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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끝에서 본다면 보이저호는 우리가 사는 지구를 구별해 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그저 약하게 빛나는 작고도 외로운 점일 뿐이니까요.
보이저호에서 보일 다른 점들과 거의 구별도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분명한 의미가 있습니다. 지구에 대한 불확실성을 벗겨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지구는 광대한 대우주속에서 작은 점일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무도 그것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요.
이번이 바로 그 처음입니다. 당분간은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보이저호에 반사된 태양빛 때문에 지구가 마치 한줄기 광선위에 놓여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이 작은 세계에 뭔가 특별한 것이라도 있는 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그저 기하학적, 광학적인 현상에 불과합니다.
이 영상에서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지구표면을 샅샅이 갈아엎은 흔적도, 온갖 종류의 건물과 기계들도, 우리의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보니 민족주의에 대한 집착같은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네요. 네, 우리 인간은 매우 작은 존재입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하잖은 존재에 불과합니다.
암석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단단하고 보잘 것 없는 덩어리위의 얇은 필름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 보잘 것 없는 작은 점 위에서 우리는 자신들의 삶을 살다가 갑니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의 순간들이, 자신감이 넘치는 수많은 종교들이, 이데올로기와 경제독트린들이,
밀렵군들과 사냥꾼들이, 이 세상의 모든 주인공들과 겁쟁이들이, 문명을 창조하는 자들과 그것을 파괴하는 자들이,
왕들과 농노들이, 그리고 사랑에 빠진 젊은이들이, 모든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이, 희망에 가득 찬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들이,
윤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막강했던 지도자들과 최고의 슈퍼스타들이,
성자와 죄인들이 여기 태양빛 속에서 부유하는 티끌과 같은 한 점에서 살다 갑니다.
네, 이 광대한 우주속에서 지구는 매우 작은 공간일 뿐이지요. 인간들이 행했던 잔인함을 생각해보세요.
그것도 아주 작은 티끌의 작은 모퉁이에서 살던 이들이 다른 작은 모퉁이의 있던 그들에게 행했던 잔임함말입니다.
인간들은 얼마나 잦은 오해를 하며 살아갑니까? 누군가를 죽이지 못해 얼마나 안달입니까?
증오와 미움이 얼마나 가득합니까? 잔혹한 전쟁으로 강이 피로 얼룩젔던 때를 생각해보세요.
그것들은 고작 한 순간의 주인공이 되는 승리의 영광을 얻기위한 전쟁이었죠. 그것도 이 작은 점 위에서 말입니다.
우리의 허세, 우리의 자만심,
세상에 대한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우리의 망상들이 이 창백한 작은 점의 모습앞에서 의문스러워집니다.
우리의 작은 지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우주의 칠흙속에서 외롭게 존재하는 얼룩에 불과합니다.
거대한 우주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미미하며 우리를 구해줄 도움은 어느 다른 곳으로부터 오지 않습니다.
좋든 싫든, 지구는 이 순간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입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겸손해 지고 인격이 수양되는 경험이라고들 합니다.
아마도 인간의 자만심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작은 지구를 멀리서 바라본 이 사진이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서로를 더 소중하게 다뤄야 할 책임이 있으며 우리의 유일한 삶의 공간을 보존하고,
그것을 소중하게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창백한 푸른 점 위에서 말이죠.”
- 칼 세이건을 그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