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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본사는 아재 보더입니다.

 

일본도 이제 스프링시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네요.ㅎㅎ

 

하지만 불과 열흘전만 해도 일본에선 어마어마한 눈이 내렸습니다.

 

 

지난번에도 글을 올렸는데, 2월21일부터 23일까지 이틀동안 1.2미터이상의 눈이 내렸습니다.

 

스키장 내에서 눈에 파묻혀 질식사 사고가 날정도였습니다.

 

저와 아들(11살)은 그때도 파우더를 즐기러 스키장을 찾았죠...

 

도중에 정말 식겁한 일이 있었기에, 반성하는 의미에서 한번 복기해보려 합니다ㅎㅎ

 

 

저는 왠만하면 눈이 깊은날은 아이를 먼저 앞에서 타게 합니다. 그래야 묻히거나 무슨 일이 있을때 꺼내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날, 아니 이 순간만큼은 왜 그랬는지 제가 앞서갔습니다.

 

1.jpeg

↑↑먼저 여기가 트리런 코스 입구입니다. 빨간 원은 제가 가려했던 숲 안입니다. 

이때 아들녀석에게 "저쪽 숲 안으로 들어가자" 라고 말했는데, 이게 문제였습니다.

 

2.jpeg

↑↑이 타이밍에 뒤를 돌아봤을땐 아들녀석이 있었죠. 그걸 확인하고 저는 숲 안으로 들어갑니다.

 

12.13.png

↑↑이게 제가 가려고 했던 동선이었습니다. 중간에 조그마한 산 능선(커브진 부분)이 있었고, 저는 이 능선을 넘어가려 했죠.

 

3.jpeg

↑↑이게 그 능선에 다다랐을때 모습이네요. 빨간색은 제가 가려했던 라인입니다. 

하지만 아들녀석은 결과적으로 파란색 라인으로 내려가버렸고, 결과적으로 산능선을 사이로 두고 저와 아들녀석은 갈라지게 되었죠.

 

4.jpeg

↑↑능선 위에서 본 모습입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이녀석 안오네" 하고 멈춰선곳은 저 빨간 동그라미 지점입니다. 능선을 4분의1정도 내려간 지점입니다.

능선 위에서 한번 더 확인을 하고 내려갔어야 했는데, "그리 어려운 길도 아니고 오겠지" 하고 안일하게 밑으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저 동그라미 위치까지 가서 기다리길 2,3 분....아이가 전혀 나타나질 않습니다.

 

소리를 불러보아도 그저 휘몰아치는 눈보라 소리..어마어마한 고요함뿐....

 

이때 전 뭔가 오싹한 느낌이 들더군요..

 

"눈에 빠졌서 묻혔다면.." "트리홀에 빠졌다면.."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점점 아들녀석을 부르는 목소리는 거칠어져 갔습니다.

 

5.jpeg

↑↑ "뭔가 잘못됐다" 고 느낀후 왔던 길을 되돌아가던 중간지점에서 본 출발점.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자 전 뭔가 잘못되었다 판단하고 보드를 풀렀습니다.

 

아들 녀석을 고래고래 부르면서 걷기 시작한 순간.

 

보드를 타고있을땐 상상도 할 수 없는 깊이까지 몸이 빠집니다.

 

제 배꼽을 덮을정도까지 몸이 빠지더군요.

 

 

이때 "어 걸을 수가 없다" 생각이 든 순간 갑작스럽게 평정심이 무너지더군요.

 

그냥 엇갈렸을 뿐일 수도 있는데, 이땐 이미 판단력이 이상했습니다.

 

저 짧다면 짧은 능선, 보드를 타면 5초 남짓 될까요...

 

결과적으로 배꼽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저 능선을 되돌아 올라가는데 20분 넘게 걸렸던것 같네요.

 

보드를 눈에 찍으며 걸어올라가도 너무너무 힘들었고 무서웠습니다.

