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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오는 내내 마음이 심란합니다.


무언가 발을 담그지 말아야 할 곳 한 가운데 서 있는 기분도 들고, 

전혀 의도치 않게 어떤 일에 휘말려든 찜찜함도 나고 그렇습니다.


평소 저희 모친이 저에게 해주셨던 말씀 중에

"귀신 얘기나 영가 얘기 함부로 하지 마라. 지네 얘기하면 관심 가져 준다고 좋아해서 그 사람 주위로 쓸데없는 영가 꼬인다.  
 살아있는 사람이 자꾸 죽은 사람 얘기 꺼내서 좋을 거 하나 없다"   

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쓸데없는 장난을 치다가 모친에게 들켜서 야단도 참 많이 맞았습니다.


제가 군대 있을 당시에 내무반에서 동전 귀신이 유행하던 적이 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하지만 그때는 혈기왕성하고 시커먼 남정네들이 내무반 안에서 할 게 없으니 그런 짓이라도 하고 놀며 시간을 보내던 적이 있었어요.


한참 내무반에서 동전 귀신 놀이를 하고 집에 외박을 나갔는데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머니가 소파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그때 어머니 머리맡에 가서 "어머니 저 왔어요" 라고 말씀 드리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시는 거예요.

그러시더니 갑자기 "너, 요즘 어디서 뭔 짓거리 하고 다니냐?" 며 야단을 치시는 겁니다.

"무슨 짓거리? 군바리가 무슨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녀요? 삽질밖에 더 했겠어?" 라고 말씀 드리는데

갑자기 부얻에서 팥을 한웅큼 주워 오시더니 저에게 팥으로 강 스매싱을 날리시는 겁니다. ㅜㅜ

그리고 소금을 쥐시더니 현관 문을 열고 한웅큼 뿌리시더군요.


제가 갑자기 왜 그러시냐고 여쭤보니 소파에서 주무시고 제 목소리가 들리는데 제 뒤로 뭔가 시커먼게 달려서 들어 오더래요.

그 느낌이 음산하고 기괴해서 쟤가 또 어디 다니면서 뻘짓하고 돌아 다녔나? 라고 생각하셨답니다.


우리는 흔히 영가를 본다거나 귀신을 본다면 싸잡아서 '신내렸다' 라는 무지몽매한 정의를 내리는데 그렇지 만은 않습니다.

불가에서는 여러가지 정의를 하죠.

경전을 많이 공부 했다거나, 식이 맑다거나 등등의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성함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동국대 총장을 지내신 어떤 스님의 글에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라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었습니다)


'식을 맑게 하고 3년 공부를 하면 전생이 보이고 3년 공부를 하면 현생이 보이고, 3년 공부를 더하면 내세가 보인다'  


라는 글귀를 본적이 있습니다.


어쨋건 이 얘기는 이번 주제와 별 상관이 없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가 절에 왔다갔다 하다 겪게 된 이야기들도 들려 드리겠습니다.


 

각설하고,

 


그날 백뚱이 그러더군요.


"오빠는 오빠가 왜 탤런트 언니랑 만났는지 모르지" 라길래

"왜 몰라 내가 채팅방 만든 죄로 만났지" 라고 말했습니다.


"ㅋㅋ 오빠 사람 인연이라는게 그렇게 단순한 거 아냐" 라고 하더군요.


"그럼 니가 재 굿 같은거나 재한테 붙어있는 나쁜 귀신한테 천도제 같은거 좀 해주면 되겠네"

"뭐,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라고 말을 하다가 갑자기 절 보면 씨익 웃는 겁니다.

 

아, 써글뇬 무섭게.

 

다시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뒤헝클어지기 시작합니다.


"아무튼 오빠, 사람은 자기한테 도움이 되는 사람한테 본능적으로 끌리기 마련이야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라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더니 제 팔짱을 끼며 얘기합니다.

"오빠 추운데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리 술이나 한잔 더 하러 가자"

그녀에게 팔을 잡힌채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제가 말했습니다.

