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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또 잊을만 하면 나타는 의족보더 친구 "지금여기에 (ㅎㅎ)" 입니다!
지난주말에 게시판에 이야기했던대로 절단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키/보드 캠프에 갔다왔어요.
한 복지재단에서 주최하는 캠프였지요!
휘팍에는 매번 커피만 마시러 갔는데 슬롶에 올라가보니.. 사람들이 왜 "휘팍 휘팍" 하는지 알겠더라구요..
정상에 서니 발 밑으로 보이는 절벽들이 너무 무서워서 낙엽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꽃보더님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전 여자이지만 눈 똥그랗게 뜨고 눈요기 잘 했지요~~
어쩜 그리 쉬크하게 다들 멋진 라이딩을 선보이시는지!!!!!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각설하고
절단장애인 스키/보드 캠프에서 의족을 하신채로 스노우보드 협회 강사 자격을 취득하신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몇 년 전부터 여러가지 이유로 보딩을 별로 하지 않으셨다고 하셨지만.. 그저 존재만으로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의족보더 친구가 보드를 타면서 궁금했던 점들을 하나하나 여쭤봤습니다.
레귤러로 타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턴을 할 때 뒤에서 잡아주는 힘이 부족하다보니
(의족에는 일반 다리의 1/5도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고 하네요) 턴 중심점에서 자꾸 밀리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가끔은 쭉 밀려서 엄청난 속도로 슬롶에서 미끌어질 때도 있었죠. 옆에서 보기에 참으로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강사님께 여쭤보니 "의족이 뒤로 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보드를 제어하기에 무리가 있다, 너비스턴에서 멈출거면 상관없지만
카빙정도까지 더 배우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구피로 바꿔서 처음부터 다시 연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라는 조언을 들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일반 다리와 의족에 가해지는 힘이 5:5로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 때 부터 의족보더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습니다.. 레귤러로 한참 재미있게 턴 연습 중이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니!!
옆에서 보니 이건 마치 여자친구에게 "우리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게 좋을 것 같아. 미안해" 라는 말을 듣는 것 같은 표정..
겉으로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저는 보았습니다. 이 남자의 미소 속의 눈물을... (ㅎㅎㅎ)
캠프의 일정상 오랜 시간 동안 보드를 탈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실제로 의족을 착용하시고 보드를 즐기시고, 강사 자격까지 취득하신 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궁금했던 점들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었네요.
특히 정말 큰 고민이었던 부츠 신고 벗기가 한 방에 해결되었습니다!!
의족하신 분들께서 스키/보드 부츠를 신기 전에 다들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시더라구요.
랩과 비닐봉지.. 의족의 발 부분에 비닐봉지를 감고 부츠를 신으니 쑥 들어가고 나올 때도 쑥 벗겨졌어요.
저희 둘은 부츠 신을 때 막 흥분해서 미처 이번 캠프에서는 해보지 못했지만.. 다음날 바로 실행에 옮겨보았지요.
보통 제가 부츠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신은 뒤에 의족보더 친구의 부츠 벗기를 도와 주었는데
제 부츠를 벗고 옆을 보니 .. 이 남자 왼손으로 부츠를 이미 벗어서 들고 있더군요!!
올레!!!!
비닐봉지의 미끌미끌함이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의족발목을 스무-쓰하게 밀어내 주었어요.
이런 멋쟁이!! ㅎㅎ 이제 혼자서도 완벽하게 솔로보딩을 즐길 수 있게 되었네요.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혼자서.
(이렇게 턴하면서 이 남자는 떠나가는걸까요?...ㅠㅠ)
이번 캠프를 통해 참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좋은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었어요.
캠프 초반에는 다른 분들께서 의족보더 친구가 오른쪽 팔만 절단인 줄 아셨대요.
개인 장비도 챙겨오고 보드복에 헬멧에 완전무장을 하고 있으니..
그래서인지 절단장애인분들 사이에서 약간의 싸-한 느낌을 사실 받았었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있었죠!)
하루가 다 지나고 부츠를 벗을 때 저와 둘이 부츠를 사이에 두고 씨름하던 것을 보시고는 의족을 사용하는 사람이란 걸 아셨대요.
그 때 부터 많은 분들의 질문세례를 받았습니다. 어쩜 의족을 하고 보드를 탈 생각을 다 했냐고, 어쩜 그리 겁이 없냐, 잘한다 등등..
그만큼 겉으로 볼 때에는 티가 나지 않았나봐요. 절단장애인분들이 보셔도 모를 정도였으니.. 살짝 놀랐습니다.
