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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와 스노우보드 부상의 비교 =

스노우보드는 1965년 처음 등장하였습니다. 파도를 타던 서퍼(surfer)들이
눈에서도 서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지만 당시에는 별 인기를 끌
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80년대에 다시 부활한 스노우보드는 이번에
는 스케이트보드에 익숙해져 있던 청소년 계층의 호응에 힘입어, 90년대에
들어와서 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제는 한철 지나가는 패션이
아닌, 스노우 스포츠의 주 종목으로, 분명히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스노우보드 인구가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 보자면, 1988/89 시즌에 스키장
에 입장한 사람 중에 4.2%가 스노우보더였는데, 1994/95 시즌엔 36.7%로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도 지역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1998년
전 제가 들렀던 LA 근교에는 스노우보드 전용장 까지 있었습니다. 캘리포니
아 쪽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20대 전후 청소년들에겐 스키를 타고
있으면 '쟤 왜 아직도 저러고 있냐? 깬다…'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키와 스노우보드의 안전성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또 대부
분의 스키어들은 과격한 스노우보더들에 의해 스키어들이 다친다고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 스노우보드와 스키 중 정말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요? 자료를 토대
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이것은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장비 및 주행 성
향이 워낙 다르고, 아직 장기적인 추세를 관찰한 자료가 드물기 때문입니
다. 그래도 전반적인 부상 양상은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데,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30년간 동일한 스키장에서 부상자들의 자료를 모아
분석해 온 버몬트 연구진들의 분석입니다.

1. 부상율만 따지자면 스노 보드가 약 1배 반에서 2배 정도 더 많이 다칩니
다. 하지만 이것도 스노우보더들은 초보자가 많다는 점이 작용하기 때문
에, 실력을 평준화하여 평가하면 부상율이 거의 비슷해집니다.

2. 스키는 다리를 더 많이 다치지만 스노우보드는 상체, 특히 손목을 더 많
이 다칩니다.

3. 스노우보드는 스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심한 무릎 인대 손상이 훨씬
적은 대신, 특징적으로 발목 손상이 많습니다.

4. 스노우보드는 다치는 연령층이 더 젊습니다. 전반적으로 더 젊은 층이
많이 즐기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5. 스키, 스노우보드 모두 초보자가 더 많이 다치지만 스노우보드는 특히
초보자가 더 많이 다칩니다.

성급히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장기적인 추세를 보면,

1. 스노우보드로 인한 무릎 부상과 발목 부상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것은 아직 반론의 여지가 있습니다.)

2. 스노우보드로 인한 손목 부상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미루어 보아, 최소한 스노보드가 더 위험한 장비라고는 할 수 없
을 것 같습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말이 많은 '가해자/피해자'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친 원인을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키장에서 다치는 원인을 크게 '혼자 까불다 다쳤느냐?(non-collision)'
아니면 뭐하고 '부딪혀서 다쳤느냐?(collision)'로 구분해 볼 때, 충돌에
의한 부상, 특히 사람 끼리 충돌하여 다치는 경우는 스키어가 더 많은 것으
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가장 흔한 것은 스노우보더가 스키어에게
깔리는 경우였습니다.

물론 이것도 응급실 신세를 지고, 몇일 간 스킹이 불가능한 정도의 중상의
경우만 따진 것이므로 가벼운 부상만 일으키는 경우까지는 어떤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고정물(리프트 타워, 펜스, 바위 등)에 충돌한 경우도 스
노우보더의 비율이 적은 것을 볼 때, 최소한 스노우보더가 피해를 더 많이
준다고 이야기 할 아무 근거가 없습니다. 그 이유를 스노우보드는 넘어질
때 풀리지 않아, 일종의 닻(anchor) 역할을 하여, 미끄러지는 거리가 스키
보다 짧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골치 아픈 통계는 다 집어치우고...

어쨌든 한국처럼 복잡한 스키장에서 서로 다른 주행호를 그리는 장비들이
한 곳에 섞여 내려가는 것은 위험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눈
이 있는 곳에서 재미 좀 보자는데, 발에 뭘 신든 간에, 그것이 칼만 아니
면 무슨 상관입니까? 모든 사람이 똑같은 신발을 신고 똑같은 자세로 내려
가는 상황이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스키와 스노우보드는 모양은 다르
지만, 눈을 즐긴다는 목적을 지닌 동일한 부류의 '눈기구(Snowing
device)'입니다. 같은 목적의 기구들을 다른 눈으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입
니다.

아시다시피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장비의 혁명은 기존 개념을 완전히 뛰
어넘은 신무기들을 해마다 출현 시키고 있습니다. 그 안전성이 밝혀지기도
전에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 상황이죠. 이런 시대에 나와 다르게 생겼다고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집단은 장래가 어두운 사람들입니다.

능력에 맞는 슬로프 선택이 안전에 중요한 요소라고 하여서, 모든 스키어들
에게 레벨을 부여하여 진입할 때엔 안전 요원이 레벨을 확인하고 들여보내
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스키어가 어깨에 계급장 하
나씩 붙이고 스키를 탄다 말이죠... 땡초보는 밥풀떼기 하나, 고수는 별 네
개... 박순백 박사님은 특별 주문된 금 도금 별 다섯 개에다가 훈장 까지
주렁주렁 달고 보란 듯이 활강을... 웃기죠? 안전을 위한다는 생각에서 스
포츠의 본질을 회손 시키는 우둔한 일을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누가 더 위험하냐 하는 것을 따지는 것은 저희들처럼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조사하여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누구를 쫓아내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 아니고, 더 안전한 방향으로 장비의 개발을 유도하고 환경을 개선하
는 목적으로 쓰입니다. 그보다는 이미 밝혀진 안전에 관한 검증된 지식들
을 잘 익히고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Seung-Pyo Eun MD, PhD
Orthopaedic surgeon, Medical correspondent
Korea Sports Medicine Center

“넘어져서 미끄러지다가 일어나려 하지 마세요.
넘어지면 손을 앞으로 가져가고 다리를 모으세요.
전방 십자 인대 끊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ACL Awareness Program –

“스키 장비 전문점에 가서 장비 검사하시고,
바인딩 이탈 수치를 표에 맞게 조절하세요.
다리 부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Check it out! -

“Serious & Safe Ski for Everybody!”
- CMC SKI TE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