"너 솔직히 말해봐? 술이 목적이냐? 내 몸땡이가 목적이냐? 한번 달라는 거지?"

라고 말하자 살짝 저를 흘겨 봅니다.

"어휴, 말하는 것 좀 봐 저질"

"저질은 지금 니 대가리에 들어가 있는 게 저질이지. 너도 번호표 받고 기다려. 지금 나한테 한번 달라는 애들 순번대기표 들고 강남역 앞에 줄 서 있어. 너 지금 받아가면 143번이야. 원래 145번인데 두명은 줄서서 기다리다 지쳐서 시집가서 143번이야ㅋㅋ"

"아휴, 관둬라 관둬. 드럽게 비싼척 하네"

라며 제 팔을 휙 뿌리치더니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세웁니다.

택시 문을 열더니 뭔가 생각 났다는 듯 뒤돌아 서서 말하더군요.


"오빠 참, 내가 인심써서 말해 주는데 당분간 물 조심해."

 
엉? 물? 뭔 물?? 이 북풍한설 몰아치는 엄동 설한에 내가 수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나이트 물인가? 라는 개떡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녀가 한 마디 더 합니다.


"그리고 오빠 싫어도, 조만간 나한테 다시 연락하게 될 거야"


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총알택시를 타고 총알처럼 사라집니다.

 

햐~ 이거.  나쁜 뇬……………쌍금탕 같은 뇬…………뭔 말을 해주려면 다 해주던가.



안 준다고 삐지는 밴뎅이소갈딱지 같은 뇬.



시간이 늦어 한산해진 방배동 거리에 연말의 분위기를 알리는 조명등이 반짝거리는데, 그 가운데 혼자 서서 멍하게 넋이 나가 백뚱이 사라져간 도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서서 생각하고 있자니

채팅방의 어떤 일정한 주파수가 우리를 모이게 만들었나? 라는 생각도 얼핏 들고,

아니면 어떤 강력한 인연의 끈이 있었나? 내가 알지 못하는 전생 같은 거?

라는 생뚱한 생각도 들고 참 심란해지더군요.

 
그때 이런 저런 감정들을 제외하고 탤런트에게 드는 감정은 사실 측은함이 가장 컸습니다.

아니,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측은함에서 애잔함으로 감정이 전이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애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걸 솔직하게 얘기했을까?


또 대체 어떤 일들을 숨기고 있나?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뭔가 찜찜함이 계속 남는 거예요.

무언가 찜찜함과 공포심은 사라지지 않고, 그렇다고 딱히 내가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머릿속이 정돈되지도 않고 그래서 한동안 그 친구들의 전화나 문자를 좀 피했습니다.

부딪혀서 이길 수 없다면 해결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비겁하지만 잠시 도망가는 게 제일이지요. (36계 줄행랑)


그 이후부터 문자 답장도 잘 안 해주고 전화오면 좀 바쁘다 그러고 그런 식으로 나름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발신자 번호 서비스가 아직 시작하지 않을 때였거든요.

아마 제 기억에 그 당시에서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발신자 번호 표시 서비스가 시작된 걸로 기억합니다.


어느날 퇴근 시간을 조금 남겨두고 전화가 온 거예요.

일단 전화를 받았죠.

지금처럼 발신자 서비스가 되거나 했으면 받지 않았을 텐데.


"오빠 뭐해?"

라고 말을 하는데 탤런트였습니다.

"어? 어…..나 회사지 지금 일하는데?"

"그래? 그럼 나 오빠 회사 앞인데 오빠 언제 퇴근해? 늦더라도 나 이 근처에서 기다릴게"

라고 말하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뚝' 끊습니다.


하 이거, 난감 하더군요.

'늦더라도 기다린다는' 말에 어떤 결기 같은 게 느껴지길래 일단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일을 정리하고 나갔습니다.

