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친
그는 남친
매우 다른 성향의 사람이 4개월째 만나고 있어요
여행에 있어서도 그런데..
저는 여행을 딱히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나 여름철에는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생각이 더 강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안 좋아합니다
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24시간 붙어있는 게 불편하다고 느끼는 편이라
1박도 싫어하는 편이에요
사실 잠을 자고 오는 일정은
가족여행에서도 꺼리는 스타일입니다
반면 남친은
외로움을 많이 타서 계속 붙어있고 싶어하는 스타일이고
(거의 매일 낮12시~1시 쯤 보는데 그 전까지의 혼자 있던 오전 시간과, 저녁 먹고 헤어진 후 잠들기 전까지의 혼자 있던 밤 몇 시간에 대해서도 서운해 함;)
저랑(여자친구랑) 기억에 남고 추억이 될 수 있는 걸 많이 하고 싶어해요
(여기서 기억에 남을 일은 일상적인 것이 아닌 다른 시도로 여행 떠나기, 새로운 경험 하기 등이에요.)
처음 연애 시작할 때부터 3박 4일, 4박 5일
여행 가자고 계속 그랬는데
나중에 좀 더 만나고 나서 가자며
장난식으로 대충 넘겨ㅆ거든요
근데 여름 휴가시즌이 되니까
그거에 대한 서운함이 증폭되서 폭발했는지
삐져서는 어느 날 오전
자기가 맨날 집구석에서 이렇게 그냥 있는 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집구석 시간은 위에서 쓴 만나기 전 오전시간과 잠들기 전 집에 혼자 있는 몇시간이에요.)
혼자 부산 가고 있다고 갑자기 무방비 상태에 있던 저한테 화를 버럭 내는 거에요
제 입장에선 조금 황당했지만 저는 화 내거나 반박하지 않고
그러냐면서
오늘도 언제나처럼 점심시간에 만날 줄 알고 같이 점심 먹으려고 했는데
많이 갔냐고 물어봣더니
거짓말이라고
병원 가는 중이었다고
화나서 그랬다고 하더라구요
이땐 더 황당 했지만
역시 화냐지 않고
점심 같이 먹자고 달래서 점심시간에 만났어요
얘기가 너무 길어지는 거 같아 요약하자면
만나서 남친 기분, 원하는 것 물으며
얘기를 들어주는 식으로 했어요
(원래 제가 그런 식은 아니었는데 정말 싸우고 싶지 않았고 멀리 가기 귀찮아하는 여친을 만나 남친이 고생하는 건가 싶기도 해서)
그리고 타협
4박 5일읔 정말 나로선 힘들다
사실 1박 2일도 나는 힘들다
so
2박 3일로 가자
남친도 콜
그런데 문제는 또 여기서 생겨버렷어요
남친이
자기가 모든 계획을 다 혼자 짜겠다고 하더라구요
왜 그러냐구
같이 짜자고 했는데
아니라고 자기가 다 짠다고 맡기고 기다리라는 거에요
여행 가기 싫어하는 난데 한발짝 양보 해준 거에 대한 미안함으로
자기가 희생하는 건가 햇어요
결국 남친이 끝까지 자기 혼자 짠대서 그러라구 했구요
그 다음날 아치
그래도 왠지 마음이편치 않아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통영 여행 후기들 검색해서
경로 경비 등 계획 짜는 데 참고할 만한 링크들 찾아
4-5개 정도 보내놨어요
근데 아침에 자느라 그에 대한 별 대답은 없이
또 일상적으로
점심시간에 만나 데이트 하구 그랬던 거 같아요
또 그러고 나서 지난 주말 쯤이었나
여행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아직 아무 얘기가 없어 넌지시 물어봤어요
계획 짜지고 있는 거 맞는지
혼자 짜기 힘들면 같이 짜자고
도움 줄 거 있음 뭐든 말하라구
같이가는 여행인데 같이 짜야지 하면서
너무 무대책이면 여행이 아니라 그냥 개고생만 하고 오는 경험될 수 있다고
장난식으로 얘기했어요
남친은
걱정하지 말라며
다 알아서 짜서 얘기해주겠다고 하더라구요
이때도 미심쩍었지만
저렇게 말하니 그냥 믿어 보기로 했고
또 언지를 띄워놨으니
아직 하나도 안 짜놨더라도
지금부터라도 뭘 하겠지 했어요
그리고 주말이 지나고
오늘은 월요일 현재 오후 6시 반쯤 됐구요
여행일은 모레 수~금까지로 잡아놨거든요
오늘은 오전부터 만나 오후 5시 정도까지 같이 있다가
남친은
술 약속 잡혔다며 슬 마시러 갔는데요
아까 또 물어보니
미안하다며
사실 계획 아직 하나도 안 짜놨다고
내일 짜서 얘기하려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제 생각엔
여행은
남친이 원해서 계속 짜증내고 서운해하니깐
제 입장에선 가기 싫지만
나름 맞춘다고 노력해서 가기로 한건데..
본인이 원하던 걸 하려고 하면 그에 대한 준비나 대책은 어느 정도 해놨어야 하는 거 같단 생각이 들구요
같이 계획 짜자고 얘기한 말을 굳이 거부하며 자기 혼자 짜겠다고 우겼던 점
지난 주말에 살짝 얘기했을 때라도 짰음 더 나았을텐데 무시한 점
요구는 있지만
요구에 대한 자기가 하기로 한 책임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
이 수면 위로 올라와 버리고 있어요..
자기가 원해서 가는 여행
자기가 고집해서 혼자 짠다고 한 여행 계획
여행 가기 이틀 전까지 무계획
이틀 전인 오늘 저녁 술 마시러 가고
내일 최선을 다해 짤거라는 남친
제가 어느 정도로 이해해줘야 하는 걸까요...
말도안대는계획이면 그냥 블로그나 인터넷에 좋다는데 적어놓고 가자고하는데 a에서 b장소가는데 한나절 이런거나...
그냥 일단 내려가자 일듯
(이건 남일 같지가않네 ㅡ.ㅡ 모 일단 내려가고보는거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