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대왕] 용평보고서

일반 조회 수 3743 추천 수 7 2002.11.15 11:20:15
올시즌 첫보딩 용평 ...
보고 느낀 몇가지만 적습니다.

14일 오전10시 - 오후 02시
기온 영하 1도
습도 45%
풍속은 몰라요.
하지만 딥따 세요.

잠실 롯데마트앞 새벽6시 ...
용평셔틀이 그앞에 서요.
편도 운임 12000원 기사아저씨 친절하죠.
하지만 돈은 꼼꼼히 받아요.
넓은 우등버스라 꼭꼭 숨어도 다 보이죠.
미남이라고 해보세요.
구래두 운임은 12000원 이죠.

첨에 버스 몇대가 보여서 탔어요.
주위에 연세 지긋한 분들이 있었죠.
버스 앞창에 이렇게 써있었어요.

" 지리산 산행 "

전 바로 내렸어요.
5시 55분쯤 용평셔틀이 왔어요.
대원고속이구요 딱 1대만 와요.
여러대가 몰려오면 용평 절대 않가죠.
갑자기 겨울산 보고 싶으면 타세요.
운 좋으면 묻지마관광에 동참가능해요.

6시 4분에 출발해서 용평에 도착하니
8시 24분 이었어요.
중간에 소사에서 15분 쉰다고 방송나오죠.
전 오줌을 꾹 참고 시간을 재 보았어요.
정확히 14분만 쉬고 출발했어요.
혹시 저처럼 시간을 재는 넘들 물먹일려구
용평의 작전이 아닌가 의심이 들어요.
용평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튀었어요.

스키하우스라고 있는데 명칭은 별로군요.
렌탈샵 , 매장 , 식당 , 화장실 , 탈의실등이
있는 3층규모의 목조건물이에요.
앞쪽에 베이스 , 매표소가 있어요.
리프트권 살려고 매표소갔는데 주간권
42000원 이라고 써있었어요.
전 등반을 결심했죠.

오늘등반을 위해 금연하고 헬스까지 다녔어요.
특히 하체만을 집중적으로 키웠죠.
작년 14번 연속등반기록을 깰려구요.
올해는 체력을 더욱 키웠으니 25번은 자신있죠.
장비렌탈을 하려고 스키하우스에 들어갔어요.
직원이 표부터 끊으라고 했어요.
표를사야만 장비를 빌려주었어요.

전 횡계시내 영동고속도로 입구에 몰려있는
일반렌탈샵으로 향했어요.
다른 보드장과 달리 용평은 렌탈샵과
용평베이스와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요.
도저히 걸어서는 가기 힘든 거리였죠.
전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기로 했어요.
저 멀리 마티쓰 한대가 보였죠.
뛰어가서 운전하시는 분께 사정했죠.
흔쾌히 태워주셨어요.

렌탈샵에 도착해서 전 지갑을 열었죠.
만원짜리 뿐이어서 그중 한장을 꺼냈죠.
보통 이런경우 금액도 크고 가는길에
태워주는 거라서 한번쯤은 꼭 튕기죠.
구럼 전 만원을 다시 제 지갑에 넣는거에요.
하지만 그 아저씨는 평범하지 않았어요.
받자마자 바로 주머니에 넣었어요 ...
이런경우는 첨이어서 저의 대가리는 혼란했죠.
그분의 노련한 인생철학이 돋보였어요.

렌탈샵에서 보드와 보드복을 렌탈했어요.
장갑도 없어서 하나 골라달라고 했어요.
가격 10000 - 40000 원까지 있다고 했어요.
10000원짜리 장갑 달라고 했지요.
갑자기 품절이라고 하면서 33000원
짜리 장갑을 보여주었어요.
판매직원의 노련함이 엿보였죠.
전 깍아서 3만원에 장갑을 샀어요.
보드복으로 갈아입은후 부츠를
신었더니 직원분이 태워주셨어요.
데크대여는 20000원 , 보드복은 10000원 ...

각선미가 쥑이는 분이나 쭉쭉빵빵인분 ...
현란한 말빨과 경이로운 달변가인분들 ... 조차도

데크렌탈 20000원 이하로는 불가능하죠.
방법은 딱 하나 ... 바로 끈끈한 정이죠.
일단 타깃을 정하면 그곳만 다니세요.
청소할땐 도와주시고 박스정리나
정리정돈할때 필히 도와주세요.
가끔 주인분이 싫어하는 기색이 보일꺼에요.
구런거 개의치 말고 무조건 억지로 도와주세요.

여기서 핵심은 " 억지로 " " 무조건 "  이단어들이죠.
포인트니까 까먹지 말고 적어두세요.
참 중요한 단어에요.

등반보딩할려고 준비운동중 ...
지나가는 두 보더분의 대화를 엿들었죠.