만나서 어디로 갈까? 라고 이야기하다 또 결국 우리에게 익숙한 방배동 카페 골목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밥을 먹자고 얘기하니 그냥 술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술을 먹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는데

남자친구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며칠 전에 결국 헤어졌다는 거예요.

저번에 둘이 보자고 했던것도 그런 문제들로 의논하고 얘기도 듣고 싶어서 만나자고 했던건데 여차여차 하다 그렇게 넷이 모이게 됐고 그래서 말을 못 꺼낸 거랍니다.

 
이때 탤런트와 같이 있으면서 얼굴에 화상입은 여자에 대해 물어볼까 말까 굉장히 망설였었습니다.

그런 일련의 일들이 최근, 혹은 몇 년전에 일어난 일이고, 그리고 설령 그런 일들을 탤런트도 알고 있다면 스스로도 굉장히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단 입을 다물고 있었죠.


그런데 평소에 넷이 만나면 술도 많이 먹지 않던 아이가 굉장히 빨리 마시는 겁니다.

거의 '흡입' 수준으로 들이 붓는 거예요.

사실 저는 대충 몇잔 흉내만 내다 슬쩍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슬슬 건배하고 같이 원샷까지 해야 한다고 강짜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젠장

 

 

 

그렇게 소주 병이 한병, 두병 늘어가니 이게 웬일인지 탤런트가 점점 여자로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알코올의 힘은 귀신보다 위대합니다.)

넷이 있을때는 서로 장난치고 낄낄대느라 몰랐는데 의외로 둘이 오래 있어보니 생각도 많이 바르고 생활력도 강하고 그렇더군요. 하물며 늘씬하고 이쁘기 까지 한데 가슴은 비……….아, 이건 아니고.


그렇게 둘이 꽤 많이 마셨던 것 같습니다.

알코올도 들어 갔겠다.

슬슬 여자 향이 코를 간지럽혀 오겠다. 

그 때 이미 탤런트만 보면 느끼지던 공포심은 이슬방울 속으로 익사해 가고 있었죠.


1차 자리를 파하고 슬슬 일어나 밖으로 나왔는데 둘이 서 있으니 기분이 야리꾸리한 겁니다.

먹을만큼 먹어서 배도 부르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탤런트가 "오빠 추워" 라고 말하길래 어깨를 감싸 안아주고 걷는데 애가 큰 키와는 달리 어깨가 갸날퍼서 한팔에 쏙 안기는 거예요.

 


어휴 야…………….이거 정말. 

 


샴푸 냄새는 슬슬 코를 간지럽히고.  코에 침, 코에 침…

 

 

"이제 어디로 갈까?" 라고 말하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니

 

 

혹, 비…비…비디오 방이 보이는 겁니다.

 

 

근데 이게 막상 비디오 방 가자는 말이 안 떨어지는 거예요. 

그때 시간이 열시도 채 안 된 시간이었는데 그때 '비디오방 가자' 라고 얘기하면 남자들 목적은 결코 비디오가 아닌 거잖아요.



아 씨, 이거 머리 아프게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일반적인 여자애들 같았으면 그냥 쿨하게

"야, 비디오나 한편 때리러 가자"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텐데,

탤런트 얘한테는 뭐랄까, 쉽게 다가가고 행동할 수 없게 만드는 포스 같은 게 있었기 때문에 계속 망설여지더군요.

 

'비디오 방 가자 그럴까? 아냐 그럼 얘가 날 음흉하게 보지 않을까? 아냐 비디오 보러 가자는게 뭐 어때서? 
 아냐 그래도 비디오 방은 비디오 보는 데가 아니잖아? 응? 에이 뭐. 세상이 다 그런거지. 응? 응? 말이나 한번 해봐?'

 

둘이 같이 걸으면서 뭐 이딴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남자답게 큰 맘먹고 말을 했어요.

 

 

 

"우….우리…저….저…앞에 있는……비……비디오방…….아, 무…물론...영화만 보……...주물럭은…ㅎㅎ………."

