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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베트남댁 .. 눈물 대신 희망을

[본지-서울대 아시아연 기획]


 국가 간 이주 부작용 해법



중앙일보 | 전영선 | 입력2013.09.23. 00:58 | 수정2013.09.23. 15:40


한국행 결혼 이주를 택했다 실패 후 고향에 돌아온 탄뚜엔. 그는 전 남편과의 결혼 사진을 보여주며 " 당시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톳놋=전영선 기자베트남 남부 호찌민시에서 5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메콩강 지류의 오지 마을 톳놋. 이곳이 고향인 탄뚜엔(24)은 3년 전엔 '5월의 신부'였다. 신랑은 중매업체가 소개한 한국인 김모(42)씨. 부산에 사는 재단사라는 말을 믿고 만난 지 이틀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한국에서 3개월 만에 다시 만난 남편은 베트남에서 볼 때와 달랐다. 실업자나 마찬가지였고 탄뚜엔을 냉대했다. 결국 4개월 만에 가출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원단 공장과 식당을 전전하며 항공료를 마련해 1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곧 이혼소송장을 보내왔다. 현지에서 만난 탄뚜엔은 결혼사진을 보여주며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탄뚜엔은 다시 한국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에서 알게 된 50대 남자가 결혼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옳은 선택이라고 굳게 믿는 눈치였다.

대만 규제 강화하자 한국행 급증

 탄뚜엔의 이야기는 아시아 이주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국제이주기구(IOM) 추정에 따르면 약 6000만 명(2010년 기준)이 국적을 둔 나라를 떠나 아시아 각국에 체류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까지 아시아의 이주 수용국은 일본·싱가포르·대만 등이 대표적이었다. 90년대 말부터 한국이 주요 수용국으로 부상했다. 최근엔 중국이 송출국 지위에서 수용국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아시아 역내 이주에서 점차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이주의 여성화' 현상이다. 가사도우미를 비롯한 '돌봄 노동'과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지만 특히 결혼 이주의 비중이 커졌다. 이로 인해 아시아 각국의 인구 구성뿐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공동취재단은 아시아 이주의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대표적 '송출국'인 베트남 현지를 취재했다. 해외 이주는 베트남 정부가 사회경제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전략이다. 매년 7만~10만 명의 인력을 해외로 송출하며, 현재 50여만 명의 베트남 노동자가 세계 46개국에서 일하고 있다. 결혼 이주도 활발하다. 2000년대 초까지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의 주요 목적지는 대만이었다. 87~2006년 대만으로 결혼 이주한 여성 37만 명 중 베트남 출신이 30%를 차지한다. 2004년부터 베트남에서 한국행이 급증한 것은 대만 정부가 국제결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탓이다.

한류 드라마와는 너무 다른 현실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 체류 결혼 이주 여성 중 24%(4만7000명)가 베트남 출신이다. 중국동포(조선족)를 제외하고 가장 많다. 지난 한 해에만 6586명의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 대부분 '성공한 국제결혼'으로 빈곤 탈출을 꿈꾸는 여성들이다. 이들 대다수가 탄뚜엔처럼 메콩델타 지역 출신이다.

 한국으로 향하는 결혼 이주 여성은 친정에 송금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떠난다. 한류 드라마 속의 화려한 생활도 이들의 결정을 부추긴다. 현실이 다른 줄 알면서도 복권에 당첨되길 기대하는 심정으로 짐을 꾸린다. 하지만 남편은 드라마 속 주인공과 거리가 멀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제결혼 가족의 60%가 월 2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급속으로 진행되는 결혼은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한국 남편도 기대가 어긋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같은 동양인, 유교문화권이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추진하지만 양국의 가족 관계와 규범은 차이가 크다. 부계 혈통을 중시하는 한국의 가부장적 규범은 모녀 관계를 각별히 중시하는 베트남의 관습과 서로 맞지 않는다. 빨리 아이를 낳아 대를 잇고 아내가 한국인으로 살길 바라는 남편과 친정을 도우려는 아내는 서로 갈등하게 된다. 이로 인해 2004년 147건이던 한국·베트남 부부의 이혼은 지난해 1992건을 기록했다. 8년 만에 13배가 증가한 것이다.

메콩델타지역 혼혈자녀 3000명

 이혼에 따른 2세 문제도 심각하다. 취재팀이 메콩델타에서 만난 끼우뚜엔(23)은 임신한 몸으로 가출해 귀국한 뒤 혼자 아들(3)을 낳았다. '민국'이라는 한국 이름을 별명처럼 쓰고 있는 아이는 끼우뚜엔의 친정어머니가 돌보고 있다. 재혼을 계획하고 있는 끼우뚜엔이 양육비를 언제까지 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메콩델타에만 혼혈 자녀가 3000명을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대다수가 대만·베트남 혼혈이지만 최근에는 한국·베트남 혼혈도 늘고 있다.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무성하지만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문제는 많지만 대책은 간단하지 않다. 호찌민대 사회학과 팜티투이 짱 연구원은 "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경제력 격차가 존재하는 한 결혼 이주는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 내 장기 과제로 보고 송출국과 수용국이 협력해 함께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양측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교육 프로그램 확대가 시급하다. 베트남 신부가 한국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현지 기관은 아시아문화교류재단(ACEF)과 유엔인권정책센터(KOCUN)뿐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대체로 하루 동안 실시되며 간단한 한국어와 기초 정보 제공으로 이뤄져 있다. 껀터 KOCUN 정다와 지부장은 "가정 폭력, 인권 침해 등 한국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응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에선 한국 남편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교육도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주 수용국으로서 한국 정부도 상업적 결혼중매업에 대한 해법, 이주 여성의 시민권, 취업, 육아, 다문화 자녀 교육 등의 현안에 일관되고 효율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단일민족사회에서 다민족사회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공동취재단(호찌민·껀터)=오명석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최호림 서강대 교수

전영선 기자 < azul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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