 

이땐 이미 "아들은 눈에 묻혔다" 라고 단정짖고 있었던걸 기억합니다.

 

 

산등성이에 올라서도 한참을 아들 이름을 부르며 찾았지만, 다시 또 어마어마한 적막뿐...

 

그렇게 "묻힌" 아들을 찾다가 정신이 팔려있을때,  저 밑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아들녀석의 파란 헬멧이 보이더군요.

 

이때의 안도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묻혔다"고 믿었던 아들녀석이 보였기에 "어째서?" 라며 놀라움까지 느꼈으니까요...

 

02.44.png

↑↑결과적으로 아들녀석은 저 파란 라인대로 타고 내려갔습니다.

 

아들은 능선을 넘어가리라 생각하지 않았고, 그렇게 혼자 타고 내려가다가 중간에 넘어져서 보드 전체와 하반신까지 눈에 묻혔다고 하네요.(이정도는 늘상 있는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평소 같았으면 뒤에서 꺼내주던 제가 나타나지 않고, 어찌어찌 혼자서 빠져나왔지만 그 후에도 제가 보이지 않아서 무서워서 울기 시작했다는 군요.

 

저는 그 와중에 능선 반대편에 있었고, 저는 저대로 패닉에 빠져서 배꼽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있었습니다.

 

아들도 저를 불렀다고 했는데 전 전혀 듣질 못했습니다. 아들녀석도 제 목소리를 못들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불렀는데.

 

패닉상태로 소리치다보니, 서로의 목소리를 못들었나봅니다. 쏟아지는 눈보라속, 나무들 사이에서 더더욱 안들렸겠지요...

 

 

저렇게 구글 맵으로 보니 참 별거 없어 보이는 곳인데, 저도 스스로 놀랄정도로 평정심을 잃고 있었습니다.

 

특히 급한마음에 마음먹은대로 걸을 수 없다는 그 상황이 정말 저를 조급하게 하더군요ㅠㅠㅠ

 

 

 

늘 가는 스키장이고, 나름 이런 눈에서 아들녀석과 상당히 많이 타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식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일로 정말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릎 이상 오는 눈에선 아이를 앞에 타게 할 것.

 

시야가 안좋은 날은 가급적 밝은색 헤드웨어를 착용할 것.

 

비상용 호루라기를 저와 제 아이 둘다 늘 자켓 안에 휴대할것.

 

등등...

 

 

무사히 아들과 합류하고 다시 같은 트리런 코스를 갔습니다. (리벤지하자라는 기분이어서ㅎㅎ)

 

안도와 함께 허무함(20분넘게 필사적으로 오르던 그 능선이 정말 5초도 안걸리더군요), 감사함 등등 여러가지 기분이 섞인 파우더 였습니다.ㅎㅎ

 

 

7.jpeg

↑↑리벤지로 탔던 파우더 코스.....딥~~~했습니다...ㅠㅠㅠㅠ

 

 

썰이 길어졌네요..그냥 재미삼아 봐주셨으면 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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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내너구리

2022.03.02 00:50:38
*.166.130.206

무사해서 다행이네요~값진경험했네요

류황석

2022.03.02 00:56:28
*.119.164.27

참 많은 교훈을 얻었네요...자연 앞에 사람이 얼마나 나약한지 새삼 느꼈습니다ㅠㅠㅠ

명노정

2022.03.02 00:51:11
*.38.55.139

토닥토닥.
순간이죠.다행입니다.

clous

2022.03.02 01:05:35
*.228.18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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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들 초등 2학년때 휘슬러 갔다가

파우더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걸

패트롤 할아버지가 구해주셨어요.

파우더 언제 또 탈 수 있을지.... ㅠㅠ 

곰팅이™

2022.03.02 01:23:37
*.176.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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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서 즐기세요...

즐겁기도 하지만.. 엄청나게 위험한 레포츠죠..

