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뜯던 빗방울은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굵어졌다.

상단에서 만난 동생과 나는 별다른 상의없이 무조건 계속탔다.
요즘 정말 남매간에 우애가 돈독하다 -_- 말이 필요없다.
언니는 빗방울이 슬슬 굵어지자 먼저 들어갔다.

일행들은 슬로프중단에 숲쪽으로들어가 사진들을 찍고 있었고
잠깐 들러 인사하고 다시 내려왔다.

후둑후둑 떨어지던 빗방울은 거세어지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장대비가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다시 슬로프에 사람이 줄었다. 리프트도 비어서 올라가기 시작한다.
패딩바깥으로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빗방울에 앞이 안보여 고글을 낄수가 없다.

점심도 걸렀다. 먼산쪽에선 안개가 내려오고 있었다.
하단슬로프 말고는 폐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는 이제 퍼붓고 있었다.

장갑은 짜니 빨래짜듯이 물이 주루룩 흘렀다.
한번 짜주고 다시 리프트를 탔다...

무언가 말할수없는 조용함과 적막...쏟아지는 빗소리들에
신들린것처럼 그렇게 탔다...

어찌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적막함과 고고함만은 좋았다.

바인딩도 신들렸는지 더이상 풀리지 않는다.

기분이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닌,
오직 무념무상의 상태....이젠 아무래도 좋타....

가서 뭔 청승이냐고 -_- 난 눈만 충분하면 한국서도 비와도탄다.
장대비는...음...-_-;;;;; 언급을 회피하겠다.




문득
한겨울 휘팍정상에서도 추운줄을 모르던 동생이
부들부들떨고있는걸 발견했다.

동생은 열이 많코 추위를 안타서 0506 올시즌도 기껏사준 패딩한번도 안입고 고이 모셔놨었다.
영하 15도에도 등산용 파워스트레치 기모원단 상의에 붉은색 체크무늬 모직남방 하나 걸치고
그렇게 타는놈이었다.

바지는 0405 롬프액션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이 바지가...안은 안젖는데 겉은 완전히
비맞은 생쥐마냥 쫄딱젖어있었다. 그게 다리에 들러붙어 엄청나게 체온을 빼앗고 있었을테지...

상의에 방수되는거라곤 없었으니...
아마 상의는 속까지 다 젖었나 보다.

아무리 추위를 안타도 홀딱젖은채로 리프트를 타니 멀쩡할리가 없었다.
이자식 진짜....ㅡㅡ;;;;;독하다.

아무리 날씨가 풀렸다해도 온몸이 젖은채로 바람이 이렇게나 부는데 이겨울에
계속 타고 있었다니....내동생이지만 정상이 아니다 ㅡㅡ;;;;;




슬로프를 내려온건 우리가 마지막이었다.
리프트는 계속 돌고 있었다.

우선 옷이라도 갈아입고 다시오자고 같이데리고 내려왔다.
무얼 먹었는지 그땐 둘다 혼수상태라서 기억이 안난다....

그러고 잠깐 눕는다고 누웠다.

머리가 멍하다....현실이 아닌것 같다.....비는 줄기차게도 쏟아지고 있었다.






잠결에 몇번이나 문득문득 깨어 이제 늦지않게 올라가야하는데, 라고 생각하곤
다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동생보다야 훨씬 덜 젖기는 해도 그 빗속에 라이딩이 어지간히 피곤했었나보다.

동생이 부시럭대는 소리도 좀 들렸다.
이내 포기하고 기다리기로 했나보다.
그렇게 몇번을 다시 잠들다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아주 잠들고 말았다.




일어나니 어둑어둑하다.
비는 다시 가랑비로 바뀌었고 리프트는 멈추어 있다.
창밖으로 일어나 슬로프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리프트가 바람에 흔들린다. 하얀....하얀 평원은 말이 없다....

숙소쪽으로는 아까 빕을 착용하고 타자와코에서 넘어온 애들이 뚝딱허니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급조된 레일과 나즈막한 박스...
이들은 뚝딱뚝딱만들곤 가버렸다. 내일 쓸껀가 보다 -_-;;;;

야간은 안한다. 이제 뭐하지?

- 동생아 뭐하까....
- 등산보딩하까요?

- 그라까? 아님 저기 가서 놀아볼까?

파크라니....
그래....소심의 극치를 달리며 라이딩만 오로지 라이딩만 하면서
데크와 눈은 멀어질수 없는 관계임을 확인하던 나는
그 절박한 상황에서 드디어 눈에 뵈는게 없게 되버린 것이다. -_-

장비를 챙기고 혹시나 챙겨간 척추보호대까지 착용하곤,
덜젖은놈으로 옷을 추려입었다.
언니가 미쳤다고. 작작하란다 -_-;;;;;;

- 저녁먹기전에 올께....

그러고 둘이나서서 로비를 통과하니 예의 =_=;;;; 놀라는 눈치다.
모냐 쟤네...아까 쫄딱젖어서 물흘리면서 들어온 걔네 아니니...
그래 맞다 -_- 아까 머리카락까지 젖어서 들어온 우리여 ㅡㅡ;;;;;

우린, 또다시 슬롭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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