 

 

"오빠 우리 저기 있는 모텔가서 방 잡자"

 

 
5편
그리고 그 날,

모텔에 들어간 제게 살면서 두번 다시 생각하기 싫은 헬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방배동에 위치해 있는 모텔 방은 작고 허름하더군요.

아니 명색이 방배동인데 방은 왜이리 작고 허름해? 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조도 옛날 모텔 구조인걸로 보아 신축이 아니라 리모델링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더 어이가 없었던 건 방 벽지가 온통 검정색이에요.

벽지도 검정색, 창문도 검정색. 모텔방인지 귀신의 집인지.


그렇지만 그 당시에 그딴게 중요한게 아니죠.

벽지가 검정색이면 어떻고 빨간색이면 어떻겠습니까? 설사 벽에 똥칠이 돼있다 해도……그건 아니지만.

 

여튼.

 

웬일로 술을 오버 페이스로 마셔버린 그녀가 따뜻한 방안에 들어가자 술이 올랐는지 코트까지 다 입은 상태에서 침대로 풀썩 쓰러집니다.

"야야. 더운데 코트는 벗고 누워" 라고 말하자 코트를 벗습니다.

저도 겉옷을 벗고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걸터 앉았습니다.

"오빠 나 옆에 누워서 좀 안아줘" 라고 그녀가 말합니다.


그때 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죠.

아잉…들어오자 마자 이러는건 너무 빠른뎅……좀 더 있다가 얼레벌레 진행돼야 정상인데 아잉 깍쟁이…….

뭐 이딴식의 주접을 속으로 떨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말이죠.


그렇게 둘이 침대에 누워 그녀에게 팔배게를 해줬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흔히 남자들이 이야기하는 멘트를 하나하나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나 옷 입고 있으니 불편하다. 겉옷 좀 벗을게."

그리곤 제 겉옷을 벗었습니다.


훌러덩~ 훌러덩~~


"오빠, 겉 옷만 벗는다면서 팬티는 왜 벗어?"

"응? 엇? 아, 미안 습관적으로"

"어? 습관? 오빠는 팬티까지 벗는 습관이 있어?" 라고 이야기 하며 깔깔댑니다.


그러고 그 상태로 또 한참 이야기하다


"너도 벗어" 라고 말하자

"왜 난 안 불편해" 라고 말합니다.


"넌 안 불편한데 니 옷에 자꾸 내 젖꼭지가 쓸려서 아프잖아. 내 소중한 젖꼭지 까진다구"

라고 주접을 떨자 그녀가 웃으며 옷을 벗습니다.


"야, 브래지어도 벗어야지 브래지어에 쓸리니까 더 아프잖아"


라고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결국 저희는 훌러덩으로 남았습니다. (알*몸이 금칙어라는군요. 표현을 살짝 바꿨더니 아주 저렴해졌어요) 


수많은 여자 경험을 해 봤지만(응?) 그날 서로 나신이 된 채 그녀와 포옹하던 순간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아왔던 몸 중에 가장 예쁘고 아름다웠던 몸이었거든요.


그리곤 뭐 다 예상하시는 대로 자연스럽게 패팅의 단계가 이어졌죠.


한참 패팅이 무르익어 가는데 그녀가 제 손을 잡습니다.


그러더니


"오빠 근데 나 할말 있어" 라는 거예요.

 
"지….지금….할말이 문제가 아닌데? 엉? 말은 좀 있다 질리도록 하자" 라고 말하는데 그녀가

 

 

"오빠 나 사실 아직 남자 경험이 없어"

 

 

"그..그래….경험이 없……….잉? 응? 뭐? 이 뭔 소리야"


갑자기 머리 속이 하얘집니다.

그때 그 순간 만큼은 그 말이 귀신보다 더 무섭더군요.

