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개장 일에 휘팍에 갔다가 고온으로 슬로프를 오픈 하지 않았던 아쉬움을 풀고 왔습니다.

#11

여자사람2는 슬롭을 가로지르며 오랜 경력을 자랑하듯 턴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와우~!

여자사람1이 이제 막 불타오르는 열정의 소유자라면 여자사람2는 모든 슬롭을 소화 가능한 실력이다.

여자사람2를 따라가며 혹시나 궁극의 기술을 시연하지 않을까 해서 기다렸지만, 오랜 경력의 소유자처럼 첫 라이딩은 몸풀기로 간단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보기에 여자사람2는 본인의 말처럼 관광보더는 절대~ 아니고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인 중상급의 꽃보더이다.

단숨에 내려온 여자사람2의 표정은 매우 밝아 보였다. 보드가 타고 싶어서 어제 오후에 단신으로 단숨에 달려온 여자사람2였으므로 밝은 표정을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다. 여자사람1을 기다리며 나는 여자사람2의 실력을 칭찬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 펭귄 타입의 짧아 보이는 바지로도 충분히 라이딩이 가능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비주얼은 귀요미 타입의 꽃보더로만 생각했는데 요즘 유행으로 보이는 그 타입은 내 걱정과 다르게 전~혀 불편하지 않은 듯 보였다.

여자사람1을 기다리다가 문득 예전 기억이 떠 올랐다.

나도 커플사람으로 스키장에 찾은 경험이 몇 번 있다. 하지만 남자사람으로 혼자 혹은 선후배와 다닐 때에는 그렇게 커플사람들이 부러웠다. 내 소원이 보드 타는 여자와 사귀는 것이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인생살이가 그렇게 생각처럼 되지 않듯이 나와 겨울 합이 맞는 여성은 별로 없었다.

앞에서 말한 나의 커플사람1.2.3 시절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그랬다.

오래전 주말... 모 리조트를 방문했던 일이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길래 휴식차원에서 슬롭 아래로 내려와 따스한 커피를 마시며 관광보더로 앉아서 쉬고 있는데,

정말 정말!!! 미모의 여자사람이 내 주위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다. 그날도 혼자 운전하고 왔으므로 메너 차원에서 고글을 벗고 맨 얼굴 인증을 해주었다. 훗!

몇 번 망설이는 것 같더니 결국 내 앞으로 나가왔다.

-       저…… 보드 타시나봐요

-           (마음속으로 훗!) 네에.. 그렇습니다.

-       오전에는 땡땡에서 계속 타셨죠?

-          네에. 맞아요.(아….. 오늘 드디어!!!!)

-       저 보드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순간 얼굴 표정 관리를 했다. 내가 보드에 빠졌을 때에는 거의 초창기라 보더가 많이 없었다.

립트 대기할 때 스키어들이 보더는 슬롭을 망치는 부류라 생각할 정도로 일부 슬롭은 보딩금지였다.;;;;아 억울......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내가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제 실력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입문 정도는 조금 봐 드릴께요.

-       어머, 정말요? 너무 너무 고마워요.

-           별말씀을…… 그런데 지금 입은 옷으로 보드를 타시려구요?

-       아뇨~ 제가 아니라 우리 아들이요.

-           ……

-       학생이 너무 잘 타시는 것 같아서요. 우리 애기가 자꾸 저 형한테 배우고 싶다고 하네요.

-           ……. 학생은 맞습니다만,, 아가씨보단 어리지 않을 거 같은데요..

-       호호호....호,,,,,, 어머머... 그러세…..요..?

애가 애를 낳았는지 뒤에 서 있는 말 안 듣게 생긴 못~ 생긴 꼬마가 굳게 입을 다물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쩐지 너무 술술 풀린다 했다. 아이를 물론 알려줄 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다치면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그것은 곤란하다. 그리고 아이는 정식으로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고 고글을 다시 착용하고 자리를 일어났다. 그 해 나에게 아이 강습을 부탁했던 보톡 두 방의 도톰한 얼굴과 샤넬 핀 타입의 이어링, 그리고 한 때 여자사람의 국민구두 바라 플랫스타일을 했던 줌마사람님! 아들녀석은 대학에 입학했는지요?! 혹은 재수중인가요?

여자사람1이 내려오고 우리는 나란히 립트를 타려고 대기 줄에 서 있는데, 남자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겉으로는 뿌듯한 척 했지만, 이 자리를 빌어 말하지만, 뭐 아무 상관없는 관계였습니다.;;

그래도!!!! 남자후배들과 온 기분과는 다르다!!!!!!! 나와 같이 있는 여자사람들은 꽃!보!더가 아닌가!!

몇 번의 라이딩후 여자사람1은 한번씩 쉰다. 처음에는 시간이 흘러가는데 왜 안타고 있는가?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번에 내가 배운 가장 고마운 점이다. 그러고 보면 첫 스승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나의 스승은 앉은 것은 립트에서만 가능하고 그 외에 앉는 것은 죄악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듯 생각되었고 정말 식사시간 30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무조건 달렸다. 가끔 힘들다 싶으면 곤도라로 휴식을 취할 뿐 … 절대로 관광은 용납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타다 보면 오후에 다리가 풀릴 때도 있고, 조금은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무리하게 타면 결국 사고로 이어지기에 이젠 절대로 무리하지 않고 한 박자는 쉬고 타는 지혜를 여자사람1에게 배웠다.

