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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일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서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발걸음.
집에 거의 다달았을즈음 어두운 빌라 골목에 있는 커다란 물체.
어떤 미친놈이 저렇게 큰 쓰레기를 버렸어라면서 투덜거렸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보이는 사람의 형체.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는 불러보았다. "저기요!!!! 저기요!!!"
당황했지만, 우선 침착하게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하, 다행이야. 숨은 쉬는구나.
정신을 못차리는 걸 보고는 속으로 혀를 차며 입밖으로 말을 꺼냈다.
"쯧 쯧 쯧. 술을 쳐먹고 길바닥에 이렇게 자빠져 있으면 어쩌자는거야;;;"
불러 보았다. "저기요! 들려요? 저기요!!" 희미하게 들리는 신음 소리.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잘못 건드렸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리는거 아닌가??,
아 씨 어쩌지, 그렇다고 모르는 척 그냥 갈수도 없고...
문득 생각했다. 인터넷이 사람 다 버려놨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어이없는 생각을 하다니... 나 자신이 참 초라하고 찌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폰을 정리하며 꿇어 앉아서 누워 있는 여자의 어깨를 손등으로 두드리며 다시 불러 보았다.
"저기요!! 저기요!! 괜찮아요?? 술 드셨어요? 저기요!! 119부를게요. 잠깐만 기다려요."
여자가 정신이 들었는지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파요..."
아프다니.... "이런 씨X!" 아파서 길바닥에 누워있을수밖에 없었을 사람한테 별 그지같은 생각을 한 내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다시 물었다. "어디가 아파요?" 여자는 말했다. "저 좀 일으켜 주세요." 엎드린 자세로 누워 있는 여자를 어떻게 일으켜야할지 몰랐다.
나는 말했다. "우선 다리를 돌리고 일으킬게요. " 완전히 엎드린 자세였던 여자의 다리를 상체와 함께 돌려서 하늘을 보게 만들었다.
"손을 잡고서 일으킬게요. 내 손 잡아요. " 여자는 두손을 들어 내손에 의지해왔다. 그렇게 여자의 손목을 잡고서 일으켰다.
자세히보니 너무도 앳되보이는 얼굴. 여드름이 남아있는 살짝 화장한 얼굴. 물었다 "어디가 아파요?" 그러나 대꾸 없이 가슴팍만 움켜쥘 뿐이었다.
"가슴이 아파요?? 우선, 119를 부를게요. 잠깜만 기다려요. " "아니에요. 괜찮아요. 부르지 마세요. " 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혹시, 누구한테 맞았어요?"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요. "
가방도 그대로고, 어둡긴 했지만 상처는 없어보였다. 나쁜짓을 당한 건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다시 물었다. "119 안 불러도 되겠어요?? 집이 어디에요?" 여자는 말했다. "여기 3층이요. " 나는 말했다. "난 여기 1층에 살아요. 119 정말 안불러도 괜찮겠어요??" 점점 여자가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나이가 어떻게 돼요??" "16살이요. "
나도 참.... 이런 어린애를 보고서 술쳐먹고 자빠져 잔다고 혀를 찼으니...
"저 좀 일으켜 주세요. " 라는 말에 어떻게 일으켜야할지... 망설였지만, 그도 잠시 나는 말했다. "양 손목을 잡고 일으킬 거에요. 그러니까 내 손 잡고 힘주고 일어서봐요. "
소녀는 내 양손을 잡고 힘껏 다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없는 힘을 쥐어짜는게 눈에 보였다. 소녀의 손목을 잡고 땅에 떨어진 내짐과 소녀의 가방을 들고서, 이름을 물었다.
"이름이 뭐에요??" 소녀는 답했다. "예지요. 서예지. "
"서예지. 예지양. 집에 대려다 줄게요. 그러자 소녀는 수술했던 내 손목을 꽉 움켜쥐고 자신의 손에 그리고, 내 손목에 자신의 몸을 지탱해왔다. "
하....씨 아픈 손목인데...우선은 걸었다. "병원에 진짜 안가봐도 괜찮아요?? " "네..."
나같았으면 벌써 병원부터 갔을텐데... 미련한건가?? 아니면, 강한걸까....
계단에 다달았을 때 수술했던 손목이 너무 아파서 참지 못하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쪽 손목을 잡아요. " 그리고 소녀의 어깨를 잡고 계단을 올랐다. 3층에 다달았을 때 다시물었다. "정말 병원에 안가도 괜찮겠어요?" "네. 괜찮아요. "
집 문앞에서 물었다. "집에 어른 있어요?" "아뇨. 아무도 없어요. " 왠지 소녀가 안쓰러워졌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집에 대려다주고 괜찮은지 묻는 것 뿐이었다. 문 앞에서 소녀는 엉거주춤했다. 아!!
"뒤돌아 있을게요. 문 열어도 돼요. 걱정마요. "
소녀는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얼핏 보이는 불꺼진 적막한 집안의 모습. 소녀가 너무도 안쓰러워 보였다.
나는 재차 물었다. 병원에 정말 안가봐도 되는지... 그러나 소녀는 여전히 괜찮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병원에 꼭 가야해요. 꼭. 어른 오면 병원에 꼭 가봐요. " "소녀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엉거주춤했다. "들어가요. 어서. " "감사합니다. " 라는 인사를 뒤로하고, 소녀는 불꺼진 적막한 집안으로 빨려들듯이 문을 닫았다.
나는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하...이리도 긴장했었단 말인가....집으로 돌아와서도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에게 올라가 보라며 등을 떠밀고는 그래도 걱정이 되서 따라 올라갔다.
어머니가 물었다. "학생! 집에 있어요. " 문이 열리며 젊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나왔다. 소녀의엄마였다.
아이가 19:20 학원 버스를 타지 않았다고 연락을 받고는 화가 나서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난속으로 다시 혀을 찼다. "쯧 쯧 쯧. "
내가 집에 다다른 시간이 21:10분이 넘었을 때인데...
딸이 기억도 없이 길바닥에 누워서 그렇게 무서움에 아픔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을 시간동안화를 내고 짜증 부렸을 그 모습이 소녀을 더욱 안쓰럽게 만들었다. 소녀가 나왔다. 엄마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있었노라고.
소녀는 갑자기 울먹거렸다. 집에 오자마자 화냈을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다시 속으로 혀를 찼다. 소녀는 말했다. 감사하다고. 정말 고맙다고. 그리고는 ,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와 소녀 엄마의 대화가 잠시 오가고 난 소녀의 눈을 보며 말했다. 꼭 병원에 가보라고. 소녀의 엄마는 말했다. 지금은 병원에가도 응급실밖에 없으니 나중에 가겠다고..... 난 소녀를바라보았다. 그래도,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그렇게 말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왔다.
집에 돌아와 생각했다. 내가 예지였다면...과연 깨워주고 괜찮은지 물어봐주는 나를 도어ㅏ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아니, 나는 고독사 했을거야....라는 생각에 씁쓸함이 몰려 들었다.......
따뜻한 마음 엄지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