 
"정말이야? 야 너 전 남친을 6년이나 사겼대매"


"응, 그렇긴 한데 결혼 전에 관계 가지기 싫어서 경험은 없었어"

 

 

오 신이시여. 욕좀 해도 되겠습니까?  이런 ㅆㅏㅇ닞;ㅓ라인ㅁ;라인;므라ㅣㅇㄴ;ㅡ마ㅣ

 

 

"나도 오빠랑 이렇게 끌어 안고 키스하는 건 너무 좋은데 관계를 가지는 건 좀 그래"


"아, 그…그래 뭐 그렇지, 근데 내 소중이는 뭔 죄라고" 

 

 

돌이켜 보면 그 아이도 남자의 신체에 대해 참으로 무지했던 거죠.

그 상태에서 아이들처럼 손잡고 이야기만 하다 잠만 자자니.

 

 

그런데 정말 그 상태에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제가 그냥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는 잠을 자지 못한지 몇 개월 됐다는 거예요.

밤마다 꿈에 화상 당한 여자가 나타나서 괴롭혔기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잔게 언제인지 기억나지도 않는답니다.

수면제를 먹어도 잠을 못 잔대요

그래서 옆에 누군가 있어주면 혹시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는군요.

그 대상이 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답니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마음이 많이 측은해지더군요.

많이 안쓰럽기도 하고.


제가 그랬죠.

"붕가붕가를 하면 피곤해서 한방에 잠들텐데."


"응? 오빠 뭐라구?"

"아….아냐… 그래 오늘은 내가 옆에서 꼭 안아줄 테니까 잘 잠들 수 있을거야:"

라고 말하고 꼭 안아줬습니다.


"근데 오빠, 이 딱딱한 건 어떻게 해야되는 거 아냐?"


"어? 어 이거, 이건 그냥 버스 손잡이다 생각하고 그냥 잡고 있어줘. 실제 버스 탄 것 처럼 흔들흔들해도 돼"

 


ㅜㅜ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곧휴를 곶추 세우고 있는 제게 그 얘기들이 귀에 들어올리가 있겠습니까?

남자들은 다 동감하겠지만 그때 이미 온갖 성적유희는 다 한 상태였거든요.

그 상태에 결정적으로 그녀 몸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그러고 있었으니, 

이건 마치 메시가 상대진영 골키퍼 앞에서 문전 쇄도 드리볼만 하다 "메시야 김치찌개 끓여 놨다 집에 와서 밥먹어라" 라는 모친의 얘기를 듣고 슛은 안 쏘고 "네 엄마" 하고 밥 먹으러 집으로 가버린 것과 진배없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그때 제 머리속에는 빨리 얘를 재우고 화장실 가서 위행위자나 하고 와야겠다. 라는 생각만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때 결정적으로 제가 마음을 고쳐 먹었던 결정적 계기가 글을 쓰다보니 생각나는군요.

한참 문전 드리볼 실랑이를 할 때 그녀가 그랬었습니다.

"오빠 그렇게 원하면 내 안에 들어와도 돼. 근데 정말로 나 책임져 줘야 돼. 그럼 해도 돼"

라고 말했었죠.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냥 단순히 남자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또 다르게 생각해 보자면 그렇게라도 저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단순한 말 한 마디에 느닷없는 갈등의 쓰나미가 저를 집어 삼켜 버린거죠.



저는 누나가 있는데 어린 시절 누님의 학교 친구 중에 사주를 기가 막히게 잘 보는 친구가 있었어요.

뭐, 어느 학교나 귀신을 잘 보네, 사주를 잘 보네 이런 구라질로 나름대로의 영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싶어하는 여자 아이들이 많은지라 누나가 그렇게 얘기할 때 웃어 넘겼었는데,

근데 그 친구가 나름 유명해져서 선생들도 데려가서 사주를 물어보고 교장도 데려가서 물어보고 할 정도로 용하게 맞췄다는군요.

어느 날 제 사주를 보여 줬더니 대뜸 "동생이 여자야?" 라고 하더랍니다.

