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게시판 이용안내]

222.jpg



신랑이 늦둥이라 저와 나이차가 50년 넘게 나시는 어머님...



저 시집오고 5년만에 치매에 걸리셔서


저 혼자 4년간 똥오줌 받아내고, 잘 씻지도 못하고,


딸내미 얼굴도 못보고, 매일 환자식 먹고,


간이침대에 쪼그려 잠들고,


4년간 남편품에 단한번도 잠들지 못했고,


힘이 없으셔서 변을 못누실땐


제 손가락으로 파내는 일도 거의 매일이었지만


안힘들다고, 평생 이짓 해도 좋으니 살아만 계시라고


할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이 멍쩡하셧던


그 5년간 베풀어주신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제나이 33살 먹도록 그렇게 선하고 지혜롭고 


어진이를 본적이 없습니다.






알콜중독으로 정신치료를 받고 계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제가 10살때 집나가서 소식없는 엄마...


상습절도로 경찰서 들락날락 하던 오빠...


그 밑에서 매일 맞고.... 울며자란 저를 무슨 공주님인줄


착각하는 신랑과 신랑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 글썽이며...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다고 2천만원짜리 통장을 내어주시며,


어디나라에서는 남의 집 귀한딸 데리고 올때 소팔고 집팔아


지참금 주고 데려온다는데... 부족하지만 받으라고......


그돈으로 하고 싶은 혼수, 사고싶은거 사서 시집오라 하셧던 어머님.......




부모 정 모르고 큰 저는 그런 어머님께 반해,


신랑이 독립해 살고있던 아파트 일부러 처분하고


어머님댁 들어가서 셋이 살게 되었습니다.


신랑 10살도 되기전에 과부되어, 자식 다섯을 키우시면서도


평생을 자식들에게조차 언성 한번 높이신 적이 없다는 어머님.....


50넘은 아주버님께서 평생 어머님 화내시는걸 본적이 없다 하시네요...





바쁜 명절날 돋진 못할망정 튀김위에 설탕병을 깨트려


튀김도 다 망치고 병도 깬 저에게 1초도 망설임 없이


"아무소리 말고 있거라" 하시고는


늙으면 죽어야 한다며.... 당신이 손에 힘이 없어 놓쳤다고


하시던 어머님.....


단거 몸에 안좋다고 초콜렛 쩝쩝 먹고있는 제 등짝을 


때리시면서도 나갔다 들어오실땐 군것질거리 꼭 사들고 


"공주야~ 엄마 왔다~" 하시던 어머님.....





어머님과 신랑과 저.. 셋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다


셋다 술이 과했는지 안하던 속마음 얘기 하다가,


자라온 서러움이 너무 많았던 저는


시어머님앞에서 꺼이꺼이 울며 술주정을 했는데.....


그런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긴 커녕


제 손을 잡으며, 저보다 더 서럽게 우시며,


얼마나 서러웠노... 얼마나 무서웠노...


처음부터 니가 내딸로 태어났음 오죽 좋았겠나.....


내가 더 잘해줄테니 이제 잊어라... 잊어라... 하시던 어머님...





명절이나 손님 맞을때 상차린거 치우려면


"아직 다 안먹었다 방에 가있어라" 하시곤


소리안나게 살금살금 그릇 치우고 설겆이 하시려다 저에게 들켜


서로 니가 왜 하니, 어머님이 왜 하세요 실랑이 하게 됐었죠.....


제가 무슨 그리 귀한 몸이라고....


일 시키기 그저 아까우셔서 벌벌 떠시던 어머님.....




치매에 걸려 본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시면서도


험한 말씨 한번 안쓰시고


그저 곱고 귀여운 어린아이가 되신 어머님....





어느날 저에게 "아이고 이쁘네~ 뉘집 딸이고~~" 하시더이다.


그래서 저 웃으면서


"나는 정순X여사님(시어머님 함자십니다)딸이지요~


"할머니는 딸 있어요~?" 했더니... 


"있지~~ 서미X(제이름)이 우리 막내딸~ 위로 아들 둘이랑 딸 서이도 있다~"


그때서야 펑펑 울며 깨달았습니다.


이분 마음속엔 제가 딸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시누 다음으로 또 하나 낳은 딸이었다는걸......




저에게....


"니가 내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하시던 말씀이 진짜였다는걸.....


정신 있으실때, 어머님께 저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고


잘하려 노력은 했지만 제가 정말 이분을 진짜 엄마로 


여기고 대했는지.....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 왜 사랑하고 고맙단 말을 매일 매일


해드리진 못했는지....


형편 어렵고 애가 셋이라 병원에 얼굴도 안비치던 형님.....


형님이 돌보신다 해도 사양하고 제가 했어야 당연한 일인데,


왜 엄한 형님을 미워했는지.....


말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사무치고 후회되어


혀를 개물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밤 11시쯤,, 소변 보셧나 확인 하려고 이불속에 손 넣는데


갑자기 제 손에 만원짜리 한장을 쥐어 주시더군요...


