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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진짜 별 에피소드 없이 지나가버린 사랑이라

뭘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오래동안 앓았었고 가끔 이렇게 반추해보네여.


전 어릴 땐 정말 숯기 없고 순진한 녀석이었어요.

아니 성장이 느리고

그냥 노는 것을 좋아하는 좀 모지리란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어머니께서 천주교 신자시라 저도 어릴적 영세를 받고

어릴 때부터 주구장창 성당에서 놀았어여.

특히 형들이랑 누나들과...

각 지방마다 용어는 다를테지만

오징어 달구지(육근?), 진돌, 다방구, 시마차기, 딱지, 삼팔선,

숨박꼭질, 농구, 탁구  등등 여럿이 하는 놀이


그 뿐만 아니라

만화책, 오락실, pc게임, 롤러스케이트(블레이드), 자전거 

혼자서 가능한 놀이도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성관계는 좀 관심 밖으로 밀려났어요.

고등학생 때까지

흔하진 않았지만 누군가 사귀자고 하면

"사귀는게 뭔데?" 라고 반문할 정도였으니까요 ^^:;;

그러면 여자들은 대부분

'남자랑 여자랑 친하게 지내는거' 라고 답하더군요.

그냥 친하게 지내면 되는데 왜 이런 말을 할까란 의문을 가지며

알겠다곤 말하는데 괜히 의식하니까 피하게 되더라능..

(뭣 모르는 녀석 때문에 황당했을 거 생각하면 미안하네요....)


아 물론 저도 남자인지라

당연히 여자란 신비한 생명에게 관심이있었고

성적인 관심도 있었어요.


'흣동'도 어릴 때 봤으니까요 ^^::

그치만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와 성을

완벽하게 분리해서 생각했었고

금새 잊고 놀기만 놀았지요.


그러다 대학 입학 후 동아리 방에서 한 여자를 보게 되는데

심장이 쿵쾅, 쿵광 뛰더라구요. 어찌나 놀랬는지... 흠흠

여러명이 있어도 딱 그  한 명만 보이더라구요.


그치만 서툰 전 그냥 좋아하기만 할 뿐

당최 뭘 할 수가 없더군요.

고백하면 그 담엔 뭐하지??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바라보며 좋아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동아리라는 특성상 자주 보게 되니까 좋더라구요.


동아리 가니까 다 같이 모여 밥을 많이 먹게되고

술도 많이 먹게 되더군요.

동아리가 신생 동아리라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였어요.

그래서 더 자주 모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애는 조용한 편이었어요.

말도 사근 사근 했던 것 같아요.

키도 좀 컸구 마른 체형이었어요.

부끄러우면 얼굴 전체가 빨갛게 달아오르던 사람이었지요.


반면에 전, 

좋게 말하면 열심히 시끄럽게 놀던 사람이었지요.

네.. 그냥 시끄러운 사람이었어요 ㅠ..ㅠ

무개념하게 학교 빼먹고 놀기도 하는 모지리였기도 하고.... ㅠ..ㅠ


그냥 단편적으로 봐도 잘 어울리지 않았고

누나, 여자 동생들에겐 익숙하지만

여자에게 익숙치 않았던 저는 속앓이만 했어요.


근데 언제부턴가 동아리 사람들이랑 같이 술 먹고 가는 길에

그 애가 제 옆으로 와서 같이 얘길하며 걷게 되더라구요.

같이 여러 날을 걷고 하다가 보니 좀 친해졌고 그 애가 제게 팔짱을 끼더라구요.

심장이 터져 죽을 뻔 했었죠. 다리도 후들거리고...

남자가 아닌 다른 이성에게 제 옆을 그렇게 가깝게 내어준 건 처음이니까요.


제가 깜짝 놀라니까, 걘 자기 오빠나 아빠 등 친한 사람에게 가끔 하니까

신경쓰지 말라더군요.

네... 멍청했던 전 이걸 신호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말 그대로 믿었어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지요.


그 후로도 아주 가끔 팔짱을 꼈었고, 

전 뭐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넘겼어요.

괜한 과민반응으로 이 좋은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었거든요.


그 외에도 여러 신호를 보냈는데 전 멍청하게도

그냥 흘려보냈었지요.


그리고 전 헷갈렸어요.

얘가 날 좋아하나?

음... 아닌 것 같은데~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섣불리 판단하고 고백해서

관계를 그르칠까 노심초사 했었죠.


어느 날이었어요. 동아리에서 술 먹고 얘기하다가

파장의 분위기 속에서 이 애가 제게 옷 사는데 따라가자고 말하는 거에요.