"아니, 내 동생 남잔데?" 라고 하자

"이건 꽃 사주인데? 이상하네. 여자 사준데, 아님 앞으로 니 동생 주위에 여자가 끊이질 않겠다" 라고 말을 했다는 겁니다.


또 어느 날인가 모친이 대구에 있는 절에 가실 때 따라간 적이 있었어요.

그 때 그 곳에 묘적스님이라고 굉장히 유명하신 비구니 스님이 계신데 어머니를 따라온 저를 보자 마자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이구야, 저거 남자 놈이 눈 웃음이 저리 많아 우야뇨, 지 가지고 나온 사주도 만만찮은데. 
 니는 앞으로 평생 여자 조심하고 살아야 한데이. 새겨 들어라" 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황망해하던 기억도 나는군요.


뭐, 그렇습니다.

어쩌다 얘기가 이쪽으로 샜는지 모르지만,

제 인생은 그 두분의 '축복'(?) 으로 인하여 온갖 여자들로 점철되어져 있습니다.

 

암튼,



평소 다른 여자 같았으면 아마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오빠, 나 책임 져야 돼" 라고 말했다면,

"그럼 당연히 내가 니 오늘을 책임줘 줘야지, 그러니까 너도 내 소중이를 책임져 줘" 라는 개드립을 치며 거사를 치뤘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어요.


나름 당시에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흔히 말하는 '선수' 였는데 말이죠. (그 당시 그 단어가 유행이었지요)


그때 그녀가 "나 책임져 줘야 돼" 라는 말에 순간적인 공포를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날 제 이성이 본능을 순식간에 제압했다고 봐야죠.

 
문득 저 말을 듣는데 자신이 없는 거예요.


그러면서 본능의 끈을 '툭' 놓아 버린 채 '내가 얘를 책임질 수 있나' 라는 하나마나한 밥통 같은 고민의 나락으로 훅 빨려 들어가 버린 거죠.


암튼 그렇게 모든 마음을 비우고 그녀의 등을 토닥 거리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동안 잠도 못 잔데다 술까지 많이 마셔서 그녀도 피곤했는지 스르륵 잠이 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뭐야? 잘만 자네' 라는 생각으로 계속 그녀를 토닥토닥, 만짐만짐(?), 하다가 한 십여분이 흘러갔습니다.

슬슬 화장실로 가서 위행위자를 하고 올까 라고 생각 하고 있을 때 쯤 갑자기 그녀가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몸을 움찔거립니다.

 
'어? 뭐지 얘 왜 움찔 하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으….으….어…..어……"

 

그 순간 갑자기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그러더니 갑자기 "저리가, 저리가" 라고 소리 지르면서 고개를 도리깨질을 칩니다.

마치 싫어하는 사람이 얼굴 들이밀면 피하 듯이 말이죠.


정말 그때 소름 돋더군요.

온몸에 닭살이 순식간에 꼬끼오 하고 올라옵니다.


"너 왜 그래? 응? 일어나봐" 라고 몸을 막 흔드는데도 일어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그 상태로 계속 소리를 지르면서 몸부림을 치는 겁니다,


"으아아악  저리가 저리가"

 
와 진짜 말로만 들으며 긴가민가 하던 일들이 눈앞에서 진짜로 보고 있자니 너무 무섭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깨를 잡아 세우고 세게 흔들었죠.

"야야.. 정신차려 보라구. 일어나"

앞에서 붙잡고 있던 저까지 마구 밀어내던 그녀가 그때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립니다.

그러더니 멍하게 저를 쳐다보다 현실감각이 돌아 왔는지 '흐윽' 하며 흐느끼기 시작합니다.

그 상태로 가만히 그녀를 안고 있어줬죠.

"너 정말 많이 힘들었겠구나" 라고 말하니 제 품에 안긴 채 계속 웁니다.

그렇게 또 안고 머리를 토닥이며 괜찮다, 옆에 내가 있지 않냐, 걱정마라 뭐 이런 말들로 안심 시키며 시간이 좀 지나니 다행히 또 다시 호흡이 점점 잦아듭니다.