휴식 시간에 여자사람1은 SNS를 여자사람2는 끊임없는 셀카와 포즈를 취하며 자신을 찍어 달라고 요구하였다.

참으로 여자사람들은 부지런하다. 여자사람들이 만족할 정도로 사진을 찍어주고서 드디어 담배 하나 피울 시간이

주어졌다. 물론 재털이가 있는 흡연구역에서 말이다.

예전에는 립트=흡연이었는데(물론 모르는 사람이 옆 자리에 있다면 패스) 이젠 흡연구역에서도 눈치가 보이니 세상은 참으로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스폰지 타입의 긴의자에 앉아서 오늘 콘도에서 떠나기 전 만들었던

커피를 백팩에서 꺼내서 1회용 컵에 세 잔을 따라 나란히 마셨다. 드립커피만 마신다던 여자사람1도 이젠 다방커피에 만족하는 눈치이다. 여자사람2도 휴식 시간의 따스한 커피가 좋은 표정이다. 립트에서 막 내린 중궈사람은 자판기가 있는지 주변을 살피기도 한다.

여자사람1이 어제 우리와 카풀 했던 남자사람1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아! 남자사람1은 시즌방에 있지만 오늘은 과외했던 학생사람을 알려주기 위해서 어제 다시 서울로 갔다가 오늘 다시 같이 온다고 했었다. 우리와 만나서 같이 타기로 했었는데. 이번에 내려가면 남자사람1을 찾아봐야 겠다. 어제도 같이 타기로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오늘은 꼭! 같이 타려고 했었다.

나는 사실 카풀과 숙박쉐어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이었다.

모 동호회를 이끌었던 친구사람은 가끔 개념 없는 사건 사고를 나에게 말해주며 이건 도저히 상식에서 일어나기 힘든 에피소드를 나에게 수없이 말해줘서 인지 모르나,, 나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카풀을 했던 남자사람1 덕분에 지루하지 않고 안전하게 도착했고,(여자사람1과 친해진 후 남자들의 수다에 기가 막혔다고;;;ㅎ) 나를 믿어준 여자사람들 덕분에 외롭지 않게 콘도에서 지낼 수 있었다.

물론 사이가 좋아져서 더 좋은 친구사람 혹은 커플사람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바라고 카풀이나 숙박쉐어를 한다면 피천득님의 ‘인연’ 속 한 구절처럼 차라리 아니 만났어야 좋을지 모른다. 커플 인연을 원하는 사람들은 청담동 클럽아이로 가는 것이 더 빠를지 않을까?

나이트……

한 때 콘도에서 방팅이다, 나이트다가 유행일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스마트한 세상이 아니었을 때에는 끊어 오르는 젊음을 주체하기 힘들어 모 콘도의 나이트가 유명하다는 풍문에 우리는 한 때 우르르 모 콘도로만 몰려갔다.

주간을 타면 폭풍흡입 식사를 마치고 모두 샤워를 하며 그날 계획을 짰다.

목소리가 좋은 친구사람은 마구잡이 전화로 방팅을 담당했고, 비쥬얼을 담당한 우리는 나이트로 향했다. 목소리 담당의 친구사람은 자기를 나이트로 데려가지 않는다고 혼자 삐쳐서 집에 간다고 헛소리를 하다가 다른 친구사람들에게 신발과 지갑을 빼앗기고 여자사람들과 조인이 되면 바로 튀어 나올 준비나 하라며 불가리 향수를 뒤통수에 몇번 쏴주고 그를 달랬다.

결국 우리는 그 친구만 빼고 나이트에서 여자사람들과 흥겹게 늦은시간까지 놀았다.

돌아와 보니 목소리가 좋은 친구사람은 우리를 죽여버린다고 과도를 들고 소주에 취해 소릴 질렀고,

예상외의 거친 저항에 당황한 우리는 내일 같이 타기로 했고 아직 3일이나 남았다고 흥분하지 말라고 거짓말로 겨우 진정시킨 후에 포커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나이트에서 같이 놀았던 여자사람들은 내일 서울로 간다고 했다.

참고로 목소리 좋은 친구사람은 하루에 면도를 5번 하는 울트라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의 평균 나이를 갉아먹는 존재였으며 조니워커 블루를 세 병 마셔도 취하지 않는 주당이다. 같이 나이트를 데리고 가려고 해도 학생시절의 우리는 술값을 감당하지도 못할 정도로 마셔댔고 항상 한 명이 술을 못 마시게 감시해야 했었으므로…… 피곤했다.

한번은 그 친구사람이 나이트에서 필 받아 마시기 시작했고 우리가 테이블에 없는 동안 블루 한명을 원샷했으며

웨이터의 행복한 눈빛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땡땡콘도에 도착한 하루 만에 거지 꼴을 못 면하고 달걀도 없는 뉴라면만 먹다가 온 사건이 있었다..

