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 시즌 밖에 안탄 버벅이 보더입니다.

상품에 눈이 멀어 (^^;) 제가 한 시즌 동안 몸소 체험했고 주변 사람들이 행하던 헝그리한 보딩에 대해 썰을 풀어 보겠습니다. 간혹 "야 이거 너무 심한거 아냐" "이 녀석 완전 거지잖아"라고 생각하셔도, 참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보딩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이 정도는 부끄러울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1. 일단 교통편은

1.1. 당연히 무료 셔틀을 탔습니다. 이 경우, 보드장에 대한 선택권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무료 셔틀이 가는 곳은 서울 근교의 스키장(지X리죠트나 알XX 리죠트 등이죠) 밖에 없으니깐 말이지요 -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

1.2. 간혹 어느 메이커의 장비를 구입하거나 어느 샵에서 제품을 사면 무료 셔틀을 태워주는 경우가 있슴다. 하지만 이러한 장비를 구입할 단계가 되면 이미 헝글하다고 말하긴 쫌 무리가 있슴다(그 이야기는 장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해보죠).

1.3. 다니던 보드장에 다소 익숙해질 무렵, 좀 멀리 있는 보드장을 가고 싶고 서너시간 동안 낯선 사람들과 유쾌하게 웃고 즐긴 능력이 된다면 모니모니해도 카풀이 최고겠죠. 그건 아래에 계신 분들도 모두 서술하고 있으니 생략.

1.4. 카풀을 하고 갔을 때의 서먹함을 이겨내기에는 간이 콩알만한 사람(바로 접니다)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뒤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제일 싼 당일 팩키지를 찾아서 헤메는거죠. 작년에 제가 딱 1번 이용했던 팩키지는, 주간 리프트권에 왕복 교통비를 포함해서 한 4만원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전 헝글하기 때문에 이걸 딱 1번 밖에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우울한 이야기죠 -.ㅜ;


2. 담으로 장비는

2.1. 머랄까~ 아무리 허접한 보드라도 풀셑이 30만원이 넘는다고 본다면, 역시 한 시즌은 렌탈로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뎌보는게 좋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2.2. 제가 지난 시즌 애용하던 모 리죠트의 렌탈 샾은 풀셑으로 주간을 빌리는데 만이천원이였슴다. 그렇다면 30만원대 구리구리한 풀셑으로 한 시즌 타서 버리느니 렌탈이 더 싸게 먹힌다는 계산이죠. 저야 주말밖에 못 가니까 한 시즌 아무리 열심히 타봐야 10~20번 이내거든요.

2.3. 또한 렌탈 보드의 장점은 자기가 어떤 장비를 선택해야 하는지의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장비에 대한 시야를 넓혀 준다는데 있습니다. 최소한 저는 어떤 사이즈의 데크가 저한테 적합한지, 그리고 어떤 바인딩이 최악의 바인딩인지는 몸소 체험을 했죠.

2.4. 그러나 렌탈 보드에는 당연히 단점이 많이 있습니다. 첫째는 탈 때마다 매번 감이 틀려지기 때문에 배울 때 다소 힘든 면이 있고(특히나 허접한 것을 렌탈했을 경우에는 최악입니다), 둘째는 반드시 타기 전에 튜닝(자기 발에 맞게 풀렀다 조였다) 해봐야만 하고, 세째는 잘못 빌려서 멀리 떨어진 숍임에도 불구하고 교환을 하러 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네째로 관리가 잘못된 걸 빌려서 크게 다칠 수도 있습니다(바인딩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경우도 있지요).

2.5. 그래도 제 생각엔, 렌탈 문제 때문에 다소 곤욕을 치루더라도 초창기에는 한 10번 이상은 렌탈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초짜 보더에게 버튼이니 포럼이니 하는 메이커들은 돼지 발의 진주거든요. 그리고 싼 렌탈숍을 찾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파셔야 합니다.

2.6. 혹시나 어머니가 곗돈을 탔는데 기분이 좋아서 용돈으로 한 20만원 정도 줬다면, 돈 좀 더 보태서 좋은 부츠나 하나 장만해두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그것도 다소간 돈이 절약되고, 향후에 큰 돈을 아낄 수 있는 지름길이지요.


