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천지인'사상을 신봉하는 어느 특정 종교인도 아니며, 천지인사상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수년동안 눈을 즐기며 느낀 바를 쉽게 이해 정리하기 위해서 '천지인'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을 뿐임을 알려드립니다.

스키장이란 곳을 처음 가본지도 언 10년이 다 되가고, 스노우보드라는 것을 처음 배우면서 주변의 자료나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스스로 여기저기 많이 찾아다니고 고민을 했었습니다. 게다가 직업이나 성격이 약간은 따지고 분석하기 좋아해서 이런 저런 정리들을 해왔었습니다. 스노우보드가 스키의 형태나 모양이나 기술이 원리적으로 비슷하며 덕분에 스키에 대해서 알아가며 그를 스노우보드에 적용하고 이해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그 공통적인 요소가 보이기 시작하고 스스로 이해기 위해서 정리해 봤습니다. 처음에는 턴이란 것이 모든 것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고, 그 턴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더군요.

기본적으로 천지인의 요소가 있으며, 각각의 요소들과의 사이에 관계적인 특징요소가 있습니다. 스킹/보딩의 정보를 보다 깊게 이해하고 스스로의 기술을 쌓기 위해서 결국에는 이러한 각각의 요소들을 얼마나 더 많이 알고 있고, 그러한 요소들에 맞게 얼마나 잘 이용하고 적응, 체득하느냐가 고수로 가는 길이 아닌가 싶더군요.


1. 天
눈은 하늘에서 내립니다. 그래서, 하늘의 요소에 눈을 선택해 봤습니다. 눈이 없어도 모래등에서도 스키나 보딩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처음에 스키가 나온 이유자체가 눈위를 이동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생각되며 눈은 스킹/보딩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눈이 만들어지기 위한 중요한 조건은 온도와 습도이며, 이에 따라서 눈의 종류와 질이 매우 달라 집니다. 습설, 건설, 아이스, 싸리눈, 설탕눈, 파우더 등등 그리고, 자연눈 뿐 아니라 인공눈으로도 구분 되어 질 수 있습니다. 그런 다양한 설질에 따라 우리가 즐기는 느낌도 다르며, 그러한 눈을 이해하고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나, 선수들은 설질에 따라 왁싱을 달리하며, 흔히 어떠한 설질에서도 안정되게 턴을 하며 내려오는 것이 고수의 척도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2. 地
눈만 있다고 해서 스킹이나 보딩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평지를 이동하는 크로스컨트리도 있습니다만, 산에서 계곡으로 내려오는 스킹이나 보딩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地의 특징은 중력입니다. 중력 때문에 우리가 내려올 수 있으며, 날을 가지고 에징등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경사도에 따라서 느끼는 중력의 감각이 달라지고, 자세도 달라져야 합니다. 중력으로 인해서 Fall Line이 생기게 되며 이는 지형에 따라서 매우 변화가 많습니다. 초보때에는 슬로프를 하나의 Fall Line으로 이해 해도 되지만, 상급자로 갈 수록 슬로프가 보다 더 다양한 fall line으로 이루어 진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터레인파크/하프파이프/모글등을 이용할 때 에어동작에서는 중력을 보다 더 자세히 알게 됩니다.

3. 人
인적인 요소는 체력/기술/정신력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주로 대부분 기술적인 요소가 많이 필요하지만 체력과 정신력도 중요한 인적 요인중에 하나입니다. 기술적인 요소는 캐나다 스키/스노우 강사협회에서 이야기 하는 5가지 요소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1. Stance and Balance
2. Pivoting
3. Edging
4. Pressure Control
5. Timing and Coordination

이 5가지 요소는 스키/보드 뿐 아니라 모든 운동에서도 적용되는 기본 요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제일 많이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천지인과의 관계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4. 사람과 눈의 중간매개체 : 장비
눈과 사람의 중간 매개체는 바로 장비입니다. 스키가 되었건, 보드가 되었건 눈위에서 맨발로 타는 것이 아닙니다. 눈위에서 탈 수 있는 장비가 있어야 합니다. 보통은 기본적으로 부츠와 바인딩, 플레이트로 구성이 되고 있고, 재질, 구조나 모양도 비슷합니다. 이러한 장비를 보다 깊게 이해하고 자신의 몸과 같이 다루는 기술들이 증가 할 수록 잘타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5. 사람을 당기는 중력의 결과물 : 속도
눈위에 미끄러지는 원리는 눈을 누르는 압력(중력)에 의한 수막현상입니다. 또 그렇게 중력에 의해 미끄러지며 생기는 요소가 속도(Speed) 입니다. 실력이 올라가면서 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고, 무조건 빠른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빠른 속도를 제어하고 빠른 속도에서도 원하는 턴을 구사하는가는 스포츠경기에 있어서도 승부의 기본 개념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점프대에서의 에어나 하프파이프에서도 보다 크고 멋진 연기를 위해서는 보다 빠른 스피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힘을 제압하는 것이 스피드란 말이 있듯이 힘만으로 무조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다 빠른 속도의 제어가 고수의 비법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보다 빠른 속도와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 눈의 성질과 마찰력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왁싱이나 정비가 필수이고, 에징 및 컨트롤로 속도를 제어해야 합니다.

