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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_ _) 헝글대표눈팅족 일카 입니다!
창밖으로 소복소복 쌓이는 눈을 보다가
마음이 싱숭생숭 해 졌는지;
문득 잃어버린 것들이 몇 개 생각나서 시간 나는대로 적어보려 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해 보려하니
역시, 가볍게 읽어주시길 부탁드리면서!
이제 다시 달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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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찌질해서인지 ㅠㅠ);;
한 물건을 굉장히 오래 쓰는 편이다.
또 어렸을적 워낙 힘들게 자란지라
쓸모없는 물건 조차 함부로 잘 버리지 못하는데,
그것이 특히나 애착이 가는 물품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예를 들면,
벌써 10여년도 더 훌떡 지나간 이야기지만,
고등학교 때 잠깐 농구부 생활을 했던 나는
그때 신었던 And1 신발을 지금도 길거리 농구할때 가끔 신는다.
(농구 매니아 분들이시라면 And1 신발의 그 튼튼한 아웃솔과 내구성은 잘 아실것이다;
그당시에도 굉장히 비쌌던 나이키 ㅠㅠ 조던형님모델 같은건 쳐다도 못봤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같이 운동하는 동생들이 -_-; 그 신발을 보고
어디 길거리표 시장에서 사온줄 알았다고 한다;
지금에서야 줌블, 줌코비, 르브론1.2.3.4.5, 플파짓, 아디티맥 등등
많은 농구화를 수집하고 가지고 있지만!
(이 이름만 보고 무슨 농구환지 아는 분이 있다면, 당신도 농구 매니아! -0-)
나의 And1은 아웃솔이 다 닳아버려 발목이 살짝 뒤틀려버릴때도 있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친구처럼 ^^
아직도 그 신발만큼의 편안함을 나에게 안겨주는 신발은 없다.
또, 예를 들면
혹시 '이스트팩' 이라는 백팩 브랜드를 아시는가?
얼마전에 봤던 '응답하라 1997' 에 나왔던 그 가방!!
한때 쟌스포츠와 함께 초중고 학생 모두의 등을 책임졌던 - -)b
바로바로 그 브랜드의 백팩!!
최근에서야 다시 각광받고 여러사람들이 메고 다니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꾸준하게;;
중학생때 -.-; 초록색 이스트팩!
고등학생때도 ㅡ.ㅡ; 연두색 이스트팩!! (같은 가방인데 물이 조금 빠졌다;)
심지어 대학생때도 당당히 ㅡ.ㅡ;; 황갈색 이스트팩(같은 가방인데 완전 다른색이 되어버렸다;;)
을 메고 다니며 -_-;; 사람들의 시선을 자주 받았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나름 가죽도 들어가 있고, 구제스럽게 물이 빠져서
사람들이 노숙자 보듯 피하고 그러진 않았다 ㅠㅠ);;
그냥 그 가방을 메면,
몇 년이나 함께 했던 익숙한 어깨끈과 가방의 감촉이 참 좋아서
다른 가방이 있음에도 ^^ 유독 그것만 찾게 된거같다.
아무튼 나는 -_-);;; 부끄럽지만;;
그런 성격의 소유자 였는데,
얼마전에
우연한 기회에 지갑을 하나 선물받았다.
사용하던 지갑 역시 상당히 맘에 들었었지만
이미 수명이 닳을대로 닳아버린것이 눈에 보일만큼 헤지고 터진 녀석이라
'그래 ㅠㅠ 이제 널 보내줄게!!'
하는 마음으로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아마 나에게 지갑을 선물한 지인도
그것을 알고 -_-);;
'이제 제발 좀 그만 찌질해라! 이거 먹고 떨어져 -0-!!'
하며 더이상 못봐주겠다는 마음으로 준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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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 -
10년도 더 된 지갑을 정리하는데
화폐의 안쪽 안쪽 더 안쪽에서
온갖 잡다한 영수증들과
누구인지도 기억도 안나는 명함들 속에서
하나의 작은 편지조각이 떨어져 나왔다.
하얀 연습장을 찢어서 쓴 메모 편지 같았는데,
색이 누렇게 바래지고 말라버려
신경을 써서 펴지 않으면 찢어질만큼 오래 된 편지 였다.
조심스럽게 편지를 펴 보았더니
그곳엔,
'앞으로도 꼭 건강 챙기시구요!
이번 시합도 꼭 이기시고,
이거 친구분들하고 맛있게 드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라는 짧은 메모가 써져 있었다.
아!
