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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2016이었던가...

새벽3시 동래전철역에 도착한 나는
높은기온과 우중충한 날씨에 한편으로는 불안함을 감추며
스키장에 간다는 기쁨에 한달음에 휘팍행 버스에 올랐다

4시간이 넘는 긴 장거리 여행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 멜론신곡 탑100과 폰게임만이 이 무료함을 달래줄것이다
아 갈아끼울 핸드폰 배터리도 넉넉하게 4개나 더 준비했지

누가 그랬던가 보딩의 시작은 출발할때의 설레임과 무언가를 빠트리고 오지않았나 계속 생각하게되는 걱정의 콜라보로부터 나온다고....
그때마다 다짐해본다
까먹고온 나의 잘못은 금전의 힘으로 메꾸리라...

일을 마치고 와서 그런지 원래 야행성이라 그런지
아니면 설레임때문인지 잠이 잘 오질 않는다
앞자리에서 들리는 코골이 소리마저도 출발의 기쁨에 화답하는 비트처럼 느껴진다

나의 눈은 폰게임에 몰두해있고 나의 귀는 헤드셋이 점령하여
기쁨의 비트를 때려박지만 여전히 시간은 더디다
창밖을 슬쩍 바라보지만 분명 이것은 경상도의 체취가 물씬 느껴진다
그렇다 아직 대구까지도 못갔던것이었다

침착하자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하지 않았던가
차분히 음악을 들으며 렙업과 장비파밍에 집중하다보면 언젠가는 그곳에 당도할 것이다

무엇부터하지 펭귄에서 잠시 몸을 풀까 아니면 바로 몽블랑에서 사진부터 박고 시작할까 달리기에는 호크가 좋은데 첫런이라 조금무리일까
이런저런 생각과 좋은 음악과 몰두하게 만드는 폰게임이 마냥 지속되지는 않았다

내가 어느새 잠든것인지.....
웅성웅성
이건 또 무슨소리야
아잇 시끄러워...
........
비.....
비다.......비가 온다......

누군가가 크게 경악하며 내지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고 말았다 ... 비?....
아직 경상도 인거신가? 그래야만 한다...
황급히 내비를 켜본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버스에 탄 24명이 모두가 창밖만 바라보며 망연자실 의지상실 현실부정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듯했다
앞으로 다가오는 가까워져가는 터널의 어둠보다
더 깊은 어둠이 마음속에 자리잡는듯했다

여기는 둔내터널안 ...
컴컴한 어둠과 사람들의 적막속에 삑삑거리는 버스의 와이퍼 소리가
한편으로는 구슬프게 들려왔다

누군가는 흐느끼는듯했고 또 누군가는 정신이 나간듯 헤헤 거리며 웃고 있었고 난 이현실을 받아 들일수 없어 더욱더 폰게임에 집중을 하게 되는것 같았다

도대체 이 어둠의 끝은 어디일까
여긴어디
난누구?
전생에 머피였던가
살면서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기에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겁니까...
후회와 한탄과 비통함을 가득 실은 부산발 휘팍행 버스는
그렇게 터널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니다 난 분명 깨어있었다
잠이라면 출발전에도 버스안에서도 군위, 안동을 지나칠때도 확실히 잤었다

휴게소에 내린 기억이 없었고 지금 내 오줌보는 터질것 같단 말이다
그럼 이게 현실인것인가
터질것 같은 내 방광보다 더 크게 나의 시력을 자극하는
저 저 하얗고 빛나고 반짝거리며 대지를 뒤엎을듯 쏟아지는 저 저 저건 ....

방광을 넘어서고 시력을 뒤엎는 또 하나의 감각 ..
귓속을 파고드는 우뢰와 같은 함성소리

우와와와와애앗ㅈㄱ시ㅡㄱㄴㄱㅅㄱㄷㄱㄷ긓ㄱㅅㄱㅈㅅ옹ㆍ오오

이사람들은 미친것인가
아니 돌은것이다
정신이 나가면 저렇게 될것이다

후키요옥ㆍ슥ㅈㄱㅅㄱㅅㄱㅈㄱㅅ 빠샤빠샤 아아아주아아아아아아

그래 나도 돌은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것은 분명 현실인것을...
난 분명 알고 있었다

버스의 창밖으로 보이는 저건 그냥 눈이 내리는걸 넘어서서
마구 쏟아붓는 폭설이란것을...

그때 누군가가 나지막히 읇조렸다

그래 언젠가 들은적이 있어 이건.....

둔내매직이야 둔내매직...

전설속에서나 존재한다는 둔내터널에 관한 이야기
축복받은 ...
아니면 세상착하게 열심히 살아온 보더들에게만 나타난다는 성스러운 현상

둔내매직 ...

횡성쪽에는 비가 내리지만
평창쪽으로 넘어오면 눈이 내린다는 알수 없는 기이한 현상

그렇다 난 지금 그 전설의 둔내매직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중이었고
그 전설의 현재진행형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몇년이 지나 지금 다시 그때를 회상하다 기억난게 있는데 백미러에 비친 기사님의 그 아무렇지도 않은 무심한 표정이 이제 이해가 갑니다...

인생은 실전이다 X맹구들아 이런 현상이 뭐 하루이틀도 아닌데...

그렇게 말씀하시는것 같았네요...
엮인글 :

01089090899이경진

2023.12.15 10:34:58
*.235.43.250

95%의 사실과 5%의 상상력으로

시간날때마다 올리겠습니다

그당시 계셨던분들이나

같이 겪었었는데 사실과는 다른부분이 있으면

댓글부탁드립니다

山賊(산적)

2023.12.15 10:35:22
*.134.203.53

열두줄까지 읽고 바로 스크롤내려서 추천 박고 다시 정독했습니다ㅋㅋㅋ

오른쪽턴

2023.12.15 10:39:21
*.117.126.33

필력이… 신춘문예… 가 싫으시면 카카오페이지 웹소설로 등단하심이 어떠십니까?

노는게제일좋아

2023.12.15 10:40:05
*.94.226.129

장문의 ep... 뒤로넘기려다
갈아끼울 핸드폰 배터리도 넉넉하게 4개나 더 준비.......에 꽂혀 끝까지 정독했습니다..ㅎㅎ

계란탁파송송

2023.12.15 10:40:24
*.253.82.243

국문학과 출신 ㅋㅋㅋ

고양시민그농이

2023.12.15 10:41:51
*.37.115.251

아~ 물론경험했죠... 분명 흐리긴했으나 둔내쪽은 그냥 흐린날이였는데 매직터널 지나치니 엄청난양의 눈발이....신기하긴하더라구요.. ㅎ

Ssongc

2023.12.15 10:53:40
*.132.210.135

존잼ㅋㅋㅋㅋ

이클립스♠

2023.12.15 10:56:17
*.183.164.139

ㅋㅋㅋ 캬... 둔내매직 시절!!!! 

Neo~!

2023.12.15 11:47:28
*.38.22.93

전공이 문예창작과 이신가요?ㅎㅎ

뛰는남자

2023.12.15 13:00:26
*.62.22.85

오 필력

하이원진양~*

2023.12.15 16:17:38
*.27.112.77

너무 재밌어요. epi. 100까지 올려주세요~

hotrider

2023.12.15 22:23:34
*.7.231.201

잼나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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