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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발

조회 수 757 추천 수 2 2014.03.24 21:16:49

백조의 발,

같은 일상입니다.


대충 연차 짬밥으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일을 해치우고

전 같으면 끙끙댔을 어려운 과제도 이제 제법 요령껏 할 수 있게 되었네요.

근래 머릿 속에 유일한 고민은, 다름 아닌 비시즌;


근데 이상하다. 고작 비시즌 고민이 왜이리 피곤할까...


최근에서야 깨달았네요.

비시즌 고민이라 생각한 것이 실은 인생전환기 고민같은 거란 것을요.

그래서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고, 가볍지만 가벼울 수 없었다는 것을요.



예전 저희 사무실엔 하루 세 번 시계 알람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22시 따르릉 (이제 집에 가야지?)

24시 따르릉 (정말 가자)

05시 따르릉 (집에 가서 씻고나 나오자)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지만,

별 치열할 것도 없는 일에 나라라도 구할 듯 자못 비장하게 아등바등 했습니다.

물론 제 경우에 케파 부족과 바빠도 놀 거 포기 못하는 니나노 근성 때문이었을 거에요.


암튼, 수도 없이 날을 새고, 일하고, 공부하고, 놀고, 놀고, 놀고..

늘 잠이 부족해서 입병이 떠나지 않던 저는 입병치료제인 알보칠을 병 단위로 세며 살았습니다.

그 시절엔 뭐가 그리 바빴는지 전화 걸어놓고 통화대기 중에 일하다 전화 걸어놓은 걸 새까맣게 잊는 일도 일쑤라

여럿 복장이 터져나갔고, 실제로 저희 부모님은 경찰 신고 직전까지 가기도 -_-;;;;;

(그래도 의절하지 않고 옆에 있어준, 마음이 태평양 같은 저의 지인들에게 진심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문득, 그런 시절이 내 등 뒤로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서야 한 숨 돌리며 한 발 떨어져 스스로를 볼 수 있게 된 걸까요?

돌아보니 그게 다 제 흥에 겨워 했던 일 같습니다.


웃기죠. 이 나이쯤 되면 뭔가 근사한 고민을 하고있을 줄 알았는데

기껏 한다는 고민이, 갑자기 찾아온 자유에 어리둥절한 갓 졸업한 고3의 모습과 똑 닮았습니다.

일도 공부도 기본 문턱을 넘겼다 생각하니 갑자기 인생 목표가 없어진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래 이럴 때 왕창 노는 거지, 하면서 여가와 휴식에 몰입해보지만 무언가 불안하고,

'지금 편하다면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거겠지'라는 글귀가 눈에 박이고,

크게 욕심내고 싶지도 않고 이만하면 된거지 하면서도 현실안주라는 것이 못내 꺼림칙한,

일종의 강박... 

 


아무 할 일도 없는, 동시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ps1. 구차한 사족이지만... 선배님들의 경험담이나 조언을 구합니다. 드릴 건 없고 하트츄천 드림니다. 굽신 ^^


ps2. 행여라도 요즘 취업난에 힘든 분들께 실례되는 글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엮인글 :

자드래곤

2014.03.24 21:47:51
*.130.1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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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나이도 아니고 연차 짬밥도 안되는 사람이지만
잡생각 많이 들거나 혼란스러울땐 공원같은 곳으로 사람구경 나가봅니다.

전 주로 화성행궁이나 수원 팔달산 올라가는데
애기들, 학생, 부부, 노부부등 다른 사람들 보면서 멍하니 보고나면 좀 정리되는 느낌이에요

아이스나인

2014.03.24 21:58:56
*.125.153.143

글쵸..

저도 답답할 때 종종 하염없이 걸어요.

이번엔 좀 많이 걸어야할 거 같아요 ^^

temptation

2014.03.24 21:48:04
*.91.1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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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세요 ....... 인생 ○○ 잛아요....

아이스나인

2014.03.24 22:01:14
*.125.153.143

아하하...

그러게요 -.-a

林보더

2014.03.24 21:48:09
*.62.2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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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은 다시 돌아옵니다....

가는시즌 잡지 말고 오는 시즌 막지마라....

흠....오랜만에 댓글 쓰기 어렵네요.....

당분간 시즌동안 끊었던 책 읽고 와야겠네요.....

아이스나인

2014.03.24 22:03:00
*.125.153.143

흘러가는 것도 범인에겐 쉬운 일은 아닌가봐요.

뭐가 됐든 눈뜨고 일어나면 겨울이었으면 바라봅니다 ㅋ

林보더

2014.03.24 22:04:58
*.62.203.59

제가 느끼기엔 아이스나인님은 범인이 아니세요~

아이스나인

2014.03.24 22:10:04
*.125.153.143

사람이 아니므니다 ?

이제 폭풍낙엽이라고 사람 취급도 안해주시는 건가용 ㅡ.ㅡ;

林보더

2014.03.24 22:14:48
*.62.203.59

보통사람은 아니시라고요~^^;;;;;;;

아이스나인

2014.03.24 22:20:00
*.125.153.143

맞아요,

저 폭풍낙엽이에용 ( ' ')

林보더

2014.03.24 22:30:04
*.62.2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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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낙엽이셨구나....

