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단 저는 자격증이 없습니다. 정식으로 강습을 받아 본 적도 없구요.

그래서 누굴 정식으로 강습해줄 자격은 없겠지만, 저뿐만 아니라 보드를 1년 이상 타다보면 지인 강습을 해줄 때가 있죠.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것도 참 힘든 일인데, 때로는 정말 성심성의껏 알려줘도 지 멋대로 타는 우라질 친구놈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재밌다며 열심히 벌떡벌떡 일어나(지만 다시 또 넘어지며) 타는 사람도, 반대로 호기심에 배워보려고 했지만

이내 자신과 안맞는 것 같다며, 그냥 한번의 경험으로 그치는 지인도 있을 겁니다.


사실 이들은 경사진 슬로프에서 버티고 멈춰서 강습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힘든지 잘 모를 겁니다.

당장에 수초 간격으로 넘어지면서 내 엉덩이, 내 무릎도 아파 죽겠는데 다른 사람의 노고를 알 겨를이 없을 터..


그래도 알려주는 입장에서 배우는 사람이 잘 따라주고 하나하나씩 실력이 늘어가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할 겁니다.

그 때 비로소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죠. 그게 바로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묘미.. 스노우보드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족이 길었습니다.

이 글은 참고로 입문자분들과 입문자분들을 가르치는데 난관에 봉착한 분들에게 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쓰는 글입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가르치는 입장에서 우리는, 순서도 다르고 방식도 다를 겁니다.

부츠는 묶는 법, 바인딩 체결하는 법, 리프트 탑승시 주의할 점, 에티켓, 스케이팅 등

슬로프에 진입하기 전에 알려줄 것도 참 많습니다.

그러다보면 이런 것들을 생략하는 분들도 많겠죠? 이것들도 참 중요한데 말입니다.


두 발을 보드위에 올려 슬로프를 내려오는 방법을 배우기 전에도 세세한 것까지 친절하게 알려줬으면 합니다.

프리스타일과 무지는 한끗차이니까요..


자, 보드를 타기에 앞서 우선 알아야 될 타는 것 외에 기초적인 부분의 교육이 끝났습니다. (라고 칩시다.)

이제 입문자는 슬로프 초입에 앉아서 두 발에 모두 바인딩을 묶습니다.


일어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BBP 자세를 가르칩니다. (밸런스 밸런스-)


사이드슬리핑을 가르칩니다. (앞에 보고, 뒤에 보고-)


사이드슬리핑이 대충 되는 것 같으면 일명 낙엽을 가르칩니다. 역시 앞을 보고, 뒤를 보고-


(사실 각 과정에는 다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돈내고 받는 강습이 아니라면

지인강습에선 왜 BBP가 중요한지, 사이드슬리핑을 하는지, 낙엽을 하는지는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충대충하면 안되는데 말이죠.)


이 쯤 됐으면 턴을 가르칩니다.

이 때, 우리는 BBP 자세에서 시선과 상체를 로테이션을 해서 턴을 하라고 알려주죠.

아니 그런데 배우는 사람이 그게 안됩니다.

간혹 일어나는 방법에서부터 막히는 분들도 있지만, 보통 이 때 가장 많이 난관에 부딪힙니다.

시선처리 중요하죠. 상체 로테이션 중요하죠. 아무리 강조하고 알려줘도 이내 곧 넘어집니다.

배우는 사람은 무서워서 몸이 자꾸 뒤로 쏠리는데, 무서워하지 말고과감해지라고해도 넘어집니다.

이 때가 반복되면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지칠겁니다. 


평지에선 BBP자세도 곧 잘 취하는데 경사면만 가면 겁먹어서 뒤로 몸이 쏠려서 넘어지는게 뻔히 보입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겁먹어서.. 그렇다면, 겁먹지 말고 과감해지면 되는데, 좀 더 몸의 중심을 앞으로 옮겨주면 되는데..

하지만, 이건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일 뿐..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 와닿는 해결책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원인 : 턴이 안됩니다.

이유 : 몸이 뒤로 쏠려서 (두려움에 의한 후경)

해결책 : 두려워하지말라!


