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국에 살아보니 한국 중산층과 모국 중산층이 다른 점이
있나.
메튜 하빌 :
한국은 계층별로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상류층, 중산층, 하류층이 사는 지역도 다르고 소비하는 장소도 다르다. 예를 들어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은
대부분 상류층이다. 끼리끼리 살다 보니 다른 지역에 사는 중산층이 이들을 무작정 부러워하는 것 같다. 미국에도 부유층이 몰려 사는 지역은
있지만, 한국처럼 심하게 비교하지는 않는다. 미국인들은 무엇을 가졌는지 중시한다면, 한국인들은 무엇을 못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박매화 : 한국 중산층은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 피곤하게 살고 매일 쫓기는 느낌이다.
소득이 중국보다 낮은 것도 아닌데 여가를 즐기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메튜 이사 말처럼 남과
비교하는 태도가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중요한 원인이다.
스즈키 시호 : 동감한다. 한국 중산층은 너무 일만 열심히
한다. 우리 남편도 한국인이지만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압박이 심하다. 일본 중산층도 일은 많이 하지만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즐기는
시간은 한국보다 훨씬 많다.
Q. 최근 한국에서는 각국 ‘중산층의 조건’이란 내용이 화제가 됐다. 미국, 일본, 중국의 중산층 기준이 어떤지 궁금하다.
메튜 하빌 : 미국 중산층은 상위중산계층(upper middle class)과 하위중산계층(lower
middle class)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뉜다. 상위중산계층은 의사, 변호사, 중소기업 임원 등 좋은 직업을 갖고 있지만 크게 부유하지는
않은 사람들이다. 하위중산계층은 기능공 등 교육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돈을 많이 버는 숙련노동계층이다.
스즈키 시호
: 일본에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주로 고민하면 아무리 다른 요소를 고루 갖춰도 중산층 자격이 없다. 잘
곳이 없거나 밥 굶는 일이 없고, 여유가 생기면 종종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중산층이다.
박매화 : 중국은
일본처럼 문화생활을 중시하진 않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재산이 가장 중요한 중산층의 기준이다. 중국어로 중산층의 ‘산(産)’ 자는 재산을
의미한다. 소득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
Q.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계층 이동에 성공하는 경우도 종종 있나. 메튜 하빌 :
미국에선 중산층이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드물다. 부자와 결혼하거나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계층 이동이 쉽지 않다(웃음).
그래도 한국보다는 미국이 더 쉽다. 미국은 한국보다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사업을 하면 성공 확률이
높다. 반면 한국은 직장에서 퇴직하면 생계형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 성공률이 매우 낮다.
박매화 :
중국에서는 한국만큼 계층 상승이 어렵진 않다. 실업자가
되더라도 눈을 조금만 낮추면 일자리는 손쉽게 구한다. 중국 임금상승률은 연평균 10% 이상이고 꾸준히 경력을 쌓으면 승진도 빠르다. 중국
대기업에서는 빠르면 30대 중후반 임원이 돼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 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고액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나보다 늦게 일을 시작한 중국 친구들 연봉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스즈키 시호 : 일본은 중국보다
역동성이 부족하다. 중산층이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대부분 중산층이라고 보는데 일본 중산층은 한국과 달리 일확천금 꿈을
꾸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일본인들은 갑자기 창업을 하거나 도박성으로 투자를 하지 않는 편이다.
직장인은 계속 직장에 다니길 원하고, 자영업을 하면 몇 대째 같은 사업을 한다. 위험한 모험을 하지 않는 만큼 계층 이동 역시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