"이게 뭐에요?" 했더니.. 소근소근 귓속말로..


"아침에 ~ 옆에 할매 가고 침대밑에 있드라~


아무도 몰래 니 맛있는거 사묵어래이~" 하시는데 생각해보니


점심때쯤 큰아주버님도 왔다 가셧고, 첫째,둘째 시누도


다녀갔고... 남편도 퇴근해서 "할머니~ 잘 있으셧어요~?"


(자식들 몰라보셔서 언젠가부터 그리 부릅니다)인사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아침 7시에 퇴원한 할머니가 떨어트린 돈을 주으시곤


당신 자식들에겐 안주시고 갖고 계시다가 저에게 주신거였어요....


그리곤 그날 새벽 화장실 다녀왔다 느낌이 이상해


어머님 코에 손을 대보니.. 돌아가셧더군요.....




장례 치르는 동안 제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제가


울다 울다 졸도를 세번하고 누워있으라 어머님 가시는 길에도


게으름을 피웠네요.....




어머님을 닮아 시집살이가 뭔지 구경도 안시킨 시아주버님과


시누이 셋, 그리고 남편과 저.....


서로 부등켜 안고 서로 위로하며, 어머님 안슬퍼하시게


우리 우애좋게 잘살자 약속하며 그렇게 어머님 보내드렸어요....


오늘이 꼭 시어머님 가신지 150일째입니다......


어머님께서 매일 저 좋아하는 초콜렛, 사탕을 사들고 오시던


까만 비닐봉지.....


주변에 널리고 널린 까만 비닐봉지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님이 주신 꼬깃꼬깃한 만원짜리를 배게밑에 넣어두고...


매일 어머님 꿈에 나오시면..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해드리려 준비하며 잠듭니다.


다시 태어나면 처음부터 어머님 딸로 태어나길 바라는건


너무 큰 욕심이겠죠....


부디 저희 어머님 좋은곳으로 가시길....




다음 생에는 평생 고생 안하고 평생 남편 사랑 듬뿍 받으며


살으시길 기도 해주세요....













필리핀유덕화

2012.02.09 16:10:55
*.218.154.154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에 가셨을겁니다.
힘내세요!

Vento

2012.02.09 16:37:26
*.248.189.2

눈에 먼지가...

에혀...

Vento

2012.02.09 16:37:26
*.248.189.2

눈에 먼지가...

에혀...

헝그리부츠

2012.02.09 17:46:01
*.150.231.155

세번만에 글을 다 읽었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진짜 훌륭하고 아름다운 어머님이셨네요.
기운내시고 어머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네요~
좋은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버크셔

2012.02.10 04:56:19
*.31.193.223

다시봐도 감동! ㅠㅜ

스닉 

2012.02.10 09:15:38
*.15.154.29

아침부터 센티해지네요 ㅜㅜ

영통주민김씨

2012.02.10 10:06:49
*.90.97.91

에혀...

......

2012.02.10 14:05:04
*.199.30.167

흐으윽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추천 수
공지 [펀글게시판 이용안내] [13] RukA 2017-08-17 65405 9
14667 한국 의료시스템 file [2] 가방끈 2017-06-11 1702  
14666 개양아치 gif file [9] 하얀사자 2017-05-18 1702 2
14665 747 노래방 추천곡 - 아, 대한민국 file [1] 그를 2011-08-05 1702  
14664 다급한... 중국집 전단지.. file [6] 초보후이뽕!! 2020-02-29 1702 1
14663 긴급회동 file 치즈라면 2019-03-02 1702  
14662 결혼할수 있는법 file [7] MysticDream 2018-03-14 1702 3
14661 빵장사-보배아재- file [9] MysticDream 2018-08-29 1702 6
14660 file [8] 산산산산산산산 2018-03-20 1702 2
14659 아들의 꿈을위해 41년간 싸운 어머니 file [6] 공랑붕어 2017-10-18 1702 6
14658 악플은.... file [3] OTOHA 2017-07-05 1701  
14657 모나리자 file [2] OTOHA 2016-02-22 1701  
14656 시청자가 제보한 전소민 연애 목격담 file [4] Solopain 2020-06-22 1701 1
14655 겨울이 다가옴을 제일먼저 체감할수있는 붕어산란장.. file [6] 와쵸 2021-09-02 1701 1
14654 [블박영상] 모닝 김여사 거기서 뭐하는겐가!?!? [14] 편지편지 2011-11-29 1701  
14653 개쩌는 소방관 테스트!! [1] d 2011-08-24 1701  
14652 1958년 보잉 707 제트 여객기 기내 승객과 기내식. [3] 스팬서 2018-09-24 1701 1
14651 개치료 [1] 눈사이로막까 2016-03-18 1701 1
14650 바텐더에게 말을 잘못걸면 [9] Couplepain 2020-03-24 1701 7
14649 [펌] 랜덤 패러디 만화 4 file [2] 북치는남자 2015-04-28 1701 1
14648 서울대 인기 강의 file [6] Solopain 2022-01-13 170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