맞는 말이긴 하지만 부족합니다.

위에 기재한 이유와 해결책은 양쪽 다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이 다른 방법을 제시해주지 못하면 배우는 사람은 안되는거 알고, 겁 먹으면 안되는 것도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는데 몸이 안따라주니 슬슬 지칩니다.


겁먹은 사람한테 겁먹지 말라고, 아픈 사람한테 아프지 말라는 것과 같습니다.


몸이 뒤로 쏠리면 시선이고 로테이션이고 나발이고,

앞바퀴를 움직여서 좌, 우로 꺾는 차를 앞바퀴 들고 조작하는 셈이죠.

뒷발에만 체중이 실려서 BBP 자세가 이미 무너진만큼 비기너턴을 할래야 할 수 없습니다.


이 때 해결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뒷다리를 쭉 펴라.


스크린샷 2016-02-11 10.46.00 PM.jpg


왼쪽이 비기너턴시 자꾸 넘어지는 분들의 고질적인 자세입니다.

우리네 몸은 본능적으로 평지에서 수직으로 몸의 중심을 맞춰 서있습니다.

그게 제일 안정적이니까요. 경사가 있는 내리막, 오르막에서도 마찬가지죠. 

겁을 먹은 것도 이유겠지만, 본능적인 겁니다.

보드를 탈 때 필요한 밸런스 (경사면과 몸의 중심이 수직에 가까운 것)과

일상에서의 밸런스는 엄연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우측의 그림처럼 뒷다리를 펴주면 완벽하진 않지만 훨씬 더 데크 중심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일단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죠. '겁먹지마라. 과감해져라. 몸을 앞으로 더 기울여라'라는 말보단요.


이걸 극복하면, 백날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상체를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틀어도 따라오지 않던 데크가

따라오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조금 불안정하죠.

하체의 밸런스는 어느정도 극복했지만, 상체는 여전히 좀 뒤로 쏠려있습니다.

그래도 일단 안되던 턴이 되니까 다시 재미있어질 겁니다.


자 그럼, 당장의 기쁨을 좀 누려보면서 상체의 밸런스도 맞춰보도록 하죠.

BBP 자세에서 입문자분들은 양팔을 데크와 수평인 자세를 취한다고 배웁니다.

경사면에선 데크가 경사면만큼 기울어지겠죠?

그렇다면 양팔을 데크와 수평을 맞춰준다면, 앞쪽에 팔은 조금 내려주고 뒷쪽 팔을 더 올려줍니다.

경사면과, 경사면만큼 기울어진 데크와 수펴을 맞춰주도록 노력해야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주문받았으니, 최대한 그것을 행동에 옮기도록 노력한다면

비기너턴을 보다 안정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처음 쓰는 칼럼이기도 하고.. 제가 이런 글을 적어도 되나 싶습니다만,

실제로 지켜본 입장에서 건너건너 지인들이 강습하는 걸 볼 때,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예정에도 없던 그림 설명도 그냥 포토샵으로 대충 그려 넣었는데..

아무쪼록 막 입문한 분들과 그들을 가리치는 입장에서 벽에 부딪힌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타는 분들은 입문자분들의 입장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잘못됐다는게 아니라, 처음 시작할 때 어땠는지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죠.


그래서 꽤 많은 분들이 각종 레벨1 자격증 시험을 볼 때 의외로 굉장히 많은 분들이 어려워합니다.

지금 당장에 슬로프에서 안정적으로 동전줍고 타는 사람한테,

'야 너 비기너턴 해봐'라고 시켜보면, 카빙보다 어려워하는 분들 여럿 될 겁니다 :)

본능적으로 엣지가 박히고 데크를 세우는? 그런 모습 말이죠.


우리가 쉽게 하는 것들을 입문자분들은 못할 수 있습니다.

당연시 여기는 것들도 그들은 모를 수 있죠.

하지만 그런 분들도 잘 배워가며 재미를 붙이면 무시무시한 굇수가 될지도 모르죠.


부디 다들 안전보딩하시고, 입분자든 상급자든 각자의 넥스트 레벨로 도달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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