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TV는 민망… 공연 통해 노래할 것”많은 소녀들에게 밤새 종이학을 접게 했던 영원한 ‘젊은 오빠’, 가수 전영록씨(61·사진)가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3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발랄한 캐주얼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환갑을 넘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여전히 ‘젊은 오빠’였다.
그는 데뷔 40주년을 맞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흑백 TV 시절부터 열심히 노래하고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은 덕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답변했다. 한동안 TV 출연 등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이 정도 나이가 들어 나서는 게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출연해 노래할 만한 프로그램도 없었다”면서 “주로 말을 많이 해야 하는 프로그램인 데다 심지어 쿵후를 해보라고 해 자연히 멀어지게 됐다”며 웃었다.
젊은층에게는 티아라 멤버인 보람의 아빠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그는 1975년 ‘나그네길’로 데뷔해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1980년대를 풍미한 싱어송라이터다. ‘종이학’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불티’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 ‘저녁놀’ ‘그대 우나봐’는 지금도 사랑받으며 후배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됐다. 당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날렵한 몸으로 쿵후를 선보이는 등 요즘말로 ‘개인기’에도 능했으며 영화 <돌아이> <모모는 철부지> 등에서 주연을 맡은 전천후 엔터테이너이기도 했다. 잠자리안경, 청재킷 등 당대의 패션아이템도 유행시켰다.
그는 “한번은 어린 친구들을 만났는데 ‘종이학’이 SG워너비의 노래이고,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는 아기공룡 둘리의 OST인 줄 알더라”면서 “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에서 그건 당연한 거고, 오히려 그렇게 재생산되는 것이 흐뭇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는 공연을 통해 내 노래를 불러드리고 함께 노래하고 싶다”면서 “그 시절의 문화에 목말라 하는 분들을 위해 기꺼이 타임머신이 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다음달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가수로 활동하는 딸과 함께하는 무대를 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연예인으로 활동하셨던 부모님도 생전 당신들의 공연에 그런 부탁을 한번도 안 하셨던 터라 조심스럽다”면서 “알아서 도와주겠다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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