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게시판 이용안내]

식자재 공급업체 체험기

(김재환)


프랜차이즈 업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조크가 있다. “당신이 어디서 정말 싼 식자재를 보았더라도 이 세상 어딘가에 
그보다 더 싼 식자재는 반드시 있다!” 프랜차이즈는 정말 싼 식자재를 조달할 수 있는 메뉴 위주로 발달한다. 
규모의 경제가 주는 혜택은 오직 본점만 누린다. 손님은 차라리 자신이 먹은 메뉴의 원가를 모르는 게 속 편하다. 
알면 알수록 입맛만 떨어진다.

 

'통큰치킨'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불하는 음식의 원가를 의심해보게 만들었다. 롯데마O의 통큰치킨 마케팅이 영세 
상인들을 죽이는 약탈적 가격전략인지 소비자들을 위한 가격 거품빼기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다양한 꼼수를 생각한다면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무감각증을 흔들어 놓은 건 잘한 일이다.

 

<트루맛쇼> 취재를 위해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자들을 만나 식재료비용에 대해 물어보았다.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식재료 원가와 식당이 실제로 지불하는 식자재 코스트의 괴리가 큰 메뉴일수록 뛰어드는 업자들이 많아지고 
프랜차이즈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한다. 황교익 선생이 쓴 <대한민국 음식문화박물지>를 보면, 
한 때 국수 프랜차이즈 열풍이 분 건 값싼 미국산 밀가루로 만든 실국수에 초저가 중국산 멸치와 화학조미료가 
있어 가능했다고 한다. 피자 프랜차이즈가 난립하는 건 커피를 빼고는 피자만큼 마진이 큰 장사가 없다고 할 
정도로 저렴한 원가 덕분이다. 다른 식당들보다 음식값을 더 받지 않으면서 프랜차이즈 본점도 돈을 벌고 가맹점도 
이익을 남기려면,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든지 식자재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추든지 둘 중 하나다. 

 

식당을 직접 해보면 일부 식자재의 업자간 거래가격이 너무 낮은 데 놀라게 된다. 우리가 마트에서 포장 두부 한 모를 
사려면 2~3천 원 정도 지불해야 하지만 일부 순두부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쓰는 두부의 공급가는 충격적이다. 
손님들은 순두부를 비싼 웰빙 식재료로 알고 있으니 업자들 입장에선 사업성 있는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좋은 식당은 요리사가 직접 그 날 새벽에 당일 사용할 재료만큼만 장을 본다. 처음 오픈할 땐 누구나 그런 
식당을 꿈꾸지만 한 달만 해보면 그게 얼마나 실천하기 힘든 꿈인지 알게 된다. 객 단가와 주류 매출 비중이 
높고 재료의 신선도가 식당의 성패를 가르는 고급 스시집 주방장이라면 새벽마다 직접 장보러 다니는 게 
당연하겠지만 저가의 대중음식점 사장님들로선 무척 힘든 일이다. 결국 식자재 공급업체를 찾게 되는데 
겪어보면 정말 가관이다.

 

여러 업체들을 체험해본 결과, 처음 1~2주는 지불하는 돈에 합당한 꽤 괜찮은 식자재를 공급하다가 조금만 틈을 
주면 이내 최하 품질의 식자재를 가져다준다. 때깔은 그럴싸한데 향이 하나도 없다. 어지간한 식당 주인들은 
그 등급의 차이를 잘 식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니 식자재 납품의 세계는 가히 꼼수의 경연장이다.

 

심지어 공산품을 납품 받아도 암수가 등장한다. 우리가 오픈한 식당 ‘맛’에서 쿨피스를 서비스로 제공한 적이 
있었는데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았더니 유통기한이 당일 끝나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충격을 받았다. 
알고 보니 유통기한이 다된 물건만 처리하는 땡처리 블랙마켓에서 초저가에 가져다가 제값 다 받고 납품한 
것이다. 싸구려 식자재를 공급받아도 주방에서 분노하지 않는다면 납품의 대가로 요리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관행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구석구석 리베이트 공화국이고, 세상은 알면 알수록 절망적이다. 

