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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여름이 오면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죠.

벌써 8년 전 일이니 이제 그만 소름끼칠 만도 한데 생각할 때 마다 미치겠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이...





8년 전 여름이면 다들 아시겠지만 대한민국이 들썩거렸던 때였습니다.

월드컵 4강 신화에 다들 난리도 아니었죠.

하지만 당시 맘껏 즐기지 못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제겐 삼촌이 한 분 계셨는데요.

친 삼촌은 아니고 아버지의 친한 친구였죠.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훨씬 더 아끼는 뭐 그런 경우였습니다.

두 분 다 고아여서 같은 고아원에서 자란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런 삼촌이 돌아가셨습니다. 2002년 5월의 일이었죠.

숙모와 함께 탄 택시가 완전히 뒤집어 지면서 가로수를 들이 받았고 그 가로수가 부러지면서 그대로 차를 덮쳤다고 하더군요.

삼촌이 돌아가시고 우리 가족의 특히 아버지의 상심은 대단했습니다.

어릴적 곰팡이 냄새나는 이불을 같이 덮으며 자란 사이였던 두분이었기에 아버지에게 삼촌은 가족 그 이상이었으니까요.

그런 사람을 그 부인까지 한 번에 잃어야 하는 현실이 정말이지 믿기 힘드셨을 겁니다.

그렇게 큰 상심을 끌어안고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장례식 기간 내내 우울해 하시던 아버지는 장례가 끝나자마자 삼촌의 아들을 집으로 데려 오셨습니다.

저랑은 2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었는데 18살이었던 동생은 딱히 갈 데가 없었던 터라 아버지가 맡기로 했던 모양이었습니다.

당시 저희 집도 그리 풍족하진 못해서 방 두 칸짜리 반 지하에 살고 있었습니다.

방 하나는 부모님이 쓰시고 하나는 제방이었죠.

해서 동생과 저는 한 방을 쓰게 됐습니다.

동생이 저희 집에 와서 제 방에 짐을 풀었던 것이 2002년 5월 23일이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그냥 그렇게 흘렀습니다.

사실 저도 당시 학비며 용돈문제로 알바를 여러 개 하느라 집에 잘 붙어있지 못했거든요.

제가 알바를 다 끝내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새벽 한시였습니다.

집에 오면 녀석은 항상 책을 끼고 공부를 하고 있었죠.

워낙 말이 없는 놈이어서 밤에 올 때 야식하라고 이것저것 사다줘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잘 하지 못하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래도 워낙 상황이 딱해서 이것저것 도와주고 공부도 봐 주고 나름대로 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5월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금요일이어서 일을 끝내고 친구랑 포장마차에서 술을 한 잔 마셨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땐 새벽 3시가 약간 넘었더군요. 술이 들어간데다 일주일 동안의 피로가 쌓여서인지 너무 피곤해서 들어가서 대충 씻고 잠을 잘 요량이었습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니 녀석이 자고 있더군요.

깨우기 싫어서 조심조심 옷을 벗고 씻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씻고 와보니 녀석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있는 겁니다.

저희집 바로 앞에는 농협이 있었는데요 간판불이 밤새 켜 있어서 방 불을 켜지 않아도 대충의 윤곽은 보이거든요.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녀석이 앉아있었습니다.

“깼냐?”

제가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녀석이 그러더군요.

“형. 엄마는 버스 타자고 했는데 아빠가 피곤하다고 해서 택시 탄 거래. 택시 기사랑 얘기도 많이 했는데 요즘 손님이 많이 없어서 힘들다고 그래서 밤 낮 없이 일하느라 많이 피곤하다고 그러더래.”

???????????????????????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가 몇 초의 정적이 흐르고는 말 그대로 소름이 쫘악 올라왔습니다. 윗옷을 벗고 있었는데 가슴이며 어깨에 돋은 소름이 제 눈에 보일 정도였죠.

“무슨 소리야. 누가 그래?”

왜 그렇게 물었을까요? 지금 생각해봐도 그런 질문은 하는 게 아니었는데...

“엄마가...”

녀석이 씩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순간적인 공포가 얼마나 대단한 줄 아십니까?

그 짧은 순간에 별별 생각이 머릿속을 휘졌고 다니더군요.

녀석은 그 말만 남긴 채 다시 자리에 눕더니 잠시 후 잠이 들었습니다.

전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몇 분 전까지 피곤에 절어있었던 것이 거짓말 같더군요. 그렇게 그냥 밤을 샜습니다.

다음날 녀석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도서관에 가더군요.

별 일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워낙 큰일을 겪었으니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렇게 며칠이 다시 흘렀습니다.

6월 14일 금요일.. 그 날은 우리나라가 포르투갈을 꺾고 사상처음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던 날이었습니다.

제가 알바를 하던 식당에서도 경기를 틀어놓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더랬죠.

일을 끝내고 즐거운 마음에 야식을 사 들고 집에 왔는데 녀석은 자고 있더군요. 부모님도 주무시고...

사온 음식을 그냥 냉장고에 넣고 씻은 뒤 방에 들어가 누웠습니다.

피곤했던 터라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자고 있는데 왠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뭔가 답답한듯한....

눈을 떠 보니 녀석이 또 일어나 앉아있더군요.

혼자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습니다..

2주 전 그 날이 떠올라 난 그냥 입을 다물고 귀만 열었습니다.

녀석이 하는 말은 간헐적으로 이어져서 의미파악이 힘들었습니다.