호흡이 또 쌔근쌔근하게 규칙적으로 돌아오길래 '휴, 그래도 다시 잠들었네' 라는 생각을 하는 그 순간,

 

또 다시 몸이 한 번 움칫거리는 겁니다.

 

아, 이거 정말 그 때 저도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던지 그 아이가 흠칫 몸을 떨자 저도 같이 몸이 흠짓 놀랍니다.


그리고는 아까 그 몸짓이 반복되는 거예요.

 

"으….으….으어어……..안돼…안돼"

 

이거 깨워야 하나? 어째야 하나 막 고민 하려는 순간 또

 

"안돼 오지마 오지마" 라며 몸에 마구 경련을 일으키는 겁니다.

 

아!

 

이런 거구나.

 

이런식으로 괴롭힘을 당하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래 잠들어 있다가 그런 꿈을 꾸는게 아니라 스르륵 잠에 빠져들기 시작해 약 10~15분 정도 지나서 바로 꿈에 그 여자가 나타 나는 거죠.

그런데 이상한 게 흔들어 깨워도 잠이 바로 안 깨는 거예요.

한참을 일어나라고 흔들어도 잠에서 깨지는 않고 계속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치는 겁니다.


그런데 상체를 붙잡고 계속 흔드는데 눈이 반쯤 떠져 있는 거예요.

그 상태에서 동공이 위로 올라가 흰자만 보이는 상태에서 그런 발작 비슷한 상황에 빠지는데 저도 온몸에 공포감이 휘감기는 겁니다.


제가 너무 답답해져 귀에다 대고 "야 일어 나라구" 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자 그제서야 다시 잠이 깹니다.

이거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더군요.

일어나서는 또다시 공포에 몸을 덜덜덜 떨면서 울고 있고.

저는 옆에서 또 다시 끌어 안고 토닥여주고 있고.


"그럼 여태 까지 매일 이런 밤을 보낸거야?" 라고 말하자 울면서 고개를 끄떡거립니다.

어휴 정말 뭐라고 해줄 말이 없더군요.

그 상황에서 뭐라고 해줄만한 상황이고 뭐고가 없죠. 저도 이미 겁을 잔뜩 집어 먹은 상태니.

그 때 해줄 수 있는 건 꼭 끌어 안고 토닥여주는 일 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쯤 되니 화장실가서 위행위자에 대한 생각은 저 먼 안드로메다로 안녕한 상태죠.


"일단 그냥 조용히 이렇게 있자 내가 꼭 안아줄게" 라고 얘기 하고 그녀 등을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다시 조금씩 울음소리가 작아지고 다시 그녀의 호흡이 정돈 되어갈 무렵이었습니다.

 

 

왜 그런 현상 있죠.

 

 

정말 편안한 내 방에 있는데,

혹은

정말 익숙한 어느 곳에 있는데 갑자기 어? 여기가 어디지? 라는 묘하게 낮선 느낌이 든다던지,

혹은 처음 와본 방인데 뭔지 익숙한 기시감이 든다던지.

 

 

그렇게 그녀를 안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나는 왜 여기서 이 아이를 안고 이러고 있을까?'

'근데 이 방은 왜 이렇게 낯이 익지'

'아냐 가만, 여기가 어디쯤 이었지?'

'모텔방은 왜 이렇게 다 까만 걸까? 이상하잖아?'

 

라는,

 

갑자기 시공간이 묘하게 뒤틀리는 듯한 이상한 느낌에 빠져 드는 겁니다.

 

 

밖은 분명히 일반 도로라 시끄러워야 할텐데 원인을 알 수 없는 조용한 침묵이 지속되고 있고,

방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한 침묵이 괴괴히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때 갑자기

 

화장실에서

 

'똑, 똑' 하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어? 웬 물방울 소리지? 아까 샤워 할 때 물을 제대로 안 잠궜나? 아닌데 좀 전 까지는 안났잖아?'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여러분은 환청 들어 보셨나요?

