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날씨가 어마무시하게 좋았습니다.

한겨울에 알프스에서 이런 날씨가 연이어 이틀이라니 고사를 지내도 무리죠..

산등성이에 해가 들기 시작하는 8시 30분 숙소를 나섭니다.

1. 썰매계의 스포츠카

썰매탈 썰매장을 물색하는데 고민이 많았습니다. 

조건이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난이도가 초보자용일 것. toboggan이라는 썰매는 스키나 보드의 대체 레져로서 유럽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그래서 슬로프 난이도도 초보자, 중급자, 고급자로 나뉘어요. 고급자는 진짜 루지나 봅슬레이를 연상시키는 엄청 좁고 가파른 슬로프가 대부분입니다. 길이도 짧고요.(3~4km 정도). 의외로 어린이 대동 가능한 초보자용 슬로프가 많지 않습니다.

둘째로, 리프트나 곤돌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부모님 연세상 6~7km를 하이크업 해서 내려오는건 아무래도 무리인데, 이 근처 썰매장의 대부분이 하이크업+썰매의 조합입니다. 곤돌라나 리프트로 접근 가능한 곳이 많지 않아요.

셋째로, 길이가 적어도 5km이상 될 것. 그래도 알프스 갔는데 끝없는 슬로프 맛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래서 선택한 것이 mieders라는 곳의 meiders 슬로프입니다. 길이 7km, 패밀리 프렌들리의 초보자용 슬로프이면서, 곤돌라에서 내리면 바로 탈 수 있어요.

이곳이 시작지점입니다.

비록 보드가 아니라 썰매를 들고 있어도 가슴이 뛰겠어요 안 뛰겠어요?

이런 곳에서 이런 썰매를 탑니다.

살벌하게 생겼죠? 썰매계의 스포츠카입니다. 굉장히 견고하고 빨라요.. 장난 아님..

경치가 끝내줍니다... 환상적이에요. 구름한점 없는 날씨가 더해지니 이건 뭐..

아버지가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원래 스키 타시는 분이라 속도에 익숙해서 더 그렇겠지만.. 저보다 먼저 내려가셔서 절 기다리지도 않고 곤돌라 타고 올라가버리시는 전투썰매잉? 을 하셨습니다.

저는요?

이건 카메라가 돌아간 게 아닙니다. 내가 돌아간 거임..

으어어어억

슬로프 밖으로 날아간 썰매..

죽을 뻔..

여튼, 너무너무 재밌었습니다. 보드와는 또 다른 맛이 있으니 기회되시는 분들은 꼭 해보시길 바래요. 정말 재밌어요.

2. 이번 여행 두 번째로 마음에 든 사진

11세기에 지어진 인스부르크에 있는 성 중에 가장 오래된 성인 암브라스 성의 복도에서 창문을 통해 알프스를 내다보았습니다.

이때 든 생각이.. 지금 밖에 보이는 저 산이 천년 전에도 이 창문을 통해 똑같이 보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천년이란 시간이 아무 의미가 없는 산과, 천년동안 부서졌다 재건되었다 몇번을 반복한 오래된 성과, 그동안 이 풍경을 바라보았을 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뭐 설명하기는 힘든데.. 그냥 그렇다구요.

3. 이번여행 최고의 사진

참 뭉클하면서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마음속 깊이 생각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여행을 즐거워 하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내일은 짤스부르크로 갑니다. 

이제 부모님이 귀국하실 때 까지 4박이 남았네요. 시간이 금방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