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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군대 이야기 인가 보네요
새로 하나 써볼까 하다가
예전에 썼던 글이 있어서 재활용해봅니다
일병 2호봉 때..첫 위문편지를 받았어요
떨리는 마음에 한 줄 한 줄 읽어봤는데...
초등학교 6학년..편지 내용은 뭐 판에 박힌 내용의 진짜 위문편지였었는데..
마지막 줄에 북한 사람과는 얘기해봤냐는 내용이 있더군요
전 강원도였기 했지만
양양 공항 쪽에 있어서...북한은 개뿔
기껏 내가 알던 북한이라곤... 외박 나가서 먹는 평양냉면이 거의 전부였었거든요
초등학생의 동심을 지켜주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의미에서 있는 그대로 답장을 보냈어요
근데...별 쓸 말이 없더라구요
저 역시 판에 박힌 내용..공부 열심히 해라..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뭐 그리고 마지막 줄에...이모는 있느냐? 뭐 그런 뻔한 내용들...
근데 신기한 건 그렇게 뻔한 내용으로 꽤 오랫동안 편지를 서로 주고받았어요
어느덧 그 애가 중학생이 되었고...도서관에 잘생긴 오빠가 있다는 둥의 내용이 추가되면서
남자는 다 도둑이고 늑대다라는 걸 깨우쳐주며 그 애의 사춘기 시절의 멘토역할을 톡톡히 했었구요
신발 깔창이랑 스타킹...쵸코파이 같은 선물도 받았고
저도 답례로
그 애 이름이 박힌 인식표, 그냥 고무링 그런 걸 보내줬었죠...
(왠지 모르는데..지포라이터도 보내줬덨것 같아요 ^^)
하지만 저에게도
모든 게 귀찮아지는 제대의 순간이 왔었죠
일어서기도 귀찮고...걸어 다니는것도 귀찮고.. 심지어 그 좋아하던 밥 먹는 것도 귀찮은...
그렇게 제대를 했고
복학을 했고 졸업을 할 시점에...
짐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위문편지를 보게 되었어요
마지막 위문편지에 적혀있던 전화번호...전화번호....전화번호
한참 어리게만 느껴졌던 그 초딩이
이제 새내기 대학생이 되었을 나이이고
그렇게 한참 생각을 하다가
저랑 나이 차이도 8살 정도 밖에 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화들짝 놀랬어요
지금껏 전화는커녕 한 번도 만난 적도 없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갑자기 전화를 하는 것도 너무 부끄러웠지만..
군 생활 저에게 큰 힘이 되어 줬었고...
많은 추억을 함께 나눴던 친구였었는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아이
길거리에서 군인만 보면 혹시 아저씨가 아닐까라는 마음에 조금 설렜었다라고 했던 아이
제대하면 꼭 한번 놀러 오라고 하던 아이..
크리스마스 카드 속표지에 Merry christmas 라고 적혀있는데도 불구하고
Marry christmas 라고 써서 보내줬던 아이...
중학교 수학여행 때 얌전하게 찍혔던 사진 속에 그 애는
어떻게 지냈는지...얼마나 컸는지... 잘 자랐는지....
며칠을 고심하다가...
용기를 내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띠리리리리 찰칵
"저~ 박소영 집 아닌가요?"
"네 아닙니다" 찰칵...
끗~
터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