대충 적자면...

“하지만 그러면 안돼잖아. ........... 넘어졌어? .................. 졸지 않았다며. ................. 목이 잘렸다구? ............. 기사 책임이야.................... 그런 게 아니야.”

뭐 이런 식이었습니다. 잠에서 빠져나올수록 녀석의 말을 알아듣는 게 쉬워지더군요. 녀석의 말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뭐? 그건 아냐. .............. 아빠가 했다면서........ 왜 그래야 했는데 그건 다 핑계야. .......... 난 안 믿을거야. .............이제와서 달라질 건 없으니까............다 끝났어. ..........아무도 믿지 않을거야.................................................................................................................................................... 깼다구?”

그게 끝이었습니다. 녀석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눕더군요. 저는 녀석이 잠을 잘 거라 생각했습니다.

심장이 엄청나게 뛰면서 녀석을 어떻게 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녀석의 얼굴을 어떻게 볼 것이며 어떻게 녀석과 대화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중 갑자기 녀석이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도 누가 그랬냐고 물어봐주면 좋았을 걸.”

전 그대로 소리를 지르며 방을 뛰쳐나갔습니다.

도저히 방에서 녀석과 나란히 누워있을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부모님이 다 깨시고 난리가 났습니다.

무슨일이냐고 이유를 묻는 부모님께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가 겪은 일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입니까.

녀석은 피곤한 듯 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는데 녀석을 볼 엄두가 안 났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무마가 되는 듯 했는데 정말이지 방에 들어갈 수가 없더군요.

녀석과 둘이 있는 것이 너무 공포스러워서....

하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합니다.

그냥 무섭다고 치부해 버리면 언제까지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난 부모님을 진정시키고 녀석과 방에 들어가 불을 켰습니다.

제가 먼저 말을 꺼냈죠.

“추궁하고 그러자는 건 아닌데. 너 아까 하던 짓.. 얼마 전에 했던 짓이 장난이라면 정말 저질스러운 거다. 어떻게 된 거냐? 무슨 일인냐구?”

녀석은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겨우 입을 열더군요.

“형이 그렇게 무서워 할 줄은 몰랐는데. 엄마가 계속 오거든. 처음엔 여기저기 피를 흘리고 있어서 놀랐는데 요샌 깨끗해져서 와.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해 주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슨 이야기든 들어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물었습니다.

“장난이 아니란 말이지. 좋아. 숙모가 오셔서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데?”

“첨엔 사고가 어떻게 났었는지 설명해줬었고 요새는......”

녀석이 뜸을 들여서 제가 재촉하는데 녀석이 창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더군요.

앞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당시 저희집은 반지하였습니다. 녀석이 보고 있는 창문은 행인들의 무릎 정도 높이였는데 그 창문을 뚫어져라...

그러더니 녀석이 입을 열었습니다.

“형... 오늘은 아빠도 왔어.”

그냥 앉아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방을 나왔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잠시 망설이다가 냉장고를 열고 물을 마셨습니다. 벌컥벌컥 물을 마시고 고개를 내리는데 아까 넣어놨던 야식이 보이더군요.

그걸 꺼내서 봉지를 풀었습니다. 내용물을 다 쏟아내니 큰 뼈가 있더군요. 전 그걸 들고 들어가 녀석의 머리통을 후려쳤습니다.

족발 뼈는 단단합니다. 그 뼈에 붙은 살에는 젤라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우리 몸에서 자체적으로 생성하지 못하므로 외부에서 섭취해주어야 합니다.

피부 미용에 좋은 젤라틴 외에도 모유 수유를 촉진해주므로 산모들에게 좋은 음식이죠.

맛 또한 일품이어서 여러가지 한약재를 넣고 익혀낸 족발은 현대인들의 꾸준한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닭발보다 좋아하는 돼지족발...

여러분도 많이 드세요. ^^
엮인글 :

Huskeys

2010.12.08 15:24:47
*.253.27.206

이런글은 맨날 뒤에서 부터 읽으니..뭐..

아케론

2010.12.08 15:29:13
*.167.119.115

긴 글은 일단 밑에 확인부터

세머

2010.12.08 15:30:10
*.234.217.10

전 그것도 모르고 위에서부터
진지하게 읽었네요... 배워갑니다 ㅡㅡㅋ

설과장

2010.12.08 15:33:46
*.87.63.223

음 아직 매끄럽지가 못하군요 좀 더 연습이 필요합니다.

스닉 

2010.12.08 15:36:46
*.15.154.29

긴 글은 뒤부터 ㅎㅎ

CastorPollux

2010.12.08 15:38:53
*.152.28.76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떡밥은 이제......

☆팅☆

2010.12.08 15:46:25
*.131.22.65

저도 이번엔 안낚였네요~ ㅋㅋ

뭉치 

2010.12.08 16:42:26
*.241.147.32

ㅋㅋㅋㅋ 길다 길어~

세인트 카사노바

2010.12.08 16:43:44
*.117.103.93

기승전병글 ㅋㅋㅋ

단순무식지존

2010.12.08 20:54:04
*.227.142.43

ㅣ키크킄ㅋㅋㅋㅋ

슈팅~☆

2010.12.08 21:26:12
*.103.83.39

아직도 이런 고리타분한....

울잉

2010.12.09 09:56:14
*.100.16.2

아오!!!!!!!!!!!!!!!!!!!!!!!!!!!!!!!!!!!!!!!!!!!낚였다......................................에이씨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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