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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바늘에 걸린 도(道)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린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너머 사래 긴 발을 언제 갈려 하나니"

라고 하는 유명한 시조를 읊은 조선시대의 '남구만' 이라는 분이 재미있는 글을 또 남겼다.

올바른 말을 잘 하던 남구만은 주위의 모함을 받아 귀양살이를 하기도 했으나, 후에 영의정까지 올랐고 말년에 당파 싸움이 심해지자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자연을 벗하며 지냈다. 벼슬을 하다가 고향으로 내려간 그는 주위 사람들이 집 뒤 못에서 낚시를 하라며 권한다.

이웃 사람들이 대를 배어 낚싯대를 만들어 주었는데 낚시 바늘의 굵기, 길이 ,굽은 정도를 알지 못해 지나가던 손 들이 하나씩 일러주는 이야기를 듣고 몇날 며칠을 고생하다 겨우 서너마리를 잡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러나 똑 같은 장소에서 똑 같은 낚시대를 잡고 수시로 낚아 올리는 어느 손을 보고 그는 비법을 묻습니다.

『그러자 손이 말하기를

"법(法)은 이것이 전부이나 묘(妙)가 아직도 부족합니다."
하면서, 나의 낚싯대를 가져다 직접 드리웠다.

낚싯줄도, 바늘도 미끼도, 내가 쓰던 그대로이고
앉은 곳도 내가 앉았던 곳으로,
달라진 것이라곤 낚싯대를 잡은 손일뿐인데

드리우자마자 고기가 다투어 올라와

마치 바구니 속에서

집어올린 듯 쉴 새 없이 낚아 올렸다.


"묘(妙)라는 것이 이런 것입니까? 그것도 가르쳐줄 수 있겠습니까?"

내가 물으니, 손이 이렇게 답하였다.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법입니다. 묘를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겠습니까.

가르쳐줄 수가 있다면 그것은 묘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굳이 가르쳐달라고 한다면 한 가지가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가르쳐준 법으로
아침이고 저녁이고 드리워 정신을 가다듬고
뜻을 모아 오랫동안 계속하면 몸에 배고 익숙해져서

손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조절되고
마음도 저절로 터득하게 될 것이니,

혹 그 미묘한 것까지 통달하여 묘의 극치를 다하거나,
아니면 하나도 몰라 도리어 의혹되거나,

혹은 문득 자각하여 스스로 자각한 줄도 모른다거나
하는 따위는 모두가 당신에게 달린 것이니

내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입니다."

그제서야 나는 낚싯대를 던지고 탄식하였다.



"훌륭하오, 당신의 말은! 이 도(道)를 이루어 간다면
어찌 낚시에만 적용될 뿐이겠소?

옛사람이 이르기를

작은 일로 큰일을 깨우칠 수 있다' 하였으니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이 아니겠소."

손이 떠나고 나서 그의 말을 기록하여

스스로를 살피는 자료로 삼고자 한다.』

이 글은 『약천집(藥泉集)』권28 잡저에 실려 있으며,

원제는 「조설(釣說)」이다.



깊은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법(法)을 제대로 배우고,
오랜 시간 정진(精進)하는 것이 우선이요,
다음은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임을
낚시하는 법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드를 타는 것에 있어서도 장비나 술자리에서나 통하는 200여개가 넘는 방법들보다는
기본적인 법을 제대로 배우고, 오랜 시간 정진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보드복 잘입는 법(法)은 누구에게 배워야 할까 고민되는 저녁입니다.

 


주영이

2010.11.10 04:51:31
*.204.232.237

^^

날고시퍼_888173

2010.11.10 16:00:29
*.241.147.32

^^ 냐하~ 회사에서도 법 만 배우고 있는데 ㅎㅎㅎ

고고씽~!

2010.11.10 16:05:07
*.212.90.137

잘읽었습니다...^^

phoenix.

2010.11.10 17:26:35
*.131.138.230

좋은 글이군요.. 

단순무식지존

2010.11.11 02:45:07
*.227.142.43

그냥 읽어봤어요~

혀니...

2010.11.11 03:19:53
*.125.231.136

이수근은 도를 깨우친 것이군요..-_-

스크래치

2010.11.11 11:35:15
*.66.213.7

응? 일박이일의 그 이수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스노우워커

2010.11.11 09:06:07
*.33.230.12

잘 읽었습니다~ ㅎㅎ 워낙 다방면에 두루 밝으시니 ㅎㄷㄷ !!!! 

스크래치

2010.11.11 11:36:33
*.66.213.7

올 겨울에 하이원 오시나요? 프라정모는 꼭 무슨 일과 겹쳐서 못 가는 일이 많아서...ㅎㅎ

스노우워커

2010.11.11 15:49:25
*.33.230.12

콘도는 신청해놨습니다~ 당첨되면 무조건 ㄱㄱㅆ 인데 ㅜㅜ

올시즌엔 꼭 뵈어서 한수 배우고 싶습니다!

Hello DK

2010.11.11 12:55:58
*.107.194.203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저렴한보딩자세

2010.11.13 02:03:08
*.133.3.67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보드복 잘 입는 법도 알고 싶네요 ^^

갑자기[Suddenly]

2010.11.13 23:15:40
*.95.55.59

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피가되고 살이되네요

슭훗

2010.11.15 17:56:43
*.226.112.1

정말 좋은 글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무주막보더

2010.11.21 12:13:11
*.117.236.12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딩때 한문수업 한시간 한 기분이네요 ㅎ

무림보더

2010.12.17 00:27:50
*.160.37.82

깊이가 있는 내용이로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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