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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와 입시의 공통점

조회 수 412 추천 수 1 2013.04.18 23:23:25
학부모가 알아야 할 것


고교등급제에 대한 분노의 심정을 담은 한 학부모의 글을 읽었다. 서울 강남권 바깥에 산다는 그는 능력만 된다면 이 땅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나 자신 교육이민을 강요받은 처지가 됐었고 그래서 지금 이산가족으로 살고 있지만, 그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을 수 만은 없었다. 세살과 여섯 살이었던 두 자식이 무상교육제도의 혜택을 받아 대학원까지 공부할 수 있었던 것 이상으로 고마웠던 일은 아이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로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도 불평등을 겪지 않아 기죽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어린 아이에게 불평등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일은 없다. 더욱이 사회구성원들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주는 것은 민주주의사회라면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보편 원칙이다. 그것이 버젓이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다.
부유층 자식들이 서울대를 점령하기 시작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대의 문은 치솟는 사교육비와 족집게 과외비를 충당할 수 있는 부유층에게 넓게 열려 있다. 이에 뒤질세라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이 집안 출신배경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음이 의혹의 수준을 넘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 땅의 교육계 귀족들은 사회구성원들을 입시지옥의 질곡에 집어넣는 것만으로 부족하여 강남의 부유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린 학생과 학부모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있다.

오늘날 경제적 자본과 부는 재산뿐만 아니라 교육자본까지 자식에게 대물림된다. 부, 권력, 명예가 사회귀족의 독점물이 되는 구조인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고 그런 용들조차 개천 시절의 기억을 상실한 채 사회귀족의 권위를 즐기며 교육을 통한 계층순환을 도모하지 않는다. 빈익빈부익부는 더욱 심화되고 열악한 사회안전망 아래 사회상태는 더욱 험악해질 수밖에 없다.

어린 사회구성원들을 잠도 제대로 못 자게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언뜻 교육을 통한 계층상승의 기회가 모두에게 열려있는 듯한 착각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경쟁은 이미 누구에게나 열려있지 않다. 부유층 자식들이 승자의 모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구성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치열한 경쟁과정은 계층의 고착화와 대물림을 보이지 않게 가리는 거짓 속임수에 가깝다. 동시에 경쟁에서 승리한 자의 지배를 받아들이도록 작용한다. 교육과정 자체가 이미 인권침해 과정이니만큼 인권을 침해하는 지배까지 받아들이도록 하며, 학교에서 강조되는 질서의식과 더불어 ‘경쟁에서 이긴 자의 질서에 승복하라’는 명령에 자발적으로 복속하도록 한다. 사회귀족의 대물림 지배가 사회구성원의 비판과 견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다.

사회귀족은 비용을 투자했고 경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누리는 특권을 당연한 보상인양 인식한다. 사회적 책임의식을 찾기 어렵고, 비판과 견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오만과 뻔뻔함을 내면화한다. 귀족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하는 능력도 없다. 지난 반세기 동안 머리 좋다는 학생들을 긁어모은 위에 특별법으로 특혜를 받은 서울대의 국제경쟁력이 세계 150위권 밖에서 맴돌고 있는 실정은 대부분의 사회귀족들이 자랑하는 학벌이라는 교육자본이 국내경쟁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보잘것 없는 것임을 가르쳐주고 있다.

능력도 부족하고 사회적 책임의식도 없는 사회귀족들의 대물림 지배구조. 그러나 이 땅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모두 내 자식만의 계층상승만을 도모한다. 그러면서 이 사회의 불평등과 모순 구조를 불평 속에서 받아들인다. 그것은 마치 로또복권 횡재의 기대와 상상 속에서 오늘의 잘못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보통 사람의 자식이 스카이(S.K.Y)대학을 통해 사회귀족의 반열에 입문할 가능성은 학부모가 로또복권에 당첨될 가능성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금 이 땅의 학부모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분노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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