 

그 때 들었던 소리가 환청인지 아닌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보통 '환청' 이라 하면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라거나 '이명 현상 때문에 일어나는 잘못된 착각' 같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날 들은 소리는 '잘못된 착각' 이라거나 '무엇인가 이상한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정말 정확하고 똑똑한 소리로 들은거죠.

 

 

 

화장실에서 나던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조금씩 빨라집니다.

 

'똑………….똑……….똑…….똑…..똑…똑..똑똑'

 

그러더니 그 소리가 누군가 샤워하는 소리로 바뀌기 시작하는 겁니다.

 

옆방에서 나는 소리나 잘못된 소리를 듣는게 아니라 분명히 우리 방,

분명히 내가 좀 전에 다녀온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인 거예요.

 

온몸에 털이 곧추 서고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지금 뭐가 잘못 된거지' 라는 생각이 온통 내 몸을 지배하고 뒷골이 묵직한 상태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겁니다.

 

 

'이게 뭐야? 이게 뭐야?' 라는 생각만 들고 있는데 조금씩 샤워 소리에 맞춰 여자의 노래 소리가 허밍으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흠~~~~~흠흠~~~ 흐음~~~~~~"

 

 

 

'어떡하지? 일어 나봐야 하나? 얘는 지금 잠든 걸까? 아까부터 안 움직이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데

엇, 몰랐는데 그녀 등이 식은 땀으로 온통 축축하게 젖어 있습니다.


'얘는 안자나? 미동도 안하는데 지금 우리가 위험한 상황 아닌가?' 라는 생각에 그녀의 귀에 입을 가져가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데

그녀가 갑자기 제 팔을 꽉 움켜 잡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저한테 나지막이 이야기합니다.

 

 

 

"오….오빠…….제발…….그냥 나 좀 안아줘."   

 

그녀도 부들 부들 떨고있는 겁니다.

 

 

그 순간,

 

 

물소리가 멈췄습니다.

 

 

저희는 서로 식은땀이 범벅이 되어 숨죽인 채 서로 부둥켜 안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에서

 

 

 

 

 

'잘박' 하고 걸어 나오는 소리가 화장실에서 납니다.

 

 

 

 

 

 

 

 

 

 

 

==========================================================


아이고, 주말 주주 브링핑 자료 준비해야 하는데 글 쓰느라 자료도 아직 못 만들었어요.


빨리 만들고 주 마감해야 하는데, 

주말에 쓰려 했는데 그래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나름 최대한 길게 써서 올립니다.


사실 저 때 일들은 그날 이후 두번 다시 생각하기 싫어 기억 속에 뭍어 뒀었는데.

다시 한번 상기하니 저도 뭔가 아련 하네요. 왜 그랬을까? 후회되는 부분들도 많고.

잊고있던 그 시절 추억도 많이 생각나고,


암튼 일 좀 하고 와야 될 것 같습니다.


아 참! ㅋㅋㅋ 어떤 분이 물어 보시던데…..

이 글은 실화 입니다. ㅋㅋ 전 머리가 나빠서 이런 디테일한 플롯을 가공해 낼 능력은 없어요. ㅋㅋㅋㅋ






출처 : 짱공유 hyundc 님

오유펌
엮인글 :

더치베어

2013.11.29 09:11:17
*.111.214.44

헐.. 진짜 오싹했어요

DandyKim

2013.11.29 11:31:58
*.118.59.18

소름 돋았어요. 후돌돌

거제두더지

2013.11.29 16:23:45
*.33.160.94

우와 무섭ㅜㅜ

고..냥★KO★

2013.11.30 15:25:01
*.196.182.26

무셔워.. 담음편 어찌 본대여...ㅠㅠㅠ

암거나휘끼휘끼

2013.12.03 15:58:30
*.33.115.195

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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