김지농

2022.03.02 01:25:55
*.10.2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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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익숙한 길일수록 더욱 조심해야겟네요..꼭 아들분먼저 보내고 뒤따라가시길..ㅠ

오른쪽턴

2022.03.02 03:05:18
*.230.158.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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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네요. 

 

백컨트리 3종세트, 블루투스 인터콤 또는 무전기, 그리고 호루라기(짧은 피리 같은 것)은 필수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의외로 호루라기가 요긴하다고 합니다.  

 

눈사태 위험지대라면 요즘 에어백도 많이 매고 다니던데, 뭐 그 정도까지는... 

류황석

2022.03.02 15:25:59
*.119.175.30

네 사실 이곳은 그냥 스키장 관할 안에 있는 트리런 코스 였어요...다만 눈도 너무 많고 사람도 거의 없어서ㅠㅠㅠ

호루라기는 정말 구입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ㅎㅎ

환상낙엽

2022.03.02 03:11:57
*.111.28.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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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이네요!! 저도 가보고 싶,,,ㅠ.

DAFTPUNK

2022.03.02 07:07:02
*.24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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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 같은거 아드님과 함께 착용하세요. 중간에 방해물이 있는 경우 통신이 안될 경우도 있으니 디스코드 같은 프로그램으로 통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류황석

2022.03.02 15:24:50
*.119.175.30

이 경험으로 아이스브레이커라는 고글의 구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ㅎㅎㅎㅎ 신박하더군요ㅎㅎ

HungBae

2022.03.02 08:06:41
*.196.219.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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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도의 글을 올리셧으니 다행이네요 ㅎ

경험삼아 안전한 보딩하시기바랍니다 

일본 부럽네요 

올해도 못가겟지요 ? ㅎㅎ

J.K.RA

2022.03.02 08:07:18
*.180.2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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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후기 감사드려요!

(원글, 댓글 도움 많이 됩니다.)

항상 안전보딩하세요!

이안마크

2022.03.02 08:32:06
*.234.59.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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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라이에서 엉뚱한 곳으로 가다가 빠져서 보드 풀어서 걸어갈려는데 눈이 허리까지 빠져서 ㅠ.ㅠ 

겨우 와이프하고 통화해서 패트롤 불러서 겨우 탈출 했어요 ㅠ.ㅠ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절대로 혼자서는 안다녀요 ㅠ.ㅠ

류황석

2022.03.02 15:24:00
*.119.175.30

아라이는 정말 일본 본토내에서도 어마무시하죠...현재 적설량 6.8미터인가 그렇다네요ㅎㅎㅎ

라스베가

2022.03.02 09:01:03
*.38.9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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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어후.... 제가 다 식겁했습니다 ....

 

다행입니다 !!!

 

안보하세요 

guycool

2022.03.02 09:25:16
*.30.118.207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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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어느 기사에서 청소년 아들과 같이 백칸트리 갔다가 아들이 눈사태로 사망하는 현장을 지켜본 아버지의 기도가 생각나네요..

다행이십니다.  저는 아들이 나를 구해 줄수도 있고 동행을 원한 경우 아니면 같이 가지 않기로 그후 맘 먹었죠..

버디 시스템이죠.. Birdie ..  슬픈 사건은 베이커 리조트에서 났던 겁니다.

류황석

2022.03.02 15:27:23
*.119.175.30

와 듣기만 해도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고네요...

눈...일정량 이상 내리면 역시 무섭더군요ㅎㅎㅎ

아빠스키초보

2022.03.02 15:54:14
*.252.27.79

아이키우는 입장에서 쓰신글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말 큰일 날뻔했는데 다행이었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저도 최근 트리런글과 동영상을 봤는데 숙련된 일행과 잘 준비해가지 않으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뚱

2022.03.02 19:57:38
*.93.51.100

아고 정말 다행이네요..  

마이

2022.03.02 20:30:07
*.146.21.177

아이고..생각만 해도 아찔 하네요.
천만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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