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찡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연탄길

          여학생들은 눈을 지긋이 감고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는 빨리 일어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끝내 머리를
         숙여버렸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어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없나..... 세상 참 험악해졌어
          ....."
          근처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다들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그 순간 친구는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친구는 정중히 사과드리고 할머니에게 자리를 내드렸습니다.
          하지만 나는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의 바지 속에 가려진 슬픔을 아무도 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대나무처럼 가느다란 다리를 지탱해주는 철제 보조기를 아무도 못 봤을 테니까요.


    1장 우리가 서로 사랑할때

         평화로운 밤          

  아기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아내의 목소리가 방안에서 들려온다.
  지섭은 기도를 멈추고 아내가 읽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숲속에 매미 한 마리가 살았어요. 매미는 키가 큰 느티나무에 앉아 뜨거운 여름을 노래했지요.
    " 맴맴맴맴, 매-앰...."
그때 귀여운 꼬마가 나무 아래에서 매미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매미야, 나하고 얘기 좀 할래?"
    "넌 누구니, 꼬마야?"
  매미는 잎사귀 뒤로 몸을 감추며 말했어요.
    "나는 저 아랫마을에 사는 아이야."
    "그런데, 꼬마야 , 너는 내가 보인? 아이들이 잡아갈까 봐 이렇게 숨어있는데"
    "나는 노랫소리만 들어도 너희들이 있는 곳을 알 수가 있어. 그런데 매미야, 너희들은 왜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거지? 조용히만 있으면 아이들도 너희들이 있는 곳을 모르잖아."
    "그건 말야, 우리가 해야 할일이니까. 아무리 위험해도 여름을 노래하지 않으면 매미가 될 수 없거든."

    
    윙윙거리던 냉장고의 숨소리가 멈추고 잠시 고요가 흐른다. 아내의 이야기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지섭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녀는 아기 옆에서 곤히 잠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손바닥 위로 나비처럼 내려 앉은 그림책......
    지섭은 그림책을 들어 가슴에 안았다. 그녀가 읽어준 그림책 속엔 매미가 나오고 귀여운 아이가 나오고 느티나무가 나온다. 그런데 매미 그림도 귀여운 아이 그림도 느티나무 그림도 책 속엔 있지 않다. 앞을 못 보는 그녀는 손끝으로 점자를 더듬어 매일 밤 아기에게 그림책을 읽어준다. 아, 눈송이처럼 수북히 내려앉은 많은 점자들......

    아기는 알까?
    그 많은 점자들이 엄마의 손끝에서 매미가 되고 귀여운 아이가 되고 느티나무가 된다는 것을....
    감아도 감기지 않은 아내의 두 눈을 바라보며 지섭은 방을 나왔다. 볼 수 없는 그의 눈에서도 총총한 샛별이 떨어진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우리에게 평화로운 밤을 주셔서....


                                                                    연탄길 중에서...

                                      v(o)z     홀맨  김 태 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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