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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신해철입니다.
저는 지금 노무현 후보의 찬조연설을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만큼 평소에 정치하고는 무관하다 라고 생각을 해왔고 정치하고는 일부러라도 거리를 두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었구요 뭐 친구들하고 사이에서는 내가 정치하는 근처에 가느니 차라리 63빌딩에서 뛰어내리고 말겠다라고 막말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제가 그냥 아무일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는 것, 그것을 견딜 수가 없었고 평소에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저의 고집도 제가 믿는 더 큰 것이 있다면, 더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 고집을 버려야 한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 얼마 전에 장가를 갔습니다. 그래서 평생 결혼 안하고 혼자 살거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가 지금 마누라를 보고 홀딱 반해서 장가를 갔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슬그머니 욕심이 나서 아이도 낳아서 아이 얼굴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되었는데, 나중에 그 아이가 자라서 "아빠 2002년 겨울에 아빠는 어디가서 뭘 하고 있었어"라고 물으면 "어 아빠는 음악하는 사람이니까 뭐 정치하고는 무관하고 그때는 음악실에서 열심히 곡을 쓰고 있었다"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도저히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제 노래 가사인데요. 그곳에서, 창살 없는 감옥이라 불리는 그 교실에서 우리는 참 얼마나 갑갑했습니까. 그리고 또 얼마나 빨리 어른이 되길 갈망했습니까. 어떤 통과의례를 통해서라도 어른이 되고 싶었고, 그리고 지금 우리를 내버려 두고 있는 어른이 원망스러웠고 어른이 되고 나서 세상을 바꾸게 될 힘을 얻기를 얼마나 또 갈망했던가요. 주민등록증이 나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요. 주민등록증이 나오게 되면 석달 전부터 달력에 표시해 가면서 "야, 이제 주민등록증 나온다"하고…. 그리고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고 나서는 정말 어른이 된 것 같은 그런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주민등록증을 어디에, 얼마나 많이 사용하셨습니까? 저 같은 경우에는 나이트 들어갈 때 입구에서 그냥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말고는 별로 써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경우에는 하다 못해 중국집에서 주민증 맡기고 짜장면 한 그릇 주세요 해도 안 줍니다.
우리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이 세상을 바꿀 힘을 얻는다는 것이고, 이 세상에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게 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투표권을 통해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그리고 나서 이 나라를 바꿔 나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의 한 몫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저, 솔직히 이날 이때까지 투표해 본 적 한 번도 없습니다. 87년에는 투표권이 없어서 못 했구요, 그 다음에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고 투표하기 싫어서 안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고하게 학처럼 정치하고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고 멋있는 척 할 상황도 아니고 투표를 안하는 것이 자랑인 시기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한테 "산다는 게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어, 대학 가면 가르쳐 준다. 그때까지 아무 생각하지 말아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공부 마치고 오는데 하늘이 참 고왔어요, 너무 예뻤어요"라고 얘기하면 "이놈의 자식, 공부도 안하고 쓸 데 없는 생각하고, 멍하니 걸어 다니고, 뭐하고 다니는 거야" 하고 야단을 맞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그렇다고 배웠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 어차피 경쟁이고 남의 머리를 밟고 일어서야 하고, 남과의 경쟁에서 네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너는 가만 있어도 남들이 너의 머리를 밟고 일어설 것이고, 대학 떨어지면 너는 인생 낙오자요, 취직 못하면 돈 못벌면 세상에서 쓴맛 보게 된다고, 그런 얘기를 어릴 때부터 들어 왔습니다. - 중략 -
꼭 투표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