 

이태원에서 ‘이스트빌리지’라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오너셰프 권 우중 씨에 따르면 상업적으로 성공한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음식재료비를 25% 내외로 맞추게 된다고 한다. 직접 농사를 짓거나 고향에서 부모님이 
물고기를 잡아 보내주시지 않는 한, 싼 가격에 좋은 재료를 구하는 방법은 거의 없다. 
결국 대부분의 ‘싸고 푸짐한 집 = 좋지 않은 재료 + 다양한 조미료 사용’이란 말이다. 
권 셰프가 밝히는 일반적인 레스토랑의 영업구조는 이렇다.


매출 100% = 
------------------ 
식자재 코스트 25~30% 
인건비 20% 
식당 임대료 10% 
공과금 7~10% 
기타 운영비 10% 
마진 25% 내외


마진이 25%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테리어, 등의 투자비와 금융비용을 생각하면, 25% 마진에 웬만큼 손님이 
들지 않고서는 오너가 가져가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자기 음식에 프라이드가 강한 오너 셰프들은 보통 
매출의 40~60%를 식자재 코스트로 지출하다 보니 몇몇 대박 난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적자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에 요리사들의 딜레마가 있다.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선 식자재 코스트를 낮춰야 하고 코스트에 맞추면 좋은 
재료를 쓸 수 없다. 게다가 일반적인 손님들의 혀는 식자재의 퀄리티를 논할 수준이 아니다. 
오너 셰프는 늘 시험에 빠진다. 

 

식자재 코스트 스트레스에서 살짝 빗겨나 있는 복 받은 메뉴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파스타다. 
이탈리안 요리로 유명한 어느 셰프에게 파스타의 매력에 대해 물어보니 재료비는 얼마 안 들어가는데 
음식 값은 비싸게 받을 수 있는 거라고 시니컬한 답변을 내놓았다. 동네마다 파스타 집들이 들어서고 
프랜차이즈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건 그만큼 음식값에 바가지가 심하기 때문이란다.


김치찌개 하나만 봐도 기본 반찬 네 가지는 나가야 하니 파스타보다 원가는 더 든다. 
게다가 한식 반찬은 손이 많이 가고 오래 보관할 수도 없다. 김치찌개는 7천 원 받으면 너무 비싸다고 하지만 
피클 하나 주는 파스타는 1만 8천 원 받아도 비싸다는 말 안 한다. 
말린 국수에 통조림 토마토소스, 냉동 해산물을 주로 쓰는 파스타 집이라면 식재료 코스트 2천 5백원도 
안 나온다. 일부 프랜차이즈 파스타 집은 음식값을 지금의 반으로 낮춰도 버틸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음식값은 참 이상하다. 어떤 음식은 가격이 너무 낮고 어떤 음식은 완전 바가지다. 
한식 가격은 상대적으로 너무 싸고 소비자들의 가격저항은 만만치 않아 식재료에 꼼수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식당 주인들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비싼 임대료 부담과 권리금 관행, 식당들의 과당 경쟁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불만제로>와 <소비자 고발>이 장수하는 이유다.

 

싼 음식 가격에도 식당들이 망하지 않는 건 MSG와 중국 덕분이다. 사실 우리는 중국이 가까이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한다. 값싼 중국산 식자재가 없다면 지금 가격으로 김치찌개를 즐기는 건 불가능하다. 
싼 가격에 싸구려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먹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다.

 

과당 경쟁과 높은 식자재 코스트에 지친 식당주인들을 위로하는 건 역시 화학조미료다. MSG는 식재료의 쌩얼을 
숨겨주는 짙은 싸구려 화장술이다. 황교익 선생님은 그의 저서 <미각의 제국>에서 우리나라 식당들이 싸구려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어도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MSG의 마법 덕분이며 좋은 음식을 먹자면 
화학조미료부터 버려야 한다고 단언한다. 화학조미료 몇 숟갈이면 재료의 질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고 
소비자들은 쉽게 구별하지 못하니 양심적인 식당 사장님들로선 미칠 노릇이다.