3. 그 외의 장비는

3.1. 초짜에게 보드복 바지하고 장갑은 필수적으로 필요하지요? 진정한 헝글 정신은 결코 이런 일에 처음부터 돈을 들이는 법이 없습니다. 보드복 바지는 방수가 되는 것이라면 속 안에 내복을 껴입어서라도 보온에 연연하지 않고 입어야 합니다... 다행히 일부 양식있는 옷 브랜드들 중에 저가형(정말 보온 및 통풍하고는 담을 쌓아 놓은 보드복 바지입니다)을 5~6만원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초기에는 그나마 2벌 있는 친구꺼 빌려 입었습니다 ^^

3.2. 장갑은 보드를 렌탈하면 그냥 주는 곳이 있습니다. 물론 그래봤자 한시간 정도 지나면 물걸레가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벙어리 장갑끼고 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날씨가 너무 안 추워지기를 바래야겠죠. 그리고 수시로 장비 말리는 곳에 내려와서 장갑을 말려주셔야 합니다(동상 걸리면 시즌 접습니다^^).

3.3. 의외로 둔감한 부분이 보호대 부분인데, 보호대를 보드숍에서 산다면 그건 사치입니다. 그거 숍에서 사면 의외로 비싸거든요. 저는 제 친구 녀석이 뭐에 쓰는지 모를(제 생각엔 인라인 스케이트용 같은데) 엉덩이 보호대와 무릎 보호대를 무슨 체육사같은 곳에서 같이 사자고 해서 샀습니다. 저렴하고 쓸만 합니다. 땀이 너무 차서 팬티까지 젖는게 탈이지만요.

3.4. 고글은 잘 알시겠지만, 대형마트 등에서 파는 걸 사서 쓰십니다. 2만원이면 절대로 안개가 끼지(?) 않는 강력 고글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좀 구리구리하고, 자외선 차단이 될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문제지만... 뭐 있는게 어딥니까?

3.5. 불행히도 저도 시즌 중반에 빌려 입는게 미안해서 보드복과 장갑은 구입을 했습니다. 아마 이건 평생 입고 써야 할 듯 --;


4. 식사

4.1. 이건 긴 말이 필요없습니다. 무조건 도시락을 쌉니다.

4.2. 더불어 집에 있는 보온물병을 챙겨 옵니다(물은 현지 조달합니다. 뜨거운 물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이죠). 찬 도시락 먹다가 체하거나, 얼어 죽으면 누구도 그날의 보딩을 책임져 주지 않는 법이죠.

4.3. 제가 가끔 쓰던 방법은, 집 주변 싸구려 김밥집에서 1000원에 파는 야채 김밥(1000원 짜리에 무슨 단백질을 바라겠습니까 ㅜ.ㅜ)을 한줄 사는 겁니다. 편의점 삼각 김밥보다 저렴하고 보기에도 생동감(!)이 넘칩니다.

4.4.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없다면, 눈물을 머금고 내일을 위해 영양가 많고 비싼 보드장의 음식을 사 먹습니다. 사발면은 체력전을 위해서도 권장할 만한 식사는 아닙니다.


5. 슬로프에서 지내기

5.1. 초보 보더들은 당연히 보드 연습할 수 있는 장소에서 하루종일 걸어서 슬로프를 올라가셔야 합니다(리프트타고 올라가는 곳에서 그런 짓하면 세이프가드들한테 욕 먹습니다만...). 하체와 허리 단련은 보딩의 기본! 감히 초보가 리프트권을 끊는다면 그야말로 번개 맞을 짓입니다. 그런 초보는 하늘이 벌하심다. 성X 리죠트나 X팍 같은 보드장에는 충분히 하체를 단련하실 수 있는 아주 긴 초보자용 코스가 있으니 도움되실 겁니다. 근데 이런데는 앞서 말했듯이 헝글 보더는 한 시즌에 한번 갈까 말까 하겠지요.

5.2. 어느 정도 초급 슬로프를 2~3분 안에 주파를 하실 기량이 되신다면, 오후만 리프트권을 끊습니다. 오전엔 걸어다니며 몸 풀고 오후엔 본격적으로 타는거죠. 오후에 리프트권을 싸게 구하는 요령은 불법성이 짙으므로 거론하지 않습니다.

