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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
그것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위로일테지.
아마도 그녀에 대한 위로라기보다는 스스로를 향한 쓸쓸한 미소이리라.
1
그녀를 다시 만난건 어느 한적한 저녁 무렵이었다.
태양은 오늘도 어김없이 어둠의 아가리에 집어삼켜져야 하는
무조건적 운명의 굴레에 빨려들어가며 붉은 침묵을 방류하고 있었다.
무조건적 운명의 굴레.
그것은 약동하는 섭리이기도 했으나
저항 할 수 없는 처연함으로서
모든 것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 할수 없는 침묵에 압도당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흡사 끝 없이 生의 가지를 뻗어온 근원적 의지와도 같이
운명이 '툭'하고 내앞에 또다른 몽우리를 터뜨린 것이다.
그녀였다.
시야의 끝자락에서부터 내 의식을
자극해 오고 있는 가녀린 육체, 희미한 영혼, 은근한 떨림,
분명히 그녀의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어여쁜 흔들림은
점점 가까이 다가와 분명히 내 눈앞에 이르러 있었다.
"안녕?"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늘 눈빛으로 이야기 했으니까.
언제나 날 미치게 했던 그 눈빛.
그녀는 항상 소리없고 은은한 울림으로 날 미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말을 할 수 없는 그녀만의 최대 매력이었는지도 모르겠군.
어떻게 할까?
1년이라는 길지 않은, 하지만 무언가 변해버리거나 상해버리기엔
부족할 것도 없는, 그런 누르죽죽한 세월이 흐른 뒤였는지라 낯선 고민이 들었다.
예전처럼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이미 그녀는 나를 한번 떠났다.
생각했다는게 멋쩍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살짝 웃으려는 듯 보였다.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도 손을 내밀었고
우리는 불타야만 하는 저녁 노을의 위대한 운명 아래에서
그렇게 어색한 악수로
또 다시 피어난 작은 비운에 굴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