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게시판 이용안내]

이 여자 아니였으면 어쩔 뻔했냐?

조회 수 1761 추천 수 0 2012.01.30 15:59:23

경향닷컴 기사 프린트 페이지 인쇄하기


[책과 삶]우리의 잃어버린 역사를 되돌려준 박병선 할머니

▲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의 어머니, 박병선
공지희 글·김지안 그림 | 글로연 | 168쪽 | 1만3000원

지난해 11월24일 언론들은 일제히 한 여성 재불학자의 죽음을 전했다. 그녀의 이름은 박병선. 바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해 고증하고,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빼앗겼던 외규장각 의궤의 존재를 밝혀낸 인물이다. 그것이 우리가 그녀의 삶과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왜냐하면 그녀의 삶은 잊혀진 역사에 무심했던 한국의 나태함과, 약탈해간 문화재를 기증받은 것으로 둔갑시켜 소유권을 주장했던 프랑스의 비겁함을 증거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뜨거운 열정과 성실함으로 우리가 잃어버렸던 소중한 역사를 우리에게 되돌려준 박병선 박사의 삶을 소개한다.

1923년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의 와중에 서울대에 입학했던 역사학도, 한국 최초로 유학비자를 받았던 여성. 그녀의 삶에는 현대사의 굴곡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그녀가 평생을 걸고 추구하게 될 역사적 소명은 프랑스 유학 직전 찾아간 스승 이병도 교수와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이병도 교수는 1866년 프랑스에 약탈당한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 행방을 찾아줄 것을 부탁한다. 그녀는 이 당부를 잊지 않았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찾아내게 된 ‘직지심체요절’은 바로 의궤를 찾기 위한 작업 중에 나온 것이다. ‘직지심체요절’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은 박병선이 5년여의 고통스러운 연구를 통해 고증한 것이다.

누군가가 오늘 당연히 받아들이는 지식이 있기 위해 박병선은 직접 활자를 만들고, 중국과 일본의 서적을 섭렵하면서 그것을 고구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과 프랑스 학계 모두의 의심과 냉대를 견뎌야 했다.

외규장각 의궤와의 만남은 더 극적이다. 지인의 제보로 국립도서관 별관에 있는 고문서 폐기물 창고에서 폐기되기 직전의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낸다. 이 만남이 또 다른 가시밭길의 시작이었음은 물론이다. 의궤는 폐기될 자료에서 귀중본으로 신분상승했다. 국립도서관 측은 박병선이 이 자료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고, 그녀를 면직 처분했다. 그럼에도 박병선은 의궤의 해제를 만들고 한국으로 반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 노력의 결실이 2011년 6월 이루어진 대여형식의 의궤 반환이다.

박병선 박사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직접 추천사를 쓴 이 책에는 박병선과 직지, 외규장각 의궤라는 주인공들의 만남을 방해하는 수많은 적들이 등장한다. 그 적들은 한국 문화를 얕잡아보는 프랑스 관료이기도 하고, 박병선이 이룬 업적을 무시하거나 훔치고도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는 한국 학자들이기도 하며, 한·불의 친선관계를 이유로 귀찮은 일을 거론하지 말라는 한국 관료이기도 했다. 그래서 박병선의 삶을 읽는다는 것은 아픈 역사의 확인인 동시에 부끄러운 현재에 대한 반성이다.

의궤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함께 그녀의 성실한 삶이 주는 감동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성적인 삽화가 주는 즐거움도 이 책의 장점이다.

박병선이 눈을 감기까지 놓지 못했던 것은 잃어버린 우리 역사였다. 의궤 반환에 ‘대여’라는 말이 사라지고 완전히 우리의 ‘소유’가 될 때까지 노력해달라는 그녀의 당부를 우리는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구예리 기자 maria@kyunghyang.com>



입력 : 2012-01-06 19:37:16수정 : 2012-01-06 20:20:36
엮인글 :

굿한나라

2012.01.30 16:00:17
*.214.22.214

역사학자 이병도 라는 영웅이 있었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펀글게시판 이용안내] [13] RukA 2017-08-17 6552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