말하고 글쓰는 낙엽~

세상에 이런일이에 제보해야겠군요~

저는 크롱입니다~ㅎㅎㅎ

아이스나인

2014.03.24 23:59:45
*.125.153.143

크롱 크롱~~

신고할 거에요 ㅋㅋ

또또토토

2014.03.24 22:32:00
*.59.29.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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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에 꽂히면 푸~~~~~욱 빠지시나 봐요

나쁜 남자만 안만나면 되실듯 합니다

시즌이 별거 인가요

편의점 가면 삼천원에 흠.. (비흡연자라 가격은 잘^^:)

아이스나인

2014.03.24 23:32:55
*.125.153.143

허당이라 요란해서 그래요 -.-

앗, 남자... 이건 정말 복병.
내가 훌륭해지면 짝꿍도 훌륭하겠거니 하며 별로 안달하지는 않는.. 다고는 말 못하죠 흙

아래 두 줄을 이해 못하는 건 THIS만 태워봐서일까요? ㅋ

그린데몽

2014.03.24 23:42:39
*.62.16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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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말 백조가 발을 안움직이면 가라앉나요?

행간을 읽어주세요~~

아이스나인

2014.03.25 00:02:15
*.125.153.143

네이*에 물어봐야겠어요 ㅋ

많이 힘뺐다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습니다~

감사함니다 ^^

낙엽이라 행복해요

2014.03.24 23:56:52
*.165.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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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지나갈꺼에요.. 그렇게.. 먼가 아쉽고 안타깝고 애절하던 것도 시간이 지난뒤엔 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나도 저런때가 있었구나 하며 웃지요.
남들 놀때 열심히 공부하며 대학원 마치고 학교와 취업을 고민하다 취업으로 돌아서고
취업준비하며 30에서야 겨우 공기업에 취직했습니다.
학부때 그흔한 당구장 피시방 한번 못가보고 소개팅한번 못해보고 30이 됐었죠.
취업하고 젊은날이 너무 억울해서 보드타기 시작했습니다.
보드탄지 10년.. 이젠 남들이 잘타던 못타던 빨리가던 느리게 가던 신경안씁니다.
남들이 반짝이는 신상을 뽐내고 전 몇년이 지난 낡은 옷과 장비를 쓰고 남들보다 못타고 심지어
연식보다 못탄다는 소리를 뒷통수에 들려도 신경 안습니다.
시즌이 끝나도 아쉽지 않습니다.
꽃은 필때 가장 아릅답겠지만 향기는 기억 되는 거니깐요^^

낙엽이라 행복해요

2014.03.25 00:08:46
*.165.1.168

물론 향기마저 점점 희미해지고 가슴저편에서 숨박꼭질 하다 ..
결국 사라지겠죠~!!

아이스나인

2014.03.25 00:15:16
*.125.153.143

커가면서 알게된 진리 중 하나는, 양손에 떡을 쥘 수 없다는 것 같아요. 뭐든 대가가 필요하지요.
원하는 것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신 자체로 값질 것 같습니다.
스티브잡스의 말대로, 그 가치를 지금 어찌 알까요? You can only connect the dots looking backwards.

전 새삼 내가 솔직한가 생각 중이네요. 상실감과 비탄을 쿨함으로, 게으름을 여유로 위장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뭐가 됐든, 쉼표가 되어주는 지금의 여유도 감사합니다. 어디로 수렴할지는 두고 봐야지요.
물론 '어디'를 떠나서 걸음걸음 향기나도록 (으음 -.- 이 말 너무 간지럽네요 ㅋ)
감사합니다 ^^

닭죽대왕

2014.03.25 09:42:19
*.143.6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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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댓글도 참 좋습니다.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고 귀여워 보이시기도 하고... ^^
추천 누르고 갑니다.

아이스나인

2014.03.25 18:59:09
*.125.153.143

와핫 ^0^ 감사합니다

하트 열 개 같은 츄천 드립니다 ^^

깡장금

2014.03.25 20:12:56
*.223.6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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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같은 고민에 한참 빠져있었다가 어제 오늘 벗어나는 중에 있어요.
이 무료함을 없애기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아서,
그런데 막상 뭘할건지, 뭘해야 보람된 인생일지알쏭당쏭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요.
뭔가 거창한 걸 하려하지 말고,
당장 내일, 이번주말에 하고 싶은 일부터 해보자 라는 마음에, 아주 사소하고 자잘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봤어요.
김영모 과자점에서 요구르트브레드 사먹기,
주말에 남한산성 산책하고 족발 사먹기,
조카 보러 전주 갔다오기, 복싱클럽 등록하기,
솔로몬의 위증 읽기, 머리 염색하고 펌하기
등등 쭉~~쓰다보니 할 일 무지 많아지더라구요~ㅎ 적다보니 그 중 먼저 해야할 일들의 순서도 마음 속에서 정해졌어요.
뭐...덕분에 대만 여행을 빼고 리스트 적기 전엔 상상도 못했던 뒷트임, 밑트임이 1순위로 올라오게 되긴 했지만요.
남친이 얼굴 바뀌는 거 싫대서...아마 남친도 바뀔(?) 건 아니고, 없어질 수도 있어요.

참 사소한 행동였던 낙서 하나가 이번주 다음주가 아닌 어쩌면 제 인생을 바꿔 놓을 것 같다는 설렘을 주고 있어요.

님도 함 적어보세요. 강추~^^

아이스나인

2014.03.25 21:39:46
*.125.153.143

과감한 1순위! 예쁘게 하시고 후기 올려주세요
남친변수는 음... 남친의 지분은 어디까지일까요? 많이 힘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반발쯤 허공에 딛고 살아서 공상하며 끄적이길 좋아하는데 한동안 저의 리스트들을 잊고 지냈네요.
되새겨보니 그 중 많은 것들이 조용히 진행중인 것 같아 덤으로 흐뭇한 마음도 얻어가요.
상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저도 요쿠르트브레드 급 땡기네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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