누군지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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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한참 농구만 하고 다녔을 때,
왜 -_-; 그런거 있지 않은가;
괜히 운동복만 입으면 오징어도 괜찮아 보이고
어디 무대에만 서면 꼴뚜기도 훈남이 되는 그 후광효과!
나 역시 그런 덕을 좀 봤던 것 같다.
괜시리 운동하는 선배가 괜찮아보였는지,
한 여후배가 나에게 자주 음료수를 가져다 주며 진심어린 응원을 해 주었고
나 역시 그런 후배가 착하고 싫지 않아서
삐삐 -_-;; 로 서로에게 메시지를 주고 받았었다.
혹시,
아직도 삐삐의 음성메시지 제도가 기억나시는 분이 있는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음성메시지 확인은 1번!
1번을 누르고 나서
'한 - 개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했을때!!!!!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전까지의 그 두근거림이란!!!!!!!
((((쿵덕쿵덕쿵더덕쿵덕))))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 후배가 나에게 보내는 암호번호는 151004 였는데(1학년 5반 천사 -_-;;)
나 역시 그 후배의 메시지를 확인할때면,
수화기를 붙들고.
날씨가 추운데, 감기조심 하세요. -0-)
어제 친구들이랑 매점에 갔을때 멀리서 오빠 잠깐 봤어요. +_+)
이제 중간고사 기간인데 공부도 열심히 하세요. >_<)!
등등의 큰 의미없는 이야기임에도
수화기 넘어로 넘어오는 그 목소리를 몇번이나 다시 돌려 들으며
작은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떨림과 행복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_-;;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내 악독한 친구넘들 때문에 그 후배와 핑크빛 교류는 형성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그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
이녀석들은 그 후배를 볼때마다
'올~~~~~~ ㅡ0ㅡ) 일카오빠~~~~!'
한명이 선창하면,
'오오오올~~~~~~ -0-)-0-)-0-)-0-)~ 일카오빠, 안아주세요~~~!'
이런식으로 나머지가 따라하는,
그런 유치한 장난으로
나를 놀려먹기 일쑤였고
그땐 참 나도 학생때라 그랬는지...
그게 뭐라고 왜 그렇게 부끄럽고 창피했는지;
친구넘들과 같이 있을 땐 그 후배를 모른척하기도 했었고
심지어 인사도 받아주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ㅠㅠ 지금생각하면 정말 참 못난 행동이었다.
그런 것 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우리의 주고받는 삐삐 메시지도 미지근하게 되었고
후배와도 서서히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어느 겨울 날,
그 후배는 왠일로 다시 예전처럼
음료수와 먹을것을 바리바리 싸 들고 날 찾아와
저 쪽지와 함께 건네주고선
안녕히 계시라는 말과 함께 떠나갔다.
뭐 솔직히 그 이후의 일은 나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그날,
눈이 어마어마하게 내렸던 것 정도만 ^^.
딱, 오늘정도의 눈이 내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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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참 풋풋하고 가슴 떨렸던 예쁜 추억이지만,
그 당시엔 왜 그게 세상의 전부였던 마냥 고민하고 밤잠을 설쳤을까?
그리고,
그런것에 무뎌진 지금과는 너무나 다르게
순수하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고민하고,
행복한 순간엔 있는 그대로 행복함을 표현하고,
슬플 순간엔 있는 그대로 슬퍼할 줄 알았던,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던
순수했던 그때의 나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갑자기 툭 튀어나온 작은 편지와 함께.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잃어가고 있던 순수함을
눈과 함께 다시 찾을순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되는 오후 인 것 같다.
어차피 눈이 너무 많이와서 오늘 보드타러 가긴 힘들테니
집에 가는길에 옛 친구넘들이나 불러서
소주나 한잔 할 수 있는 저녁이 되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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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글들과는 좀 성격이 다르고
별로 재미가 없을만한 내용이라 죄송합니다 ㅠㅠ
그래도 요즘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거 같아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
헝글분들 모두 즐거운 겨울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 역시 일에 치이지만, 상황 되는대로 출격하며 겨울을 만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제 글이 언제나 그렇지만,
상황에 따라 나머지 잃어버린 것들은 가슴속에 묻어두는걸로;;;
그래도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그럼 오늘 눈이 많이 왔으니 혹시 운전하시는 분들은 모두 운전조심하시고,
이제 겨울 초반이니 남은 겨울도 모두 즐거운 보딩하시기를 기원하면서!
다음에 또 돌아오겠습니다! (_ _) 행복한 겨울 되세요!!
이스트백, 잔스포츠, 리바이스501버튼플라이, 사딕, get used, T2R
나이키에어포스 등등......
예전 고딩때 생각나네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