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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이제 40
2002년 월드컵 열기로 한참 뜨거웠던 그 해 겨울부터,, 단 한 시즌도 빠짐없이 보드를 타왔고,,
언젠가부터 보드경력 몇 년차냐는 질문에 손가락이 모자라 답을 해줄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스키장과 함께한 짧지않은 시간,, 지나온 에피소드를 하나씩 회상해 볼까 한다.
1부 못 보신분들은 => http://www.hungryboarder.com/index.php?mid=Free&document_srl=45674154
누구나 그런 경험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꽈당 넘어졌다.
고통은 견딜만하다.
아픔보다는 주변의 애처로운 시선이 괴롭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내가 딱 이런 상황이다.
깊은 한숨 섞인 엣지장인 진단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이 데크 주변으로 모여든다,,
수리를 마치고 조립하던 대기3번 선수,,
들어오기 전부터 연아커피 한잔 하고계신 아재1,2번 까지
장인을 포함한 4인이 나를 중심으로 마름모 편대를 만들었다,,
뭐야 이 팀워크는,,
이런 분위기가 싫다,,,
특히 커피 1, 2번 아재는 굉장히 위험한 존재임을 30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온 1,2,3번이 수리를 받는 동안 의도와 상관없이 내 양귀가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아재 스타일을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그래,, 커피아재1,2는 우리주변 어느 곳을 가든 꼭 있는
남의 일 평!론!가! 였다.
왜 하필 이 타이밍에ㅡㅡ“
짧은 시간 커피아재1,2를 통해 들은 소식은 실로 소상했다.
민철이가 얼마 전 데몬 합격했고,
친구인 진수랑 용평을 다니기로 해서 이제 지산은 뜸할 것 같단다,,
최사장 건물은 아직 방이 5개나 남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란다,,
학생들 방학하기 전에 빨리 시즌방 빠져야 한다며,,,
그밖에 편의점집 아들 수능 점수와 사업 접은 렌탈샵 사장님 근황까지,,,
내가 몰라도 상관없는,, 아니 당연히 몰라야 할 일들을 순식간에 모두 알아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아재2번은 딕션도 수준급이다.
사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나는 지금 그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고
하나같이 올망졸망한 시선으로 엣지장인의 집도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그들의 눈빛은 나름 따듯했다,,,
”자 지금부터 이 데크의 운명은 우리가 함께 지켜보며 응원할거고 같이 걱정도 해줄거야 넌 혼자가 아니야“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또 들린다,,
”에구 징허네 저 정도면 그냥 버리고 하나 사겄구만 형편이 영 안좋은갑네,,, 쯧쯧쯧“
저기서도 들린다,,
”ㅂㅅ,,“
아 아니야!! 자격지심이야
위축되지 말자!!
사실 난 장비를 잘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별로 알고 싶지가 않다,,
지금도 기억하는 장비명이라곤 숀화이트, 제레미, 커스텀엑스가 전부인걸 보면 장비 까막눈이 맞는거 같긴 하다
보드를 접하는 초기 때부터 그래왔던 것 같다.
고가 제품이 아니어도 난 너희들보다 훨씬 잘 타고 고급기술을 선보일 수 있거든~ 식의 모를 고집이 있었던 것 같다,,
뭐랄까,, 경차로 벤츠를 추월하는,,,느낌적인,, 아니지 아니지 뒤에서 밀고가도 벤츠 타야지 무슨 소리ㅎ
너무 늦었다는 말 이후
긴 침묵 끝에 엣지장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서울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커피아재1,2 경청모드였던 내 귀가 이번엔 웅장하게 깔리는 BGM 소리를 접수한다.
작곡가도 모르고,, 제목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하얀거탑 장준혁 교수가 등장할 때 몇 번 들어보긴 했다,,
굳이 가사로 표현하자면 대충 이렇다 ”둥둥 두루두루둥~ 둥둥 두루두루등“
주변을 다시 둘러봐도 골동품TV 외에 음악소리가 울릴만한 스피커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내 귀에는 선명하게 음악이 들려왔다.
최면에 걸린 듯 했다,,
”그래 이곳을 들어올 때부터 벌어진 모든 일들이 일반적이지 않았어“
지동연 행사 몰카 인가?
요즘 TV에서 관찰 프로그램이 인기라던데 그런건가?
그런데 내가 뭐라고?? 난 연예인도 아니자나??
꿈이면 빨리 깨고 현실이면 극복하자!
그래 난 육군병장 출신의 신체 건강한 청년이고
나름 동호회에서 알리 좀 뛰던 스타보더 아니였던가,,?
(물론 대통령 3번 바뀌기 전 이야기다)
정신을 가다듬고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럼 여기서는 수리가 어렵다는 건가요?“
이곳에 온지 1시간 만에 내가 한 모든 행위 중에 유일하게 마음에든 질문 이라고 생각했다.
내 스스로가 대견했다.
서울에는 장비가 좋아서 여기처럼 사람 손으로 하는게 아니고 기계로 뭘 갈고 밀고 닦고 조이고 한단다.
역시나 용어는 잘 못 알아들었지만,,
더 큰 곳으로 가야한다는 최소한의 의사소통에는 성공했다.
엣지장인 한 마디에 열 마디씩을 보태는 커피1,2아재와 이 모든 광경을 침착하게 지켜보고 있는 대기3번 선수를 뒤로 하고 난 풀어둔 바인딩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긴장한 탓인지 손에 힘이풀려 바인딩을 몇번이나 떨궜고 디스크 볼트 너트 다 분리되어,, 다시 쪼그려 주섬주섬을 반복,,
그래 오늘 초라함의 끝판왕을 보는구나,,,
문을 열고 나온 세상은 무척 밝았고 날씨도 많이 풀렸다,,
얼굴이 화끈거리는거 보니 정말 심하게 날씨가 풀렸나보다,,
온몸에 달궈진 체온,,
이 와중에도 슬로프가 녹을까 걱정이다,, 그래 역시 난 보더야~!!
문을 열고 나가가 직전
엣지장인께서 나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서울 가면 본인 이름대면서 보냈다고 꼭 얘기하란다,,
"내 이름 팔아" 이런 허세 느낌은 아니었고,, 왠지 그래야만 그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내 데크를 돌봐줄거 같은 느낌을 받으신 것 같다.
댐배하나 피면서 이 상황을 정리해본다.
그래 비록 몇 시간이 넉나간 듯 지나갔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택배 한 번을 집에서 조신하게 받아 본적 없는 나 아닌가?
기다릴 수 없다
그래 지금 당장가자 서울로!!
# 장인은 이름 대라면서 왜 성함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 대기3번 선수는 뭐 재밌는 구경이라고 끝까지 침착하게 지켜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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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95% 사실과 5% 감정과장으로 이루어 졌고 특정인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임을 알립니다
필력인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