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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지하상가 살리자고 행인 발 묶나"
한국일보 | 송원영 | 입력2015.08.09. 21:44
인천 주민들 횡단보도 설치 서명운동
"지상 오거리 교차로엔 단 하나… 지하도뿐이라 노약자ㆍ장애인 고통"
세계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인천 부평지하상가가 있는 부평역 광장 주변에 횡단보도 설치를 놓고 상인들과 장애인단체?주민들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9일 인천 부평구와 주민들에 따르면 하루 평균 8만~10만여명이 찾는 부평지하상가의 전체 면적은 3만1,692㎡, 점포 1,400여개가 들어서 있으며, 지난해 말 단일 면적 지하상가 최다 점포 수 부문에서 세계기록 인증을 받았다.
부평지하상가는 점포들이 거미줄처럼 들어차 있고, 이용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지만 지상 보행 여건은 그다지 좋지 않다. 지하상가 바로 위에 있는 부평역 광장 주변은 5개의 차로가 교차하고 있는 오거리가 있는데, 이중 지상 횡단보도는 단 하나(부평시장~부평광장방향)에 불과하다. 결국 주민들은 5~6개의 지하차도를 이용해야만 도로를 건널 수 있다. 이 때문에 부평역 광장을 이용하는 주민, 특히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노약자들은 부평역 주변을 지나다니기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횡단보도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부평지체장애인연합회와 부평어머니회 등 주민들은 부평역세권 횡단보도 설치를 위해 최근 5만명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3일 오전 11시 부평1동 주민센터 인근 문화의 사거리에서 "시민의 보행권을 위해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노인들이 부평역 광장에서 지하차도를 이용하면 10분 이상 걸리고, 장애인들은 도로를 건너기 조차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부평역 인근 아파트주민 상당수 입주자들도 "유모차를 가진 주민들은 지하차도를 이용하기 어렵고, 다리 불편한 사람들은 더욱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반면 부평지하상가연합회는 상권위축과 안전을 이유로 횡단보도 설치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상가연합회는 6월 상인 등 5,881명의 서명을 받아 인천시 교통정보센터에 횡단보도 설치 반대 진정서를 제출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마당에 횡단보도까지 설치되면 사람들이 지하통로를 찾지 않아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무단횡단 사고가 빈번한 상황에서 지하보도만큼 안전한 통로는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회측은 "노약자 보행 편의를 위해 지하상가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횡단보도 설치 찬반논란이 가열되자 관련당국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횡단보도 설치 여부를 논의해야 할 인천지방경찰청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는 지하상가연합회와 아파트 주민연합회 등 여러 관련 단체 간 갈등이 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관할 부평구는 "최근 시청 광역교통정책관, 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 부평지하상가연합회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지만 갑론을박만 벌이다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고 전했다.
교통전문가들은 "교통정책패러다임이 도로, 자동차 보다 사람이 우선으로 변화하는 흐름"이라며 "양측이 이견의 폭을 좁히고 한발짝 서로 양보하도록 관련 당국이 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원영 기자 wysong@ 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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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m 바로 코앞인데"..횡단보도없어 12분간 땀 '뻘뻘'
10년 넘게 진행중인 인천 부평역 횡단보도 설치 논란
지하상가 상인들 "상권 몰락" vs 시민단체·주민 "보행권 우선"
연합뉴스 | 입력2015.08.09. 09:03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손가락 한 마디 높이의 인도 위 요철에 전자동 휠체어가 '덜컹'했다.
지체장애 1급인 김성동(54) 부평근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인천 부평역 광장 오거리에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 소장은 왕복 8차로를 사이에 둔 부평지하상가 11번 출구에서 반대편 12번 출구로 가야 했다. 직선으로 20m거리다.
김 소장은 11번 출구를 통해 지하상가로 들어가 가게 4곳을 거쳐 12번 출구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빠져나왔다. 12분 걸렸다.
이번에는 11번 출구에서 지상 인도를 따라 굴다리오거리 방면으로 250m가량 떨어진 횡단보도를 이용해 반대편 12번 출구로 가봤다. 역시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김 소장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냈다.
김 소장은 "횡단보도 하나만 있으면 휠체어를 타고 왕복 8차로 20m의 도로를 건너는데 1분 30초면 된다"며 "10년 넘게 횡단보도를 왜 설치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부평지하상가 면적은 3만1천692㎡로 지난해 말 단일 면적 지하상가 최다 점포 수 부문에서 세계기록 인증을 받았다.
지하에 대규모 상가가 들어설 공간이 있을 정도로 큰 도로 5개가 바로 위 지상에 나 있지만 이 도로들을 서로 연결하는 지상 횡단보도는 부평역 앞에 하나뿐이다.
지하상가 위 나머지 4개 지상 도로에는 횡단보도가 없어 논란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부평지하상가 연합회는 지하상가 위 도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지하 유동인구가 줄어 지하 상권이 무너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횡단보도 보다 지하로 다니는 게 더 안전하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이문웅 부평지하상가연합회 사무처장은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사람들이 지하통로를 찾지 않는 봄·가을 매출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무단횡단 사고가 빈번한 상황에서 지하보도만큼 안전한 통로는 없다"며 "지하상가연합회 차원에서 지난 2일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에 관한 중간보고를 마치는 등 편의성을 보완할 대책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지하상가연합회는 지난 6월 상인 등 5천881명의 서명을 받아 인천시 교통정보센터에 횡단보도 설치 반대 진정서를 제출했다.
반면 시민단체를 비롯해 장애인단체와 부평역 인근 아파트 주민연합회 등은 이동권 보장을 이유로 지상에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김은희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이사는 "보행권은 안전, 편의, 쾌적 3가지 요건을 다 갖춰야 하는데 지하상가 연합회 측은 안전이라는 명분만을 내세워 횡단보도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신호등과 횡단보도 시설이 잘 갖춰지면 오히려 안전, 편의 두가지를 다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년 넘게 찬반 논란이 계속되면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횡단보도 설치 여부를 논의해야 할 인천지방경찰청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는 지하상가연합회와 아파트 주민연합회 등 여러 관련 단체 간 갈등이 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 17일 부평역과 똑같이 지하상가와 주민 간 횡단보도 관련 논란이 있었던 동인천역 지상 왕복 6차로 2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한 바 있다.
당시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어린이·노인·장애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간이나 보행자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한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국가인권위는 "동인천역 지하도의 한 출구에서 건너편으로 가는데 비장애인은 1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19분이 걸렸다"며 횡단보도 미설치는 장애를 이유로 이동권을 제한하는 차별 행위라고 봤다.
지난달 부평구가 계속되는 민원을 해결하고자 시청 광역교통정책관, 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 부평지하상가연합회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지만 참가자들 사이 고성만 오가며 끝났다.
인천시는 경찰청 규제심의회에서 안건이 가결돼야 예산 심의나 행정 집행을 할 수 있다며 뒤로 물러나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9일 "시는 구의회 차원에서 지하 상인들을 설득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라며 "갈등이 완만하게 정리되면 그때 다시 간담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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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