 

박찬일 셰프는 “요리사란 결국 재료를 다루는 사람이고, 자신이 만드는 요리 재료가 산지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좋은 걸 먹으려면 어떤 식당 음식의 맛이 식자재의 
본성에서 온 것인지 화학조미료에서 온 것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래저래 MSG가 문제다.

 

맛의 세계는 너무 어렵다. 책을 읽어도 잘 모르겠다. 우리 평범한 혀들을 위해 대단한 혀를 가진 분들이 
수고해 주셔야 한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블로그에 좋은 정보를 올려주시는 선한 분들은 복 받을 것이다.


God bless you~^^ 

엮인글 :

clous

2012.06.20 01:53:18
*.180.181.131

음... 그러하다... 믿음은 종교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요?

드리프트턴

2012.06.20 04:48:21
*.88.161.200

식당... ㅡㅅㅡ

진실을 알면 먹지 못해요...

연애도 진실을 알면... 으응??? ㅡㅡ?

Zety

2012.06.20 13:52:06
*.165.73.1

영양사였던 xx친구가 그러더군요.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 알고는 못 먹을거라고.
뭐 일부 봐서 알고는 있습니다만
적당한 선에서 먹으면서 살아야겠죠 ㅋ

깡통팩

2012.06.20 15:06:37
*.218.112.140

흠.......

안씻으면지상열

2012.06.20 16:36:41
*.20.182.165

500원짜리 라면을 2,500원 받을때 부터 알아봤어요


그나저나 퍼스나콘인가요? id 짱 멋짐요~!!!

StayAway이카

2012.06.25 23:47:22
*.135.134.220

직업이 요리사 인데 이런글 볼때마다 답답한건 매 한가지뿐이네요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추천 수
공지 [펀글게시판 이용안내] [13] RukA 2017-08-17 66131 9
16129 개그로 써먹어도 충분할듯 [8] 최첨단삽자루™ 2019-05-21 1779 1
16128 수원 토막살인사건시체를 280 조각 포를뜨다 file 혐조선족 2012-04-09 1779  
16127 소원을 말해봐~~~ (feat. 순실~) file [4] 트럼펫터 2017-05-20 1779 5
16126 7월에 산거 12월에 반품...진짜 미개함 [6] 딱보면몰라 2015-12-29 1779  
16125 우리의 시험칠떄 뇌 유형 ㅋㅋ file [3] 캬하하핳 2021-03-02 1779 2
16124 57m 헤딩골 [7] Lucky7 2011-09-29 1779  
16123 핸드폰 없는데 어떻게 만나? file [16] 펀글지기 2014-10-14 1779  
16122 오토바이 고인물 file [6] 입벌려눈들... 2019-03-25 1779 1
16121 이소룡의 액션 file [3] BiG! 2018-11-01 1779  
16120 황신혜 어린 시절 file 치즈라면 2023-11-05 1779 1
16119 카이스트 여대생 소개팅 후기 file [5] Solopain 2020-08-17 1779 1
16118 게임 아이템 특징 file [6] 무주기린 2018-08-18 1779  
16117 전현무앞에서 볼드모트 언급한 기안84 file Solopain 2023-04-16 1779 2
16116 걸스데이 - 여자대통령 하야버전 CoolKevin 2016-12-06 1779  
16115 열도의 보이스피싱 예방방법. file [3] Solopain 2019-01-31 1779 1
16114 스팸문자... file [5] OTOHA 2015-06-17 1779  
16113 獨아우디 전기차 한 번 충전에 '600㎞' 주행... [8] 빵셔틀_- 2010-11-17 1778  
16112 이 소리는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5] 공랑붕어 2017-06-30 1778 5
16111 구글코리아 간 와썹맨 file [3] MysticDream 2018-09-06 1778 2
16110 싸이 표절논란 [9] FuriOus 2012-07-26 1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