6. 눈으로 만들고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 : 슬로프
일반적으로 스키/보드를 타는 곳은 리조트의 슬로프 입니다. 하지만, 꼭 여기서만 탈 수 있는게 아니지요. 눈으로 만들어진 지형은 어디서 든지 탈 수 있습니다. Off Piste도 있을 수 있고, 모글, 터레인파크, 하프파이프, 심지어는 계단 난간도 탑니다. 그런 슬로프, 지형지물을 얼마나 잘타는가 그게 바로 실력의 척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요소들의 결합체 - 턴

초반에 언급했듯이 이러한 요소들의 복합적인 결합체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턴(Turn)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 잘 아는 스키의 보겐/슈템/패러랠/숏턴/카빙 등등, 보드의 비기너/너비스/카빙/다이나믹턴 등이 있지만, 광범위하게 생각하면 그라운드트릭, 점프,에어기술 등도 턴에 포함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턴들의 난이도는 위에서 언급한 각 요소들을 얼마나 더 숙지하고 제어하는가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면에서 보다 능숙한 턴을 위해서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씩 분리해서 정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Divide and Conquer) 그리고, 턴을 잘하기 위해서 인간적인 기술적인 면만 강조하는 것 보다도 다른 요소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예들 중에 하나가 바로 fall line(폴라인)입니다. 일반적으로 슬로프를 단순한 평면으로만 생각하고 턴을 시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의 슬로프는 매우 다양한 상황의 폴라인의 복합체 입니다. 작은 모글 부터 진짜 폴라인의 방향이 슬로프의 하단의 방향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점프 및 하프파이프 같은 경우 폴라인의 이해는 더욱 중요합니다. 하프파이프는 기본적으로 아래고 경사져 있고, 좌우로 반원 모양이라 중력의 방향을 정확히 이해 하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두면 좋습니다. 절벽에서 뛰어내릴 때 먼저 눈뭉치를 던져보는 것도 이러한 폴라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 입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모든 턴의 기술들은 어찌보면 이론 보다는 실제가 먼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턴을 하며 내려오는 실체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교과서적으로 가르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렇게 해야 보다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 경험하는 이론과 실제의 벽을 저는 좀 다른 관점으로 이해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누어 보니 스키/보드를 통합하여 정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의 이런 생각이 다른 분들도 혹시 도움이나 될까 싶습니다.

보통 도를 닦으러 산으로 간다지만, 저는 보드를 타러 산에 갑니다. 그리고, 재미있게 하산하고 싶습니다. ^^;

< KOON™ >
엮인글 :

스우스보다

2005.12.20 20:57:50
*.178.146.141

철학적인 컬럼이군요. 좋은 사진들 항상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tiberium

2005.12.20 20:58:41
*.231.35.177

천지인이라면 역시 애니콜이 ㅡㅡ;;
좋은 칼럼이군요.. 잘읽고갑니다.

승모기

2005.12.21 01:21:53
*.145.138.66

ㅋㅋ 체계적이네요.. 글쓴분의 생각이 잘 정리된것 같습니다;

베카카버

2005.12.21 08:47:18
*.77.96.75

히야... 산뜻하네요. 사진들은 뭔가요? 저도 보고 싶네요.

곰탱이~보더

2005.12.21 08:55:02
*.93.189.125

와우... 멋지삼 ^^ 잘 읽고 갑니다.

론리보더 ~ ♪

2005.12.21 09:23:39
*.127.218.162

잘 봤습니다~ 올시즌도 모두들 재미있는 하산!

데크는거들뿐

2005.12.21 10:07:40
*.110.66.36

KOON 교 를 설립하심이^^

cdmass

2005.12.21 10:32:41
*.248.121.142

쿤님의 '경험'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人과 가까운의미에 치우쳐 있는듯...
天, 地의 존재에 겸허할줄 알아야 진정으로 발전할수 이는듯 해요. 근본적으로 天, 地이 없으면 人자체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결국 깨달음과 함께 오는 즐거움은 人으로 돌아오기 마련인것을...
좋은글 감사~ ^^

테스타로사

2005.12.21 13:00:48
*.253.130.39

쿤형님 감사..

KOON™

2005.12.21 21:41:52
*.123.218.107

참고로 턴을 태극의 이론으로 스키를 가르치는 곳이 있습니다.
target=_blank>http://www.taizi-ski.org/

여기는 정말로 도닦는 분위기가 납니다.

가고일~*

2005.12.21 22:01:31
*.13.101.78

심오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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