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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3281608461&code=940601&nv=stand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입력 : 2016.03.28 16:08:46 수정 : 2016.03.28 16:29:35
가수 설현이 얼굴에 에센스를 정성껏 바르며 “영양, 보습, 탄력, 윤기… 언니, 에센스 하나도 이렇게 꼼꼼하게 고르면서”라고 나무라듯 말한다. 이어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 아름다운 선택 기대할게요”라는 대사가 이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배포한 제 20대 국회의원선거 투표독려 광고 영상의 한 장면이다.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외모 꾸미기에만 치중한다’는 편견을 선관위가 나서서 확대재생산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선관위의 투표독려 광고가 성별고정관념에 기반한데다 청년 유권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며 즉각 사과하고 배포를 중단할 것을 28일 요구했다.
선관위가 배포한 선거광고 ‘설현의 아름다운 고백-화장품 편’은 여성 유권자에게 ‘화장품을 꼼꼼하게 고르는 만큼 꼼꼼히 따져서 선거에도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스마트폰 편’에서는 남성 유권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조건을 언급하며 “오빠, 스마트폰 하나도 이렇게 퍼펙트하게 고르면서”라고 말한다. 또 ‘엄마의 생신 편’에서는 투표의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된 엄마 생신 잔치에 바쁘다며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 여동생을 나무라는 오빠의 모습이 그려진다.
여성연합은 “이는 여성이 정치·사회 문제만큼 중요시하는 것이 화장품, 즉 외모라는 성별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어 성차별적”이라며 “또 여성을 본인이 바쁘다는 핑계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소위 ‘이기적’이며 ‘개념 없는’ 유권자, 시민의식 없는 시민으로 묘사해 여성의 정치, 사회적 인식을 비하하고 왜곡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반적으로 청년 유권자에 대한 편견이 깔려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여성연합은 “화장품과 스마트폰은 열심히 고르면서 바쁘다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청년들을 꾸짖으며 투표 독려를 하고 있다”며 “취업난과 주거난으로 청년세대가 고통 받는 상황에서 이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내용으로 편견을 재생산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앞서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에도 미인대회에 참가하려는 여성이 선거 전날 쌍꺼풀 수술을 예약했다는 이유로 투표 참여를 망설이는 내용의 사전투표 안내 웹툰을 배포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여성연합은 여성과 청년 유권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문제가 된 광고영상 배포를 즉각 중단하라고 선관위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