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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좀 장애인 같습니다
 
기계가 이리 가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가고 싶나요?
 
인간으로서 기계가 시키는 대로 복종하는 것이 수치스럽지도 않은지요?
 
고작 100m 앞의 상황을 알려주기에 급급한 손바닥만한 화면을 두고 운전자의 필수품 운운하다니, 그 좁디좁은 스케일과 보슬
 
된장 뺨치는 '닥치고 안정' 주의에 기가차서 말이 안나오네요
 
아니 길 좀 잃으면 어떻습니까
 
저같은 경우, 처음 찾아가는 곳으로 차를 몰때면, 일단 네이버로 검색해서 지도상의 큰 그림을 스윽, 그저 한번 스윽 훑어봅니
 
 
동서남북 파악하고 작대기 몇개 죽죽 그은 다음 바로 컴끄고 출발
 
그리곤 제 원초적 방향 감각에 의지해, 마치 대륙간 이동을 하는 철새떼가 아무런 항해도구 없이도 고향을 찾아 잘도 날아가는
 
것마냥, 태양의 위치, 강물의 흐름, 서풍의 향기 등등을 온몸으로 느끼며,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충동에 핸들을 팍팍 꺾
 
어제끼기도 하면서, 마치 트럭에 태워져 팔려나간 진돌이가 주인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마음 하나에 의지하여 기적적으로
 
집을 찾아 돌아오듯, 또는 저 오딋세우스가 무려 10년간에 걸친 모진 풍상과 천신만고 끝에 정든 이타카로 돌아와 사랑하는
 
페넬로페의 품에 안착하여 영광스러운 왕위를 회복하듯, 좋나 예술가다운 초행길의 로맨틱 어드벤쳐를 감행한다는 것입니다
 
네네, 그렇구말구요
 
요즘 보면, 지들이 아이폰 사서 위치파악 급만남 어플이니 뭐니 실컷 써놓고, 돌아서자마자 사생활 침해가 어쩌네 징징
 
짜면서 손해배상을 해내라 이딴 코메디를 하는데,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건 우주의 기본적인 법칙이라는 것을 좀 가르쳐
 
주고 싶을 지경입니다
 
기븬 테잌이잖아요? 염치가 좀 있어야지...
 
예전에 여친차를 잠깐 운전한 적이 있었는데, 시동을 걸고 무심코 첫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려고 핸들에 힘을 주는 찰나,
 
갑자기 좋나 무미건조하고 지리멸렬하며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 기계음이 '우회전입니다!' 주제넘게 간섭을 하려는 즉,
 
저는 치밀어 오르는 폭풍같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노기등등한 목소리로
 
' 닥쳐 씌발련아, 선장은 나다! '
 
사자후를 일갈한 후, 선상 반란을 일거에 제압하듯 대쉬보드를 오른팔 풀스윙으로 훑어 쓸어버리니, 그 네비게이션이란 놈이
 
그냥 목잘린 터미네이터 대가리마냥 힘없이 조수석 밑으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더군요 ㅋㅋㅋ 븅신이 어딜 감히
 
지피에스는 파리-다카르 랠리선수나 나뭇잎 조각배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용감무쌍한 모험가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만,,.......
엮인글 :

와플곰돌이™

2012.12.24 09:08:22
*.246.71.39

관심받고싶니?

넌그냥 그렇게살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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