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011 LASHED FT (BLK/ORG/WHT)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친구에게 32를 신어보게 한 것이 모든 일의 발단이었던 것입니다.
샾투어 당일에는 말라교의 주문으로 가까스로 32의 유혹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었지만, 꿈에서는 32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저는 악몽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시즌준비를 시작하면 스노우보드 타는 꿈을 자주 꿉니다만, 꿈에서는 제 말라뮤츠가 너무 무거워서 자꾸 눈속에 파묻히는 겁니다. 제 여자친구는 보라색 이쁜 32를 타고 절 냅두고 혼자서 가버리구요. 결국 저는 눈소게 파묻혀서 죽습니다.... 이런게 비슷한 레파토리로 계속 꿈에서 나타납니다.

그런 꿈속에서도 2주를 참았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좀 과장을 보태면 이런 상태였습니다.

결국 저는 제 보드용품 창고에 자고 있는 제 말라와의 약속을 그 십계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집에서 1시간30분 이상 거리에 있는 샵을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32를 어떻게든 한번 신어보겠다고 말입니다.

근데 부산의 한계 때문에, 아무리 샵들을 뒤져도 제가 원하는 32  
1011 [THIRTYTWO] FOCUS BOA (BLK/GRY/BLU)가 없는 것입니다. 사진참조


결국 리뷰에서 가장 인기 많다고 들었던 라시드 계열중 FT쪽을 신어보기로 했습니다.

0111 LASHED FT (BLK/ORG/WHT) 이놈이죠.

여자친구가 집에도착한 0910 W Focus BoA를 신는데 30분 가까이 고생했거든요. 마침 여자친구 부츠를 샀던 샵에 있던 상태라서 왜이렇게 신기 어렵냐? 라고 질문을 했었죠. 그랬더니 직원분이 친절하게 시범을 보이면서 신을 때는 꼭 맨 아래쪽 줄까지 완전히 다 풀어주어야 잘 신겨진다고 하시더군요. 32부츠가 발목을 잘 잡아주기 위해서 발목쪽이 얇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부 다 안푸르고 부츠 앞부분을 끝까지 내리지 않으면 넣는데 고생을 많이 한다고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설명을 들으면서 신어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주 쉽게 쑤욱~ 하고 들어갔습니다. 저는 위에서 몇번이나 언급했듯이 말라뮤츠를 오랬동안 사용해와서 살로몬 부츠 특유의 당겨서 고정하는 방식에 많이 익숙해있었고, 많이 편리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BoA정도나 더 편리할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죠.(물론 BoA는 잘 못잡아 준다고 생각해서 아예 배제했었습니다만, 32 Focus BoA가 제가 가지고 있던 그 관념을 깨버렸죠.ㅠㅠ)

그런데 32의 FT방식도 엄청나게 편리하더군요.

사진을 보시면 빨갛게 동그라미 되어 있는 부분 있자나요. 여기 부분이 조여진 끈이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하는 32 특유의 방식입니다. 그냥 끈을 끝까지 땡겨서 조인다음에 빨간 동글뱅이 안에 있는 후크를 내려버리면 고정이 되어 버립니다.

제가 말라뮤츠 쓰면서 유일하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단점이 프레스 많이 주면서 휘팍 챔피언을 2,3번 정도 내려오면 끈이 많이 풀리는 것이거든요. 사실 좀 제대로 탈때에는 거의 곤돌라 탈 때마다 끈을 새로 당겨줍니다. 그러면 생각보다 꽤나 많이 끈이 새로 당겨져요.-_-;;

근데 32방식은 살로몬 방식보다 확실히 끈이 풀어지는 것에 대해서 확실히 더 안정적인 것 같습니다. 또한 고정되고 남은 끈부분이 확실히 들어갈 자리까지 아예 만들어져 있더군요.(말라에도 걸칠수 있게 만들어져 있지만, 남는 긴 끈부분과 걸치는 플라스틱이 자주 빠져서 그리 편의성은 못느낍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쳐서 0111 LASHED FT (BLK/ORG/WHT)을 처음 신어본 제 소감은, 생각보다 정말 좋구나. 였습니다. 일단 마치 운동화 신은 느낌의 가벼움 작년에 리프트와 시즌방이 걸어서 20분거리라서(주로 셔틀 탔습니다만, 가끔 놓치면...) 말라신고 걸어댕기면 방에 도착하면 죽을 것 같았거든요.ㅠ

또한 간지나는 디자인 말라 욕을 하고 싶은건 아니지만, 솔직히 투박하자나요.ㅠㅠ 리프트에서 타다보면 물론, 실력도 중요하긴 하지만 간지가 또 생명 아니겠습니까.ㅠㅠ

마지막으로 완벽하게 잡아주는데 + 엄청 소포트함 이게 32부츠의 가장 큰 차별점인 것 같습니다. 소포트합니다. 땅에다가 프레스를 줘서 발목을 굽혀지면 아주 쉽게 구부러집니다. 말라 같은 하드한 부츠의 경우에는 발목이 전혀 안 굽혀지기 때문에, 걸을때 아주 불편한데요. 32부츠는 소포트해서 걸을때 편의성이 아주 뛰어나더군요.

그러면 여기서 또 질문이 나오겠죠. 걸어댕길때는 좋을지 몰라도, 슬로프에서는 하드부츠가 좋지 않겠느냐? 이 질문은 사실 꽤나 오래된 이슈죠. 하지만 하드/소프트한 부츠들은 각기의 장점들이 있습니다. 원래 저는 고속라이딩을 주로 하고, 킥커/지빙을 라이트로 즐기는 보더입니다. 사실 카빙시에는 아무래도 하드한 말라같은 부츠가 프레스 주기 좋을 것 같습니다.(제가 아직 32부츠를 타고 리프트에 나가보질 못해서 이 부분에 대한 비교를 하기는 어렵군요.)

하지만 그라운드 트릭이나 킥커에서도 돌리기 시작하면 완전 하드한 부츠가지고는 정말 시작하기 어렵습니다.(말라+빈슨 조합으로 그라운드 시작단계에서 좌절하기 여러번입니다.ㅠㅠ 실력이 없으니 장비버프라도 받아야 하는데, 장비너프를 받으니까 어떻게 방법이 없네요.ㅠㅠ) 올해부터 그라운드에 제대로 입문하려고 하는데, 저에게는 딱 맞춤 부츠인 것이죠. 확실히 데크를 돌릴때 발목이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는 것은 큰 메리트인 것 같습니다.

그런의미에서 이 리뷰를 읽는 여러분이 만약 간지에 신경을 쓰거나, 친구들에게 보여줄만한 뭔가 멋진 그라운드를 좀 해보고 싶거나, 가지고 놀기 좋은 부츠를 찾는다면!

단언건데, 32 라시드 FT는 여러분의 최고의 파트너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