" 오늘 가오픈이라  50% 할인이래 "

전 망설이지 않고 매표소로 향했어요.
주간권 42000원을 반 깍아 21000원에 샀어요.
정말 행복했죠.
맨날 50% 깍아준다면 용평만 다닐텐데 ...

일부 슬로프만 개장했어요.
하지만 사람적어 대기시간 5분 이내였죠.
리프트의자에 올라탔는데 승차감은 꽝이에요.
앞뒤로 그네 타는것처럼 약간 흔들렸고 속도가
경이롭게 빨랐죠.
정상에서 내릴때 리프트는 저보다 빨랐어요.
의자의 쇠부분이 절 쫓아오면서 막 때렸어요.
적응하는데 무척 애먹었죠.

가끔 얼음이 있고 듬성듬성 풀도 보였지만
설질은 그냥 탈만했어요.
9개월 만에 타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에는
많이 버벅됐어요.
하지만 대 여섯번타니 넘어지는 횟수가 줄었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많이 낮았어요.
세차게 부는 바람을 가리고자 데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대한민국에서 판매되는 데크로는 커버하기가 불가능하죠.
물에서 타는 웨이크보드라면 아마 가능할꺼 같아요.

정오 12시 쯤 배가 고팠어요.
스키하우스에는 식당도 있었는데 한식과 양식을 팔았죠.
돈까스 , 순두부백반 , 김치찌게 가 나왔어요.
전 양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돈가스를 선택했어요.
가격을 보았죠.
8000 원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지갑에서 돈을 꺼내기까지 딱 7분 걸렸죠.
돈까스와 스프 , 샐러드 , 밥 한공기와
이오요구르트가 나왔어요.

먼저 돈가스를 조지고 샐러드와 스프를 조졌죠.
밥 한공기와 이오요구르트가 남았는데 깍뚜기나
김치는 않보였어요.
전 이순간 현명하고 탁월한 판단을 해야만 했어요.
그리고 결국 결론을 내렸죠.
밥에 이오요구르트를 붓고 막 비볐어요.
아무도 절 주시하지 않아서 가능했죠.
요구르트비빔밥을 먹었어요.
가끔씩 저도 제 자신의 식도락에 놀랄때가 있죠.

밥을 먹고 5분간 휴식한후 바로 보딩을 시작했어요.
넘어져도 좋고 미끄러져도 좋고 자빠져도 좋고 ...
왜 우리나라는 겨울이 3개월밖에는 않되는 걸까요.
2시반 쯤 지나서 보딩을 접었어요.
렙탈샵이 있는 고속도로 입구까지 가는게 문제였죠.
오전의 마티스아저씨처럼 강적을 만날까봐 두렸웠죠.
무작정 횡계까지 가는 용평버스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어요.
날씨는 추웠고 바람은 매서웠죠.

잘못하면 횡계에서 서울로 가는 3시 10분 버스를
타기가 힘들어 보였어요.
전 결심을 해야만 했죠.
일단 얻어타고 보자는 생각에 지나가는 차마다
손을 흔들었어요.
구런데 아무도 세워주지 않았어요.
전 지나가는 차마다 손을 흔들었지만 서지 않았어요.
10분쯤 걷고나니 인적이 드문 산길이었어요.

여기서도 차는 지나쳐만 갔어요.
트럭도 자가용도 승합차도 ...아무도 안섰죠.
버스도 않섰어요.
지나가는 버스옆을 쳐다보니 이렇게 써 있었어요.

" 용평리조트 "

썅 ...전 욕이 나올라고 했죠.
차라리 기다릴껄 ...
하지만 이미 늦었죠.
그때 옆 공사현장에서 덤프트럭이 천천히 나왔어요.
전 입술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죠.
덤프트럭은 차츰 가까이 오더니 앞에서 갑자기
급가속을 했어요.
전 이해할수 있어요.
도저히 신뢰와 믿음을 줄수 없는 저의 인상 ...
군데 거의 강원도 차량번호 더군요.
가끔 서울차도 보였지만 ...
딱 50번 넘게 손들고 포기했어요.

한 5분쯤 더 걷고 있는데 은색XG 한대가 내려왔어요.
전 또 속는셈치고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어요.
그 XG는 제 앞에서 서행을 했죠.
제가 가까이 다가갔지만 그냥 지나갔죠.
군데 그 차가 내렸갔다가 다시 올라가더니
또 내려왔어요.
뒤에 차가 와서 출발한거 같았어요.
제 앞에 서더니 타라고 하더군요.
남자 두분이었는데 보더였지요.
용평시즌권 끊고 시즌방 알아볼려고 왔다고 했어요.
그 분들덕에 전 서울까지 얻어타고 왔답니다.

음료수 2개 드리고 보답으로 수십차례에 걸쳐
웃껴 드렸습니다.
삼성동 코엑스사거리에서 내릴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기회봐서 2만원을 놓고 냅따 튀었습니다.
군데 갑자기 조수석문이 열리더니 한분이
저를 쫓아왔습니다.
딱 30미터 튀고 잡혔어요.
정말 빠르더군요.
아이 참나 ..! 정말 빨랐다니까요 ...
제가 일부러 늦게 뛴거 아니라구요 ... 믿어죠 ..