나이트를 가서가 아니라 그렇게 놀았던 그때가 그리울 때가 있다. .. .. ..

우리는 점심 시간이 되었지만 뷔페의 효과가 아직 남아 있는지 모두들 배가 고프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모임의 리더이므로 간단하게라도 식사를 하자고 했고 우리의 식사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다시 한번 물어봐도 모두 간단하게 먹자고 이야기 했으므로 여자사람1에게 자리를 지켜달라고 하고 여자사람2와 편의점으로 갔다.

마실 것과 김밥 그리고 라면을 구입했다. 라면도 김밥만 먹으면 소화에 문제가 생길까 해서 국물만 마시려고 구입했기에 종이컵을 들고 국물을 따라가며 먹었다. 간단하게 식사 후 준비한 커피와 과자간식 쵸코바등으로 식사를 마무리 하고 잠시 따스한 햇살에 해바라기가 되어서 따스함을 즐겼다.

' 좋다.. 이런 따스한 기분 '

휴식 후 우리는 남자사람1을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곤도라 대기 줄에 줄을 섰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고 곤도라 탑승이 가능했다. 여자사람들과 곤도라에 같이 타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모르는 남자사람두 명도 같이 탔는데 너구리 같은 눈빛으로 나의 존재가 사라지길 바라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너굴!훗!

오랜만이다. 정말 오랜만이다...

곤도라를 타고 휘팍 정상에 올라왔다. 얼마만인가? 정상에 올랐던 예전 추억도 생각하고 눈앞에 펼쳐진 백색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런 뷰는 인터라켄에 비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남자사람1이 앞에 서있다. 하루 만에 만났지만 너무 반가운 남자사람1이다!

나는 사실 이번 여행에서 나의 동영상을 찍고 싶었다. 라이딩이 멋져서 찍기 보다는 나의 폼을 내 눈으로 보고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떤이는 동영상을 촬영하면 창피함에 립트에서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라

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런 타입이 아니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고치려고 더욱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자사람1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했으므로 남자사람1이

만약 같이 숙박을 하고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 나는 나의 4s로 분명히 부탁했을 것이다.

남자사람1과 여자사람1은 구면이므로 서로 인사를 한다. 나는 여자사람2를 남자사람1에게 소개시켜주었다.

남자사람1도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어느새 4명이 되었다. 남자사람1과 같이 온 학생사람은

혼자 연습중이라고 했으므로,, 몽블랑에서 첫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대단하다.

슬롭을 지날 때마다 예전에 다녔던 길이란 것을 몸에서 머리에서 바로 기억해낸다. 물론 그만큼 많이 방문했으므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정말 오랜만의 휘팍 방문이므로 기분이 새롭다. 그리고 상쾌하다!!

‘ 맞아 여기는 거의 초보코스였어. 그래 .. 그래.. 저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토우로 감기는 맛을 느꼈던

바로 그 자리였어. ’

아! 남자사람1은 키도 크고 몸도 좋은 타입인데 최근 급 체중이 증가했다고 한다. 아마 조금만 더 술자리를 자주 갖는다면 보드가 견디지 못할지도 모른다. ;; 물론 지금 비쥬얼도 나쁘진 않지만 남자사람1이 원래 체격으로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살만 초큼빼면 꽃남입니다. 지금은 훈남!)

그때!!!

남자사람1이 뱀처럼 허릴 움직이며 내 앞을 지나갔다.

훗!!!!!!!!!!!!!!!!!!!!!!!!!!!!!!!!!!!!!!!!!X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뱀은 내 스승의 별명이었다. 하체를 미친 듯이 움직여서 내가 붙여준 닉이었다.

라이딩 모습은…… 뭐라고 할까…… 아무튼 코브라가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으로 허리가 돌+아이같은 느낌을 주지만

아주 역동적이며 매우 빠르고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스승과 같은 스킬을 사용하는 모습을 봤으므로

놀라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며 스승을 만난 기분이었다.

내가 오랫동안 쉬었고 오늘 허리가 아파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은 핑계일 뿐!!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나는 남자사람1에게 내 라이딩을 보고 원 포인트를 부탁했다. 남자사람1은 알았다며 중간에서 나의 모습을 지켜봤다. 어제의 전투보딩으로 몸이 정상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나를 보고 조언을 해준다는 것 내가 기다렸던 것 아닌가!!!!!

‘ 아마 어떤 스킬이라도 그 배움의 성취감을 알고 목표가 생겼다는 기쁨을 아는 보더라면

지금 내 기분을 이해하지 않을까? ‘

난 숨을 힘껏 들이키고,, 오래전 어느날 라이딩을 바라보던 나의 스승이 뿌듯한 표정으로,

" 이제 하산해도 되겠구나. 소년아~ "

라고 했던 칭찬을 더듬어 기억하며 그 모습을 되찾고 싶은 마음에 고글을 고쳐쓰고 힘껏 슬롭을 내려갔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