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칼럼 중에 제일 많이 올라오는 주제가 바로 "카빙"에 대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읽어보면 너무 수준이 높거나, 지엽적인 문제, 혹은 이론에 얽매여 카빙에 대해 접근하기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글들도 많습니다. 정말 주옥같은 리플도 많지만 정말 이 사람이 카빙이란 걸 해보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 하는 분도 계시구요..
사실 스키장에 직접 가보면 실제로 카빙턴을 잘하는 고수분들만큼이나 슬라이딩턴, 혹은 빠른 레일투레일을 하며 본인이
카빙을 한다고 착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또 이론적인 내용은 많지만 실제로 너비스턴, 혹은 슬라이딩턴에서 카빙
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 대한 글이나 원포인트 레슨이 거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또한 독학하다
보니 카빙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긴 시간동안 실패를 겪었고 보드가 타기 싫어지고 내가 소질이 없는게 아닌가 하는 자학
에 빠진적도 있었거든요.
일단 제가 권해드리는 방법은 김현식 프로의 카빙 입문 강습에 나오는 내용인데요 약간의 다운 자세에서 몸 전체를 깁스했
다고 생각하시고 상체 로테이션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보드가 알아서 가도록 몸을 맡기는 겁니다. 그러면 보드가 사이드
컷을 따라 슬립없이 서서히 돌아가줍니다. 물론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이 과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슬라이딩턴에 익숙해
져있다 카빙턴을 하려고 하는데 자꾸만 실패하는 경우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보드를 돌리려는 힘을 가하고 보드에 충분
한 프레스가 없는 상태에서 보드를 돌리려는 힘이 슬립을 일으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과정을 몇 번 반복하시
면 대개 그동안 슬립이 동반된 턴에서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S자형의 철도가 그려져 있어서 본인의 보드가 주어
진 철길을 따라가는 느낌이 대표적이구요. 슬립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턴을 할때 나던 소리보다 훨씬 작은 소리가 납니다.
영화 타짜를 보시면 평경장이 고니에게 하는 말이 있죠? "밑장을 빼면 소리가 다르다"고 ㅎㅎ
처음부터 잘 되지 않는다는데 초점을 두시고, 정성스럽고 끈기있게 계속 시도해보세요!
주어진 보드의 사이드컷보다 좀더 타이트하고, 급경사에서 좀더 강하게 엣지를 박기 위해 로테이션이나 기타 여러 방법들
을 쓰는 것은 위의 과정이 완전히 자연스러워진 연후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세게 말하면 칼이 상대몸에 박히지도 않았는데 칼을 돌리면 피부에 불규칙한 상처만 내고 말겠지만, 칼이 상대몸에 푹
들어간 후 칼을 돌리면 본인이 원하는대로 예쁘게(?) 상처를 낼 수 있는 이치죠;;;
J턴을 카빙 입문에 추천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 스키장 사정상 큰 사고의 위험이 있고, 제대로 연습이 되지 않으면
턴의 중간부분에 슬립이 나며 턴이 언월도 모양으로 되고 마는 허무한 턴이 되기 십상이므로 J턴을 아무리 해도 카빙이
잘 안되시는 분은 제가 말한 방법을 먼저 써보시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또 턴의 고수가 되려면 무조건 롱턴 연습을 많이 해야한다고들 많이 말씀하시는데 엣지를 빠르게 전환하며 좀더 쉽게 느낄
수있는 리바운드감을 느껴보기 위해,또 가장 중요한 "재미"를 위해 숏턴도 가끔 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사실 이 글 올리면 왠지 고수분들께 욕을 많이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막막한 독학파 중 한 분이라도 제 글을
통해서 카빙에 조금 쉽게 접근하실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족:저는 프레싱이 어느 정도 들어가면 (레귤러 기준) 왼쪽 허리에 보드 노즈를 향해 삽이 하나 묶여있다고 생각하고
그 삽으로 노즈 앞의 눈을 떠서 힐턴이면 제 엉덩이 쪽으로, 토턴이면 제 오른쪽 허벅지 쪽으로 던지는 느낌으로 감아줍니다
잘되면 무척 재밌습니다. 한번 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