2만원은 끝까지 않받으시더군요.
구래서 제가 일하는 곳 알켜드리고 시간나면
들려주십사 하고 헤어졌습니다.
프라이버시 때문에 실명을 공개못하는점 이해해주시구요
이자리를 빌어 그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용평에서 보딩후 느낀점이 있다면 ...
당일치기는 약간 부담되긴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구요
대체로 슬로프의 폭이 약간 좁아보이는게 불만이었습니다.
년도가 좀 되서 시설도 약간은 노후화 된것 같구요 ...
리프트속도는 상당히 빠르더군요.
하지만 자연설만 충분히 내려준다면 탈만할꺼에요.
단 저처럼 길가에서 손 흔들지 마세요.
거의 얻어타기가 힘들어요.

암튼 피곤하지만 기분은 좋네요.
오늘도 헝그리보더분 모두 행복하세요.
구럼 이만 ...
빠빠 ...


용평전복단(龍平顚覆團) 허접대왕이 올림 .....

" 용평스키장이 보드장이 되는 그날까지 ...용평전복단(龍平顚覆團) 만세 !!! "

엮인글 :

akadoll

2002.11.15 11:59:08
*.213.1.1

진짜 재밌게 읽었어요..

상황이 머릿속에 마구 그려지네요.

血花香

2002.11.15 14:07:34
*.200.77.84

고구마 아이스 께끼 만들어 먹어봣습니다...
별로 맛없어요...ㅜ.ㅜ
다음에는 설탕을 섞어서 만들어야지..............

**joel**

2002.11.15 16:19:37
*.239.181.4

간만에 글 올리시네여...허접대왕님...^^
글 잼나게 읽었습니당. 혹시 인상착의 같은거 올려주세여...님을 발견할 즉시 약간의 스폰물건..먹을거 라는지...제공하겠습니다...ㅋㅋㅋ 근데 옛날보다 부유해지신듯....등산보딩 안하시구 리프트권도 끊으시고, 식사도 식당에서 하시구... 예전에 김선생님? 그리고 다른 분들과는 보딩안하시나여...? 그리고 예전에 봉고차도 있으셨지 않나여..? ㅎㅎㅎ
Crinso Ride~!

감자퍽탄

2002.11.15 17:13:47
*.207.148.150

와..님 글재주있으시네요..인터넷용 글재주-_-;

정말 간만에 재밌게 봤구요..

마티즈아저씨같은분 조심해야겠군요;;

야무

2002.11.15 21:57:08
*.118.103.5

용평을 보드장 만들면 정말 좋겠다...

짱구보더

2002.11.15 22:28:44
*.200.99.13

우와 정말 재미있게 쓰셨네여 ㅋㅋㅋ 근데 암만봐더 헝글하시지는 않네 난 점심은 늘 쪼꼬파이 밖에 못먹었는데 ㅜㅜ

PurerideR

2002.11.16 08:27:34
*.47.91.110

허접대왕님 만세!!!!!! ㅠ.ㅠ 감동의 물결이 제 싸대기를 날립니다..

이진형

2002.11.16 11:38:58
*.244.233.115

^^ 웃음이 묻어나는 글이군요~

최형욱

2002.11.16 16:43:03
*.155.234.251

우와~!이분이 진짜 진정한 헝그리보더당~!

참眞이슬露

2002.11.17 14:26:44
*.237.68.180

우히히 넘 우껴요....
저번글도 엄청 웃었는데
담에도 잼난글 기대 하겠습니다.

이정석

2002.11.17 18:43:38
*.76.204.107

무척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글도 기대 할게요~~

단무지보더

2002.11.18 16:29:13
*.202.29.178

멋진 인생이십니다 ^^ 그렇게 대여섯번만 용평가시면 장비를 장만하실수 있겠네요 ^^

차돌뽀드

2002.11.18 22:21:47
*.101.46.180

형 차 바꿨다고 그러더니 큰차로 바꿨네....45인승?
전화는 왜 안받지???
24일 기대된다..ㅋㅋㅋㅋ

레포츠종합상가

2002.11.18 23:59:15
*.72.42.87

인생철학...아..

siwa

2002.11.21 01:30:12
*.50.121.80

시즌이 시작되니 허접대왕님의 글을 읽게되네요 .ㅎㅎ
올시즌은 준범에서 헝글로 이사오셨나요 ..암튼 재밌는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저번시즌 8탄 까지 인가요 잘읽고 넘 재밌었습니다. 올시즌도 잘 부탁드려요 ...!!

스파르타식 깡패 강사 님도 잘있으시죠.!!! ㅎㅎ 암튼 반갑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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