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알파인 보드로 익스트림 카빙을 해보겠다고 덤비던 시절이었습니다.


야간 시간이었고 사람이 많지 않아 익스트림 카빙을 연습하기에 그리 나쁘지 않더군요.


그런데 그 익스트림 카빙이라는게 슬로프에 거의 드러눕다 시피 하는 스킬이다보니 자연히 시선이 낮아지고 시야가 좁아집니다.

게다가 제가 익스트림 카빙의 최대 가압에 들어간 시점에는 슬로프에 누워있으니 뒤에서 누가 달려와서 받히는 상황이 되면

목을 칠수도 있겠다 싶어서 항상 사람이 없는걸 확인하고 시작합니다.


당일 슬로프에 스키어 한사람이 내려가는걸 확인하고 슬로프 위쪽에 보더 몇명이 앉아 있는게 보이고 앞에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익스트림카빙을 시작했는데 한참 달리다 갑자기 뭔가에 부딧힌다는 느낌이 들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람과 충돌을 했더군요. 그사람은 피를 흘리고 있었고 저는 보호장비 덕분에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상태였습니다.


의무실에 내려가니 그 보더의 친구로 보이는 일행들이 정말 무섭게 덤비더군요. 마치 죽일듯한 기세로 덤비더군요.

뭐 저도 정신없고 여기저기 아프고 하니 '그래 떠들어라' 그러고 내버려뒀습니다.

부상을 입은 보더는 병원으로 후송되었기에 저 혼자 사고경위서를 작성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추후에 전화로 저와 충돌한 보더와 연락을 해보니 제가 자기 라인으로 들어와서 피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이 경우 보더는 앞사람을 확인한 것입니다. 저는 뒤를 볼 이유가 없으니 앞만 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상황에서 뒤에서 받은 겁니다. 그런데 "X뀐놈이 성낸다" 라는 말이 있듯이 자기가 피해자라고 우기더군요. 그래서 일단은 더 예기해봐야 이런 애들하고는 답이 안나오겠구나 싶어서 적당히 정리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후에 병원으로 찾아갔습니다. 가는 동안 "왜 내가 책임이 더 큰거지?" 라는 생각을 하며 갔죠.

도착해서 보니 광대뼈가 깨졌다고 하더군요. 보형물을 넣고 1년뒤에 다시 빼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추후의 치료비는 알아서 할테니 지금 치료비 300만원만 달라고 하더군요. 내심 "이런 미?!?!" 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아무리 얘기를 해도 자기가 피해자라는 겁니다. 그때 "아... 내가 주변에서 듣던 그런 더러운놈한테 걸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이상 그런놈과 엮이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300만원을 주면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고 다시 보지도 맙시다 라고 하고는 끝냈습니다.


스키장에서 누가 사고를 내고 싶어서 내고 당하고 싶어서 당하겠습니다.

사람은 모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을 합리화 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친구가 있다면 혹시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하더라도 다르게 얘기를 합니다. 친구들은 자신이 격은것도 아니고 친한 친구가 다쳤으니 당연히 피해자가 나쁜 사람으로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한번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사고가 났고 둘다 부상자이고 둘다 피해자입니다. 자신이 그 당사자의 입장에 처한 상황에 가해자의 친구들이 죽자고 덤벼들면 무슨 생각이 들겠습니까.


이후에 사고 처리는 당사자들끼리 합의를 해서 할 일입니다. 보지도 못한 상황을 봤다고 거짓 증언을 하고 '난 친구편을 들어줬다' 라는 위안을 하지 마시고 사실만을 말하면 됩니다. 제가 사고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그 일행이라는 작자들이 처음 의무실에서는 자기들이 봤다고 우기더니 추후에는 자기들은 멀어서 못봤다고 하더군요. 이건 그나마 진실을 말한 경우고 끝까지 우기면 방법 없습니다. 양심을 파는 것입니다. 파렴치한이 되는것이구요. 사고가 나면 주변에 계시는 분들은 모두가 패트롤이 되시는 겁니다. 부상을 당한 사람들이 모두 빨리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잘잘못을 가리느라 윽박지르고 싸우지 마시구요.


요즘도 스키장에서 그런 광경을 자주 목격합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한사람을 나쁜놈 만들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더군요.


차라리 스키장에서 다치면 가해자 피해자 할것 없이 자기가 다친거 자기가 알아서 하라는 법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 분쟁이 없어질테니까요.


앞으로 스키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싸우는 모습들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엮인글 :

2011.12.28 11:02:56
*.93.148.115

스키장내 충돌사고를..

교통사고와 비유하는 형태부터.. 조금.. 바껴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2011.12.28 12:45:03
*.38.68.235

300만.. 그거금을....   긴글 잘읽었습니다.

2011.12.28 15:13:22
*.111.135.254

에효

2011.12.28 20:07:42
*.130.250.75

글을 읽고 몇 가지 의문이 생겨 질문 드립니다. 태클이 의도는 아니니 오해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1. 짐작컨데 당시 상대방은 프리스타일 보더였을 듯 한데 익스트림 카빙을 하는 알파인을 뒤에서 쫓아가
추돌을 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일반적으로 프리스타일 보더가 그 정도 속도를 낸다는 것이 의아합니다.
혹 턴과 턴 사이 빠른 속도로 인한 사활강 구간이 길었고 그로 인해 상대방 보더의 시야 밖에서 갑자기
그 보더의 진로로 들어가게 되신건 아닌지요.

 

2. 상대방 보더가 광대뼈가 깨져서 보형물을 삽입했다 후에 제거해야 하는 정도의 부상이라면 300만원 정도로
합의 하셨다면 터무니 없이 큰 금액은 아니지 않나요? 물론 그 정도 금액을 들으셨다면 진료기록이나 치료비 내역서
등은 확인하셨을 터이니 상대방이 거짓으로 부상정도를 과다하게 얘기하지는 않았을 터이고
저라면 저 정도 부상과 300 만원 지출 중에 택하라면 생각할 것도 없이 후자를 택하겠습니다만

(상대방도 큰 부상을 당해서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 사람에게 그래 떠들어라, 이런 애들, 더러운 놈 같은 표현들은
큰 돈을 물어주셔서 아무리 억울하시다 하여도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3. 글을 보면 300 만원을 직접 물어주시고 합의하신 듯 한데 그렇다면 보험가입은 하지 않으신건지요.
알파인 더욱이 익스트림 카빙을 하실 정도의 고수시고 글에도 쓰셨듯이 시선이 낮아지고 시야가 좁아진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사실도 잘 아셨을 텐데 보험가입을 안하시고 라이딩을 하셨다는

것인지 의아합니다.

 

앞에도 언급했듯이 의문이 생겨 질문드리는 차원으로 여쭙는 글입니다. 제 짧은 보드 경력에 이런 의문이 생긴다면

다른 분들께서도 같은 의문을 가지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안좋은 기억이시겠지만 당시 상황에 대하여 조금 만 더 구체적으로 설명 주시면
같은 의문을 갖는 분들이 안계시겠지요. ^^

엉??

2011.12.29 13:25:42
*.215.235.5

상대방이많이 다쳤든 말든..

가해자가 아닌 상황에서 삼백을 선뜻 괘척하셨다는게 이해가 안됩니다.

저같으면  단 만원이라도 억울하게는 안줄거 같은데...

2011.12.31 12:48:57
*.234.205.52

뒤에서박은놈잘못
둘다고속으로진행중에시야미확보면쌍방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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