네~ 예상하시듯이 눈치 없는 전

친한 친구 두명을 같이 가자고 해버렸습니다.

이 때 그 애 표정이 좀 미묘하게 변했는데 

진화가 느렸던 저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그 애는 제게 많은 신호를 보냈는데 이걸 알아채지 못하고

분위기 깨기만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옷 고르러 간 곳에서

얘가 절 좋아하는지 아닌지 몰라서

전 아무 말이나 막 뱉았어요.


그러다가 제가

"ㅁㅁㅁ 어때?? 인물 참 자아아알 생겼는데 한번 사귀어 볼래? 내가 다리 놔줄게"


네~~맞아요. 진짜 참 못났었죠. ㅠ..ㅠ 못난 놈이었어요


그랬더니 걔가 얼버무렸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리곤 옷 사는데 따라와줘서 고맙다며

저와 같은 동아리 제 친구 2명에게 팥빙수를 사줬어요.


열심히 팥빙수를 흘려가며 먹고 있는데

바로 맞은 편에 있는 그 애에게 문자가 오더라구요.

내용은 대략


'다른 애들에게 알리지 말고 헤어지고 난 담에 잠시 만나자' 라는 내용이었어요.


전 의아했지만 너무 좋았어요. 단 둘이 있게 되니까요.

헤어지고 애들을 서둘러 보낸 다음에 다시 연락해서 둘이 만나는데

여기서 저희 둘은 사귀게 됩니다.


드라마에서 너무 좋아서 날뛰고 소리 지르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날 이후 이해가 되더라구요.

끼요옷!! 소리 지르면서 친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자랑을 하게 되더라구요.


문자 보내는 것도 두근 두근

통화 하는 것도 두근 두근

얼굴 보는 것도 두근 두근

일상의 모든 일에 두근 두근


그렇게 좋을 수 없더라구요.


지금도 이 땔 생각하면

멍청했던 저와 그 당시의 벅차오르는 감정이 생각나

행복씁쓸하네요. 


밥 먹으러 나가야해서 서둘러 접습니다.

모두들 맛나는 저녁 드세요~

엮인글 :

林보더

2013.05.16 21:11:14
*.62.172.77

글 읽는것 만으로도 설레이네요..

전 짝사랑이하고 싶어요...

그댄 먼곳만 보내요..며칠 사이 야원 널 달래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내가 사랑한 그 모든것을 잃는다해도 그대를 포기할 순 없어요~~



짝사랑할때 부르게 되는 곡들이죠...ㅎㅎㅎ

DandyKim

2013.05.17 20:32:06
*.218.32.218

노래 가사에 음성지원되네여 ㅎㅎ

짝사랑이 힘들어도 심장은 제대로 뛰게 하는 것 같아요.

clous

2013.05.16 21:44:43
*.111.7.10

그 다음은요? 완전 몰입했다는..... 앗! 교우시군요. ㅎㅎㅎ

DandyKim

2013.05.17 20:33:03
*.218.32.218

아.. 그 다음도 궁금하세요? 저의 바보 짓이 계속되는데... 흐흐흐

성당에서 견진까지 받고 냉담한지는 오래된 것 같아요.
ㅎㅎㅎㅎ

남자없이잘살아

2013.05.16 22:09:55
*.11.185.16

완젼몰입...2부빨리좀...ㅋ

DandyKim

2013.05.17 20:33:39
*.218.32.218

아... 이거 계속 써야하나요? 고민 좀 해봐야....

왜죠

2013.05.16 23:24:41
*.62.180.40

필력이 출중하십니다.

DandyKim

2013.05.17 20:34:14
*.218.32.218

킴님이 생전 처음 듣는 칭찬에 어쩔 줄 몰라합니다.

>ㅁ<

샤오사랑

2013.05.17 07:04:15
*.219.60.39

으아~~~~~
완전 설레였어요 ㅎㅎㅎ

DandyKim

2013.05.17 20:34:51
*.218.32.218

설렌다 하시니까 딱 알겠네여.
첫사랑과의 추억 생각하셨져?? ㅎㅎ

백만송이장미

2013.05.17 13:18:03
*.40.88.222

자유게시판엔,, 이렇게 진솔한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글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추천

DandyKim

2013.05.17 20:35:51
*.218.32.218

추천 감사드려요.

장미님 첫사랑 얘기 들려주세요 ㅎㅎ

백만송이장미

2013.05.17 21:45:06
*.40.88.222

전 댄디킴님보다 더 '숯기 없고 순진한 녀석'일 거예요 ㅋㅋ
첫사랑이라 할 만한 것도 없다고 봐야겠네요 ㅠㅜ
짝사랑 전공이라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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