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

조회 수 2097 추천 수 15 2008.01.01 13:45:34
31일 새벽 5시 서울 출발.
휘팍에 도착해서 두번의 두번의 보딩을 끝내고 파노라마에 들었을 때 였습니다.
상단에는 보드가 아닌 스케이트를 타야 될 정도의 얼음이 얼어 있어 보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최대 엣징을 가해 기본 자세로만 중심을 잡고 겨우 겨우 내려왔습니다. 상단을 지나 중간 부분까지
오니 슬롭 상태가 좋와지더군요. 대충 자세 잡고 턴을 하면서 슬슬 속도좀 붙었을 때 였습니다.

토우턴을 끝내고 힐턴을 들어가 큰 원을 그렸을때 세상이 뒤집어 지더군요.
카키색이 들어간 회색 자켓과 쥐색 바지를 입은 스키어 한명이 저를 뒤에서 제 보드 앞부분을 후려치고
직활강을 하시더군요. 턴이 조금도 없는 직활강이었습니다. 초보분으로 보였는데 엄청난 직활강을
하시더군요. 하늘이 회전하고 땅이 올라오는 그런 정신 상태에서도 엄청난 분노와 함께 그 직활강 하는
스키어를 잡아 쥑여뿐다라는 생각이 그 순간에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상태로 슬로프와
저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벌떡 일어나 저넘을 잡자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다시 슬롭과 만나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집 침대에 누워있더군요. ㅎㅎㅎ

하루에 기억이 사라졌습니다. 쓰러지기 전까지의 기억은 10년된 기억처럼 희미하고, 넘어진 후부터는
완전히 사라진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었더군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전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그런 충격에서도 현재 허리가 약간 결린 것 빼고는 멀쩡합니다. 그전 기억 다 있고 구구단 잘 외워지고
친구들 얼굴 다 기억하고.. 등등

그 스키어는 잘 먹고 잘 살겠지요. 일단 제 생애 하루를 지워주신데 심심한 감사의 저주를 내리고,
그나마 이정도로 괜찮은 이유는 헬맷에 있었습니다. 예전 곰마을에서 알리친다고 까불다가 머리로
착지한 후 마련한 헬맷은 스키장에서 저를 몇번이나 살려줬느지 이제는 하나하나 새기도 힘들 정도
입니다. 매 순간 순간 엄청난 충돌에서도 제 머리속 두부를 포근히 감싸 앉아준 헬맷에 감사를 하며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모두 헬맷을 사서 쓰세요~ 아마 어제 같은 상황에 헬맷이 없었다면 지금 이글
이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그나저나 정말 희한한 경험이내요. 하루가 사라지다니.. 머리속이 무슨 디스켓도 아니고 사고 후
포멧을 한 것처럼 전혀 기억이 없내요. ㅎㅎㅎ
엮인글 :

2008.01.01 16:14:17
*.171.9.53

헬멧 이제 새로 구입하셔요... 스키장에서 몇 번이나 님을 살려준 헬멧을 여태까정 쓰고 계셔서 아무래도 이번에 기억상실증 걸리신듯...

2008.01.01 16:16:59
*.171.9.53

만약 이번에 새로 구입안하시고 그 헬멧 계속 사용하시면 다음에는 정말 큰일 나세요~
아무튼 한 두달은 푹 쉬세요!!!!!

2008.01.01 20:33:53
*.237.212.99

헬멧 꼭들 써야죠..져도 그제 빙판이 된 슬롭에서 뒤쪽으로 굴렀었는데..헬멧덕에
뒤통수 멀쩡하네요...
헬멧 꼭쓰고...간지도 좋지만..올바르게 착용들하시구요..
ㅁㅁ

2008.01.01 22:33:58
*.5.132.76

저두 작년에 초보일때 비니쓰고타다 야간에 뒷통수와 빙판과 키스로 인해 집에가다 여기 왜왔지 하는말에 동생이 놀래 병원으로 고고고싱 다행이 몇시간정도 기억이 가물가물 했던 아픔이 지금은 헬멧이 3개나돼여 안쓰고 타면 왠지 모를 불안감과 공포감 ,,,,,,,,,,,,
aaa

2008.01.02 00:24:59
*.178.244.87

머리로 넘어져서 단기기억상실 되신분 의외로 꽤 있으시네요.....
저도 몇주전 머리로 넘어진 이후 몇시간의 기억이 사라졌어요. 숙소에서 정신이 들었는데 멍~ 한게
보드타고 온건지 아직 안탄건지 가물가물. 친구들이 말해줘서 넘어진거 알았어요... 딱 그기억만 없어지고 지금까지는 별 무리 없이 잘살고 있답니다.
물론 보드도 계속 잘 타고 있고요... 헬멧도 넘어졌을때 썼던 헬멧 걍 잘 쓰고 있지요...
아무튼 다들 즐 보딩 합시다
비슷한 1인

2008.01.02 02:38:17
*.51.17.49

어제 비발디 재즈에서 타고 내려오는데 힐턴 들어감과 동시에 어떤 스키어분이 제 데크 뒷부분을 치고 지나가시더군요

저도 글쓴분과 비슷하게 한바쿠 돌고 목으로 랜딩... 다행히도 별다른 이상없고 극도의 근육 긴장으로 인한

엄청난 근육통으로 인해 집에 올때 사이드미러 곁눈질로 보면서 간신히 왔습니다. 더 열받는건 누가 절 치고 갔는지 모르겠다는거..ㅡㅜ;

아... 갈아마셔도 시원치 않을...

어쨋든 헬멧을 쓰라는 게시판의 글들 괜히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모두가 보호장비 착용하시어 오래 살도록 합시다~~
꿈도리

2008.01.02 17:35:58
*.143.58.159

저도한번 심하게 머리 부딪힌후

기억상실 30분 당해보고 바로

헬맷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더 심한 해딩에도 끄덕이 없더군요.


난 초보자분들이 보드 배운다고 하면 제일 먼저 헬멧 먼저 구입하라고 조언합니다.

2008.01.02 22:35:12
*.155.241.123

근데 정말 궁금한 건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태반인데

왜 스키장에는 비니에 고글쓰고 그위에 비스듬하게 헬맷 착용하는 소위 간지쟁이들 투성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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