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인가 야만인가?
-홍세화-
또 진정으로 학생들의 인권에 관심이 있는가 그러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하루 14시간, 16시간, 18시간씩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일상을 살펴보라. 소년노동을 강요하는 동남아시아를 야만이라 하지만 그것은 생존을 위해서다. 그 사회와, 모든 사회구성원들을 일찍부터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각축장’으로 내몰아 문제풀이 요령습득경쟁을 통해 ‘줄세우기’를 강요하고 학벌주의 사회를 공고히 하려고 노동시키는 사회 중에 어느 사회가 더 야만적인가
----------------------------------------
교육인가 야만인가? 2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한 재수생은 수능 점수 몇 점 때문에 “인생의 낙오자라는 말을 들을까 두렵다”면서 죽음을 택했고, 매일 14시간씩 학습노동에 시달리던 한 초등학교 5년생은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죽음의 길을 택했다. 또 다른 초등학생은 급우들에게 당한 왕따의 고통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고발했다. 어린 아이들이 토해내는 고통과 절망의 소리들, 그러나 이 사회는 이미 면역이 되어서인지, ‘내 자식만 아니면 그만’인 죽음들이기 때문인지 눈 한 번 꿈적거리곤 그만이다. 남의 불행과 고통에 대해 비정하기 짝이 없고 무심하기 짝이 없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되어버린 줄조차 모르는 지독한 불감증에 걸린 사회, 야만은 스스로 그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상적 고통과 절망은 내일도 또 그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이 노름판, 장사판에서 죽어나는 것은 아이들이다. 도대체 일어나서부터 잠잘 때까지, 아니 잠도 제대로 재우지 않으면서 학습노동을 하루도 빼지 않고 강요하는 것이 억압이 아니고 학대가 아니라면 그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