5.3. 저는 시즌 마지막까지 오후만 끊었습니다 -.-;

5.4.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당일 팩키지 중에 리프트권이 포함되어 있는 적정 가격의 팩키지가 있으니 참고하십시요. 그리고 렌탈을 하시는 경우 리프트 할인권이 있는지 반드시 물어보시구요~


6. 라커 사용

6.1. 또 한가지 대부분이 둔감해하는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라커(개인사물함?)를 사용하는 문제임다. 라커는 한번 딸 때마다 돈을 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것도 제법 쏠쏠하게 돈이 들어가지요.

6.2. 저같은 경우 신발은 렌탈숍에 맡기고, 필요한 물품은 가방에 넣어서 매고 탔습니다. 초보에겐 다소 무리고 자세가 흐트러질 우려가 있지만, 뒤로 넘어졌을 때 머리가 깨질 염려는 없죠. 라커에 쓸 돈으로 쬬코바나 사서 드세요~

6.3. 정히 짐이 많아서 다 담지 못하는 경우엔 다시 렌탈숍까지 다녀 오십시요. 초보는 하체 단련이 가장 중요한 법이니깐 ^^


7. 종합 의견

7.1. 이렇게해서 저의 긴 글은 끝이 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보드장 생활을 하는 경우의 경비는 이 정도가 됩니다.

7.1.1. 초기 비용 : 바지 5만원 + 보호대 5만원 + 고글 2만원 = 12만원
        → 저처럼 바지를 얻어 입고, 고글을 무시한다면 보호대값만.

7.1.2. 일일 생활비용 : 렌탈비 1만 2천원 + 점심값 1천원 + 리프트값 1~2만원
        → 점심 싸고 다니고 초보라서 리프트 안 타면 1만 2천원

7.1.3. 한 시즌에 15번을 보드장에 가는 경우 제 경비의 합은 대략 30~40만원 선이 됩니다.

7.2. 저의 생활 방식이 다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거나, 내용이 신빙성이 없다고 느끼시면, 거침없는 비난의 리플을 달아주십쇼. 하지만 실제로 매번 성공하진 못했지만, 가능한 한 위와 같은 범위에서 예산을 운용하려고 노력한 건 사실입니다. 물론 이건 초보의 경우에 국한된 이야기므로, 경험과 실력이 있는 보더들에게는 위와 같은 생활이 좀 힘든 일일수는 있겠네요.

7.3. 지금은 비수기에 구입한 저만의 보드셑도 있습니다(^^;). 좀 더 투자해서 이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려는 것이지요. 그나마 사용하던 렌탈비를 줄일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한 3년은 타야 할텐데 말이지요 --;


8. 그럼 즐거운 시즌 준비되세요 ^^;
엮인글 :

멋진걸

2002.09.25 04:54:39
*.44.190.95

눈물납니다 ㅜ.ㅜ
절약정신이 투철한 님께
'짝짝짝~~'

멋진걸

2002.09.25 04:55:20
*.44.190.95

특히 '생동감 넘치는 야채김밥' 편에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김승철

2002.09.25 09:01:44
*.247.204.24

흠.. 감사 감사. 턱없이 많은 당근과 시금치가 들어 있는 야채김밥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영양 만점의 식사지요 ^^

질문!!

2002.09.25 09:26:39
*.247.159.51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렌탈비가 어디가 시즌 내내 1만 2천원인가요? 1만 2천원이면 메리트는 있지만 어느 스키장 근처의 어느 샵인지 궁금하네여

김승철

2002.09.25 10:28:14
*.247.204.24

위의 2.5번에 언급했듯이, 렌탈비가 싼 샵을 찾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파셔야 합니다. 지X 리죠트 근처에 있는 샵이였는데 이름은 잘 생각이 안 나네요. 근처 가게는 그 당시 1만 6천원이였으니까 엄청난 차이죠~ ^^

제플린

2002.09.25 17:00:58
*.211.20.72

대단합니다.

jj

2002.09.26 19:10:30
*.60.15.50

승철옹님 감동입니다... 정말 절약 정신이 대단 하시군요.. 같이 다니면서 미처 몰랐던..ㅡ.ㅡ;; 대단하십니다... 암튼 장비 마련하건 축하드림다~ ^^*

김승철

2002.09.27 10:30:17
*.247.204.24

jj님, 님과 함께 보드장을 밟은 게 어언 몇년인지 모르겠군요 ㅜ.ㅜ; 퇴직금으로 시즌권 장만하신다는데 그거 장만하시면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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