력을 어떻게 가지고 시작했느냐에 따라 아예 다른 턴이 된다는 점에 항상 주목해야 할것입니다.


그리고 이쯤되면 라이딩 속도와 턴 반경의 다양한 조합으로 인해 수많은 종류(?)의 턴이 나온다는 것과 그 턴들을 우리가 느끼는 힘만으론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아셨을 겁니다.

여기서는 그림을 과장되게 그려놓아서 '난 아니야' 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런 함정에 한번쯤 빠져보지 않은 라이더는 없지 않을까...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잘탄다고 느낀다 하더라도 항상 턴 궤적에 대해서는 고민하면서 라이딩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실 데크의 사이드컷을 고려한다면 이 얘기는 틀린 얘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속도는 기울기를 정하고, 이 기울기(사이드컷)로 인해 턴 반경이 정해져 버리기 때문이지요. 즉 속도와 턴 반경은 따로 도는게 아니라, 속도가 정해지면 턴 반경 역시 정해져 버린다는게 이론적으로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실제 라이딩에서는 설면이 완벽하게 데크의 사이드컷을 구현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속도와 턴 반경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고 봅니다.※





2. 업다운에 의한 원심력 변화


다음으로 살펴볼것은 업다운에 의한 원심력의 변화입니다.

이것 역시 턴 크기에 의한 원심력 변화와 일맥 상통하긴 하지만, 발생하는 원인은 다릅니다.


이전까지 우리가 원심력(구심력)을 살펴 볼때에는 데크가 그리는 궤적을 기준으로 설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원심력은 회전하는 물체의 질량m을 기준으로 계산을 하는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m의 기준점, 즉 '질량 중심'이라는게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몸이 데크위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는게 아닌이상, 이 질량중심은 데크과는 거리가 있을수 밖에 없지요.

그리고 이 질량 중심은 데크에서 조금 위쪽에 위치하게 됩니다. 머리가 큰 사람은 조~금 더 위쪽이겠네요.


6.gif


따라서 턴을 하면서 발생하는 원심력을 계산하기 위해선, 엄밀하게 말하면 데크의 궤적이 아닌 라이더의 중심, 배꼽 어딘가 근처가 움직이는 궤적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면, 데크가 움직이는 궤적은 우리 몸의 실제 궤적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조금 과장되게 그리면 다음과 같죠.


7.gif


그런데 이 질량중심의 궤적은 우리가 행하는 턴 방식 (다운 웨이티드 턴 or 다운 언웨이티드 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8-2.gif


결국 '다운'방식의 턴은 '업'방식의 턴에 비해 원심력이 더 크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왜 다운을 하는지(다운 웨이티드 턴...앞으로 다운턴으로 줄임), 그리고 왜 우리 몸의 업,다운 움직임이 사인파 곡선처럼 부드럽고 전반적으로 이루어져야 좋은지에 대해 아주 약간의 힌트가 될수 있죠.


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다운 '언'웨이티드 턴(앞으로 업턴으로 줄여 말하죠)의 가치와 그 방법에 있어 아주 중요한 단서를 얻을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운턴으로 인해 원심력이 커진다는 것은, 반대로 얘기하면 업턴으로 인해 원심력을 줄일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극단적인 크기의 업턴의 궤적을 살펴보지요.


9.gif


여기서 데크의 궤적은 충분히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몸의 궤적은 거의 직선에 가까운, 아주아주 큰 곡률의 턴을 하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따 라서 이러한 업턴은 상당히 작은 원심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물론 이런식으로 타면 속도가 마구 붙기 일쑤라 그다지 작아지지 않긴 하지만 다운턴에 비하면 많이 작죠) 엣지 그립력이 작거나 아니면 속도가 느린 상황에서도 턴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업턴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상황에 따라선 거의 아이스반에 가까운 강설에서도 엣지를 세우고 턴을 할수 있으며, 아주 경사가 작은 슬로프 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엣지를 세우고 턴을 하며 내려올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궤적의 불일치를 잘 살펴보면 몇가지 더 중요한 점을 알수 있습니다.


10.gif


일단 다운턴의 경우(A) 턴 막바지에 데크의 진행 방향과 몸중심의 진행방향이 거의 같음을 알수 있습니다. 대신 원심력은 크죠.

즉 이러한 턴에서 중요한것은 원심력(구심력)을 어떻게 조율해내는가가 중요함을 알수 있습니다.


반면에 업턴의 경우(B) 턴 막바지에 데크의 진행방향과 몸의 진행 방향이 많이 어긋남을 알수 있죠. 원심력은 작구요.

이런 턴에서 중요한것은 무엇일까요. 원심력을 섬세하게 조율해내는 능력보다는 데크의 궤적과 몸 궤적의 조율, 즉 타이밍이 훨씬 더 중요함을 알수 있죠.

만약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서 데크보다 몸이 먼저 넘어간다거나 몸이 늦게 따라온다면 데크 혼자 펄쩍 뛰어 오르거나 역엣지에 걸려서 몸이 날라가는 일이 생기겠죠.



그리고 한가지 더 중요한것을 알수 있는데요. (약간 어거지성이라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런 궤적의 불일치가 턴중에 발생하는 전경-중경-후경의 움직임도 약간은 설명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11.gif


삽화가 좀 날라도 이해해 주시길..;;; 졸려 죽겠네요;;

실제 원심력은 질량의 궤적에 따르고 그 방향은 질량 궤적의 중심점에서 시작함을 생각해보면, 원심력의 방향은 (나) 경우를 빼면 데크와 수직이 아님을 알수 있습니다.

(가)의 경우와 (다)의 경우를 보면 데크에 작용하는 원심력의 방향이 다름을 알수 있는데요.

저런식으로 힘이 가해지면 (가)순간에는 앞발에 더 큰 압력을 느껴서 전경이 됨을 볼수 있고

(다)의 순간에는 뒷발에 더 큰 압력이 생겨서 후경이 필요하다는것을 알수 있죠.

게다가 각각의 순간에 상체와 하체의 꺽임이 어떻게 왜 생기는지도 알수 있구요.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두 궤적의 차이가 클수록, 즉 '업턴일수록' & '턴크기가 작을수록' 더 심해진다는 것도 예상해 볼수 있겠죠.



이상입니다.

휴...이번편에는 여러가지를 난잡하게 다루어서 딱히 몇줄로 요약하기가 어렵네요.

게다가 약간 결과론적인 얘기들 뿐이라 그다지 도움이 안된거 같기도 하구요.

다만 중요한것은 '횡력에 항상 집중하라' 는 것과 업다운이 결국 원심력에도 조금 영향을 미친다는것...

그래서 그것을 잘 이해하면 각각의 턴에서 중요한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얘기로 마무리 하고 싶네요.


뭐 이밖에도 라이딩에 있어서 중요한것들은 참 많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다 시피 그중에 중요한것들을 캐치하는 능력이 있어야 뭔 얘기라도 시작해 볼텐데 더 이상은 제 능력 밖이네요 ㅋ;;



지금까지 장황하게 길기만 한 글 봐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10-11시즌 다들 안전보딩 즐보딩 하시길 바랍니다.

이만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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