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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쇼팽과 바흐, 베토벤 등 우리나라 사람이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보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양과 품격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우리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부르는 모습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도 대부분 의아해하거나 놀라워할 것이다. 특히 한평생 직업으로 여기며 살아간다면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해의만(81·본명 알렉 헤이먼)씨는 29살 때부터 한국에서 우리의 전통음악을 공부하고 익히며 연구해 온 보기 드문 원로 국악학자이다. 1931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1953년 위생병으로 6·25 전쟁에 참전, 강원도 양구에서 근무할 당시 국악과 처음 접한 것이 인연이 돼 우리의 전통음악에 푹 빠져 살아오고 있다. 국악 연구는 물론 가야금, 단가, 민속장고와 북, 거문고, 태평소, 설장고 등 우리의 전통악기를 대부분 아주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 그동안 뉴욕과 파리 등에서 '삼천리 나라 무용', '한국 판소리 해설', '한국 민속음악과 무용', '한국음악, 음악대사전' 등을 직접 펴냈으며 '한국 무가', '한국 무속', '한국 가면극', '한국 민속무용 해설', '한국 전통무용과 탈춤', '한국 전통악기' 등 수십 권을 영문 번역해 해외에 알리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지난해 4월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또 한국외국어대학과 국민대, 한세대 등에서 학생들에게 영어와 전통음악 등을 가르치기도 했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 아들과 딸을 두었으며 '서울 해씨'의 시조가 됐다는 점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