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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도 좀 웃긴데..
보드 제대로 즐겨보자고, 처음 시즌권 끊은 곳이 오크밸리입니다.
아마 그해가 오크밸리 리조트 첫 개장원년이었고요
오크밸리 I 슬로프가 존내 경사도가 없는 초급자 슬로프입니다.
그래서 I 슬로르 몇번만 왔다갔다 해도 찐이 빠져요.. 보드가 안 나가니까 몸을 앞뒤로 흔들어서
억지로 보드를 밀어서 슬로프까지 전진;;;
이 짓거리를 몇번하면 진짜 땀이 우수수..
매번 물 마시러 카페테리아 가기도 귀찮고, 가방매기도 귀찮아서 꾀를 냈어요
매점에서 생수/음료수/초콜릿을 사서, 리프트 상단에서 바인딩 묶고 조금 내려오는 길목에 묻아놨어요.
그리고 그 위로 눈을 덮어 놓고..(지금 생각하니 참 찌찔스럽네요;;)
그러면서 목 마르면 눈 파헤쳐서 한 모금 축이고 다시 묻어놓고..
천연 냉장고라 온도가 유지되서 시원해요 ㅎㅎㅎ
나중엔 삼각김밥도 묻어놓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항상 묻어놓은 자리에 2회 타보고 가보니, 없어졌음
생수/콜라/삼각김밥이 모두 없어져 버림
썅~
털린거였죠..
그래서 앞으론 안 묻어놔야 겠다 생각하고, 리프트를 타러 내려왔는데, 리프트에서 1M 떨어진
구석에서 초딩 3명이서 내 식량을 처묵처묵하고 있더군요. 딱 걸렸어..
(코카콜라 크리스마스 기념 로고 + 핫브레이크 + 삼다수 생수 = 우연의 일치가 아니죠;;;)
'니그들 그거 어디서 났냐'
'....'
'니그들 그거 혹시 위에 슬로프에 묻혀 있던거 아니냐?"
'...'
'맞제?'
'흐어어엉~'(제일 어리게 보인놈이 짜기 시작함)
이유인 즉슨, 요놈들이 우연히 내가 슬로프 파혜쳐서 뭘 쳐먹고 다시 묻어놓은걸 리프트위에서
봤답니다. 사실 각도상 잘 안 보이는데, 키가 작어서 각도가 뚫린듯...
그래서 내가 리프트 타고 내려가는 거 보고, 기다렸다가 파헤쳐봤더니, 콜라 뚜껑 따인거 1개 +
핫브레이크 3개 + 삼각김밥 1개가 있더랍니다.
그래서 바로 '인 마이 포켓'해서 내려와서, 리프트 구석구석에 쳐묵쳐묵 하던가 나한테 걸렸던 거였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잘 먹어라 말하고' 리프트 탈려고 했는데, 당시 초보라 한발로 바인딩 묶고 있던게
게이트에 걸려서 꼬꾸라짐.. 완전 개챙피
그래서 리프트 2~3번 놓치고 리프트 다시 대기하는데, 뒤에서 시식 끝낸 초딩 3이 나랑 같은 라인으로
들어옴
서로 멀뚱멀뚱 -.-;
그렇게 리프트를 타고 가면서, 아무말 없다가, 몇살이냐? 스키장 자주 오느냐? 스키 잘 타냐'
같은반 친구들이냐? 그냥 시덥잖은 질문을 던져봤어요..
그러면서 그래도 주인있는거 뻔히 알면서 파묻은거 몰래 갖고 가면 안된다. 그거 나쁜거다.
다음부터 그러지 말아라.. 라고 훈계좀 할려고 했더니...
얘들 스키복이 참 꼬질꼬질 하더군요. 이건 스키복이 아니라 그냥 집에서 입고온 츄링닝 수준..
알고 봤더니, 인근 주민들은 50% 디시여서, 방학이라 아빠한테 용돈타서 리프트권 가격만 겨우
얻어서 셋이서 놀러 왔답니다.
그런데 돈이 없다보니, 옷은 못 빌려 입고, 리프트 + 렌탈만 50% DC 받아서 탔고, 뭐 돈이 없으니
쫄쫄 굶어가며 오후까진 타야겠고.. 그러다 눈 밭에 묻어놓은 버려진(?) 식량을 발견하고.
순간 눈에 뵈는게 없어서 그냥 미친듯이 쳐묵쳐묵 했더랍니다.
아 눈발 날리는 리프트 위에서, 눈물이 날랑말랑 ㅋㅋㅋ
리프트 하차후에 먼저 내려가서 리프트에서 기다렸어요.
얘들 3이 다 내려오자..
'니그들 배 고프제? 내가 우동 사줄테니 따라와라'
'...'
얘들 멋 모르고 쫄래쫄래 따라옴. 사실 원죄를 저질러기에 찍소리 못하고 그냥 따라오는 듯.
그렇게 우동 4개 시켜서, 넷이서 쳐묵쳐묵하고..
서비스로 또 매점에서 미니 핫브레이크 봉지하나서 사서 3명 주머니에 한주먹씩 넣어줬어요.
'타다가 배고플떄 하나씩 꺼내 먹어라'
'난 이제 중급 갈테니까, 부지런히 연습하고 나중에 와라' 하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웃기기도 하고 이젠 추억이네요.
당시엔 나두 서러운 초보라 동병상련이려나..
제가 초딩 5학년떄인가, 공짜 야구 초대권이 생겨, 동네친구랑 야구장에 간적이 있었습니다.
뭐 초딩이라 당근 동전한푼 없고. 진짜 몸만 갔었는데
옆 좌석에 앉아있던 나이지긋한 아저씨가, 손주같다며 컵라면하고 아이스크림을 사주신 기억이 납니다.
존내 배고파서 친구랑 쳐묵쳐묵하던게 기억나네요. 꿀맛이었는데..
아 벌써 그때가 20년이 훨 넘었네요..
오늘 갑자기 20년전 일하고, 5년전 스키장 일이 생각나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그때 오크밸리에서 내 핫 브레이크 쳐묵쳐묵했던 꼬맹이들은 이제 중고딩쯤 됐을겄 같은데
실력이 많이 늘었을려나 ㅋㅋㅋ
나중에 티비에서 이야기할지도 모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