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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발,
같은 일상입니다.
대충 연차 짬밥으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일을 해치우고
전 같으면 끙끙댔을 어려운 과제도 이제 제법 요령껏 할 수 있게 되었네요.
근래 머릿 속에 유일한 고민은, 다름 아닌 비시즌;
근데 이상하다. 고작 비시즌 고민이 왜이리 피곤할까...
최근에서야 깨달았네요.
비시즌 고민이라 생각한 것이 실은 인생전환기 고민같은 거란 것을요.
그래서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고, 가볍지만 가벼울 수 없었다는 것을요.
예전 저희 사무실엔 하루 세 번 시계 알람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22시 따르릉 (이제 집에 가야지?)
24시 따르릉 (정말 가자)
05시 따르릉 (집에 가서 씻고나 나오자)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지만,
별 치열할 것도 없는 일에 나라라도 구할 듯 자못 비장하게 아등바등 했습니다.
물론 제 경우에 케파 부족과 바빠도 놀 거 포기 못하는 니나노 근성 때문이었을 거에요.
암튼, 수도 없이 날을 새고, 일하고, 공부하고, 놀고, 놀고, 놀고..
늘 잠이 부족해서 입병이 떠나지 않던 저는 입병치료제인 알보칠을 병 단위로 세며 살았습니다.
그 시절엔 뭐가 그리 바빴는지 전화 걸어놓고 통화대기 중에 일하다 전화 걸어놓은 걸 새까맣게 잊는 일도 일쑤라
여럿 복장이 터져나갔고, 실제로 저희 부모님은 경찰 신고 직전까지 가기도 -_-;;;;;
(그래도 의절하지 않고 옆에 있어준, 마음이 태평양 같은 저의 지인들에게 진심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문득, 그런 시절이 내 등 뒤로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서야 한 숨 돌리며 한 발 떨어져 스스로를 볼 수 있게 된 걸까요?
돌아보니 그게 다 제 흥에 겨워 했던 일 같습니다.
웃기죠. 이 나이쯤 되면 뭔가 근사한 고민을 하고있을 줄 알았는데
기껏 한다는 고민이, 갑자기 찾아온 자유에 어리둥절한 갓 졸업한 고3의 모습과 똑 닮았습니다.
일도 공부도 기본 문턱을 넘겼다 생각하니 갑자기 인생 목표가 없어진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래 이럴 때 왕창 노는 거지, 하면서 여가와 휴식에 몰입해보지만 무언가 불안하고,
'지금 편하다면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거겠지'라는 글귀가 눈에 박이고,
크게 욕심내고 싶지도 않고 이만하면 된거지 하면서도 현실안주라는 것이 못내 꺼림칙한,
일종의 강박...
아무 할 일도 없는, 동시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ps1. 구차한 사족이지만... 선배님들의 경험담이나 조언을 구합니다. 드릴 건 없고 하트츄천 드림니다. 굽신 ^^
ps2. 행여라도 요즘 취업난에 힘든 분들께 실례되는 글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잡생각 많이 들거나 혼란스러울땐 공원같은 곳으로 사람구경 나가봅니다.
전 주로 화성행궁이나 수원 팔달산 올라가는데
애기들, 학생, 부부, 노부부등 다른 사람들 보면서 멍하니 보고나면 좀 정리되는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