물론 티가 나지 않는 것이 비단 겉모습의 문제라기보다는 이 사람의 에티튜드(ㅋㅋ)에 있었던 것 같아요.
워낙 밝은 사람이라. 히히. 괜히 제가 다 뿌듯하더라구요.
그렇게 격동의 하룻밤이 지나고 사실 2일째에는 보딩이 아닌 다른 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휘팍에 남아 하루 더 보딩을 즐겼습니다! 물론 술에 절여진 몸으로 보드를 탄다는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비싼 돈 주고 리프트권을 구입했지만.. 사실 부끄럽게도 몇 번 타지 못했죠..
카페에 앉아 쉬다가 헝글에서 알게 된 준희씨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히히!!
이렇게 끝날 줄 알았던 저희의 1월 보딩이.. 그 다음날까지 이어졌습니다..
집에 와서 각자 휴식을 취하던 중.. 마침 하루가 비더라구요. "뭐하고 싶어?" 라고 물어보니 "성우..."랍니다.
결국 다시 장비를 챙겨서 다음날 성우로 향했습니다. 가는 내내 "우리는 미쳤어!!!!!!!!!!!!!"를 백번 외치며!!
황제가 된 기분으로 평일보딩을 즐기던 중
매번 의족보더 친구에게 초점이 맞춰진 보딩에 제가 좀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쯤.. 이 친구가 저의 영상을 찍어주겠다고 하네요.
따라오면서 찍는게 쉽지 않다, 어렵다 라고 말하면서도 제 라이딩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더라구요. 므흣. *-_-*
그래서 카메라를 쥐어주고 쒼나게 라이딩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영상을 같이 보면서 친구가 한 마디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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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데 주리야.. 넌 다운이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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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것이 바로 헝글 게시판에서만 보던 남자친구의 지적질... 그 뒤 약 10초간의 정적.. 그 날 따라 고요한 슬로프..
그리고 곧바로 따라오는 고글 속 안구의 습기......................
물론 저는 이 친구 처음 보드 시작할 때 엄청나게 지적질을 했죠. 인정합니다! 아예 하루종일 붙어다니면서
조잘조잘조잘조잘 이것도이상해 저것도이상해 이게아니야 그게아니야 왜이걸모르니 왜몸이그러니 등 지적질을 했었죠.
근데 이게 남자친구에게 직접 코 앞에서 지적질을 받으니 고글 속 안구에 습기가 왜 차오르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분위기 파악 바로 한 의족보더는 그 후로 계속 저의 눈치를 살폈지만 저의 안구 습기는 가실 줄을 모르고...
그 때 부터 의족보더의 모든 말에 대한 저의 대답은 "... 그래 맞아. 이건 다 내가 다운을 못해서 그래...(침묵)" 이었습니다..ㅋㅋ
물론 의미 있는 지적질이고 저의 부족한 부분인건 인정하지만.. 서러워요..서럽다구요.. 서러워!!!!!!!!!!!!!!!!!!!
네, 결국 집에 도착할 때 까지 "다운"은 저의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ㅋㅋ
아,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기네요. 이거 누가 다 읽으실련지...ㅠㅠ.. 일은 안하고 요러고 있는 저는 이미 헝글폐인!!
다음주 월요일에 아무도 보지 못할 시간에 MBC에서 촬영하신거 방송된다고 하네요.
어쩌다보니 저희 둘을 중심으로 촬영하셨는데.. 은근히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네요.
이제 나 시집은 다 갔구나!! 라는 생각을..ㅋㅋㅋ
히히. 마지막은 민망하게 인증샷 하나!!
그 날 찍은 사진이라고는 요게 전부!! 결국 얼굴만..(ㅎㅎ)
아, 쓰고 보니 제목이 "목표 체크"였네요.
결론은.. 레귤러에서 구피로 변경하고 폭풍연습 후에.. 구피로도 자연스럽게 베이직턴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유후!!!
가 댓글 달아요~
7년전에 첨으로 용평가서 대박 구르고 어깨 탈구될뻔한 후로 안 타다가
해보자! 하고 2년전부터 솔로 라이딩으로 열심히 탑니다. 하지만 인제 나비스 턴 ㅎㅎ 조금 부드러운 정도.
(두분이서 같이 타는게 너무 부러워..ㅠㅠ)
인연이 닿는다면 꼭 뵙고 같이 열혈 라이딩 하고 싶어요!!! 엉엉.!!!
지금 곤쟘 출격 하려고요. 2012 혹한기 라이딩 함 해야죠. 주말에는 하이원 갑니다.
꼭 안전 보딩 하시구 , 응원합니다. !!! 저도 응원해주세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