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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몸으로 스노우 보드를 꿈꾸는 분들에게 쓰는 글
정말 스노우보드는 죽을생각으로 탔다.
죽기직전에 해보자는 심정으로
의사선생님이 이야기 했던,
서른이 지나면, 니가 안 아플수도 있어!
라는 말을 마법주문처럼 외우면서-
서른, 서른, 서른, 서른, 서른, 서른, 서른, 서른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나는 스물아홉살 때, 스노우보드에 도전했다.
디지게 아팠다.
스노우보드 한번 타고 2주동안 아팠다.
그리고 즐거웠다.
내가 아플 수 있다니!!
내가 스키장에 갈 수 있다니!!
내가 넘어질 용기가 있다니!!!
나는 그동안, 아프다는 핑계로 너무 온실속 화초처럼 -
메뉴얼대로 고대로만 살았었다.
수많은 환자들이 그렇게 살았고,
나도 그렇게 살아야 될 것 같아서
나도 그렇게 살았다.
가끔 티비에 나오는 나랑 비슷한 환자들도 다 슬픈 눈을 가지고 있길래
나도 그냥 대충 그대로 살았다.
일기도 안썼다.
어차피 눈물만 흘릴껄 왜 써~
하는 생각으로
내 슬픔에 내가 중독됐다.
철저하게 나밖에 몰랐다.
그런 못되쳐먹은 내가
정말 좋은 스승님을 만나서
보드에 도전하게 되고-
인간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되고 있다. 아직도 띨띨하다.)
하얀 가운 입은 의사선생님도, 병원 팜플렛도, 티비도 나에게 가르쳐준 적이 없지만-
나도 꽤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더럽게 아프지만, 넘어질 용기를 내니,
자빠질 용기를 내니
인생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잘 자빠지기 위해서
살고 싶었다.
살고 싶어졌다.
이제 겨우, 드디어 재미있어졌는데,
죽는 건 억울했다.
시간이 아까웠다.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내가 맘에 들었다.
다칠 수 있는 이 낭만적인 운동도 맘에 들었다. (누워있으니 다쳐본적이 없지)
나는
아픈걸 까먹기 위해서 일부러 빵냄새 나는 병원을 찾아가곤 했는데 -
스키장에선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게 너무 맘에 들었다.
이 운동은 다 맘에 들었다.
그리고 제일 맘에 드는건, 의사샘이 하지말라고 한게 제일 맘에 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변태다.)
죽을 생각으로 탄,
혹은 아예 그냥 죽어 버리지뭐!!
하는 생각으로 탄 스노우보드는
내 인생을 하얗게 리셋 시켜줬다.
<다시 살아, 다시 멋지게 살것!>
그래서 나는 찌질한 내 인생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하나도 안 멋있고 하나도 안 그럴싸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내 몸은 정말 괜찮다.
니가 왜 이렇게 무거운 글을 쓰는거야.
글재주도 없는게
라고 묻는다면,
인터넷 검색을 해도 해도 해도 해도
괜찮다는 글이없어서 내가 썼다.
불편하지만,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것도 이제는 괜찮다.
넘어질 용기가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 나와 비슷한 당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헐 29살때까지 제대로 못걸으시다니.... 그래도 지금은 생기를 찾으셔서 보기 좋네요 앞으로도 많은 좋은일,삶의 활력소를 찾길 바랍니다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