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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가느다란 흰 연기가 눈앞으로 지나가고,

 

하얗게 타버린 잿덩이가 발밑으로 툭 하고 떨어진다.

 

 

쿨럭쿨럭 웨에에엑~!

 

 

아오 썅. 이딴걸 왜 피는거야!!!!

 

15년전. 처음으로 담배를 입에 대었을때의 기억은

 

마치 화생방 훈련이라도 한듯이 눈물콧물 범벅이 된 얼굴과

 

거침없이 튀어나오던 육두문자의 향연.

 

 

그렇게 욕을하면서도 계속 담배를 물어대며 스스로를 학대하던

 

지금 생각해도 이해할수 없었던 그때.

 

역시.. 이때부터 변태기질이 있었....;;;

 

 

순규. 29세. 독신. 그리고 지금은 하루 한갑입니다 (__*)

 

 

둘.

 

처음 술을 입에 대었던 중학교 수학여행.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딜가나 그런놈들 한두녀석쯤은 꼭있다.

 

명탐정 코난의 귓쌰다구를 때릴만큼 기발한 방법으로

 

술을 숨겨오는 창의력 대장 싱크빅 같은 넘들 ㅡ_ㅡ.

 

덕분에 저녁마다 소주와 오징어가 넘쳐나는 주지육림 -_- 의 밤이 이어졌고

 

옆에 앉아서 육포나 빨고있던 내게 친구녀석이 넌지시 술한잔을 건낸다.

 

"자네도 한잔 하셔야지??"

 

"야 야. 저샛키 술 못마셔. 술 아까워. 주지마.ㅋ"

 

 

...... 발끈

 

"야이 씨. 마시면 마시는거지! 내가 왜 못마셔! 야 야 갖구와봐. "

 

 

 

예나 지금이나 긁으면 긁는대로 반응하는 나란남자 단순한 남자 =_=;;;

 

친구손에 들려있던 소주한병을 빼앗아 고스란히 원샷하고는...

 

하고는.... 그 뒤로 기억이 없다....;;;

 

그 뒤로 어떻게 됬냐고?

 

음....

 

 

순규.29세.독신. 그리고 불뿜는 용...?

 

 

셋.

 

처음으로 핸들을 잡던날.

 

조수석에서 볼때는 전혀 몰랐었는데

 

막상 핸들잡고 도로에 나가보니

 

아주그냥 다들 개객끼더만 =_=;;;

 

깜빡이를 왜 안키고 들이대냐고!!!

내가 갑자기 니 콧구녕 쑤시면 기분 좋겟냐!!

최소한 쑤신다고 말하고 쑤시라고!!

그래서 깜빡이가 있는거라고!!


육두문자를 써가며 씩씩거리고 있던 내게

 

옆에 앉은 친구의 한마디...

 

 

"너님이나 잘하세요. 너 지금 차선 물고 달리고 있어요."

 

 

아...

 

저 사람들이 보기에는 나야말로 개객끼 of 개객끼지;;;

 

 

순규.29세.독신. 그리고 김여사 탄생.

 

 

 

넷.

 

PC방이 막 보급되던 90년대 후반.

 

총질하며 외계인 때려잡는 스타 크래프트따위는 교양없는 게임이라며

 

우아하게 칼 -_- 질하는 디아블로 삼매경에 빠져있던 그때.

 

친구녀석이 폐인짓 그만 하고 이거나 해보라며 가르쳐준 사이트.

 

오 마휑 러브.

 

약 삼만구천가지의 귀차니즘을 몰려오게 하는 회원가입을 이겨내고

 

로그인해서 어찌어찌 카메라 캠을 셋팅하고, 채팅방에 들어가보니...

 

여...여긴 신세계구나!!!!!!!!!!!!

 

 

#== 쌔끈녀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쌔끈녀] : 하이~

 

[쌔끈녀] : ????

 

[쌔끈녀] :......

 

#== 쌔끈녀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순규] : ㅇ..아...안..ㄴ..녀..녕..ㅎ..하..ㅅ..세..ㅇ..요...

 

 

아악!! 이 참을성 없는 기집애들아!! 쫌 기다려보라고!!!

 

=_=;;; 1분에 10타를 치는 경이적인 독수리 타법앞에

 

화면너머 아리따운 그녀들은 그저 그림의 떡 -_- 일수 밖에 없었던 슬픈 현실;;;

 

 

순규.29세.독신. 그리고 디아블로 만랩캐릭 5개 =_=

 

 

 

다섯.

 

담배를 피우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가볍게 소주한잔 부딪히고

 

술이 깰때까지 기다린 뒤 차를몰고 집으로 향한다.

 

 

오는길에 지나가는 예쁜 아가씨들 보며 침도 흘리고.

 

깜빡이도 안넣고 들이대는 개님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차선을 겹치지도 않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들어와 메신져를 키고, 지인들과 한바탕 수다를 떤 후

 

담배한대 물고는 멍하게 음악에만 귀 귀울인다.

 

 

가끔 당신과의 지나간 기억들이

 

기나긴 밤동안 우울하게 날 괴롭히면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일 뿐이라며

 

약속이란건, 우리가 함께했던 시절의 추억일뿐이라며

 

마음에도 없는 말로 외로움이라는 녀석을 쫒아내기도 한다.

 

 

이 모든게.

 

맨 처음과는 다르게.

 

너무도 익숙해져버렸다.

 

 

순규.29세.독신. 그리고 익숙한 나의 하루.

 

 

 

여섯.

 

 

어설프기 짝이없던 것들이

 

지나고 또 반복되다보니

 

 

이렇게 익숙해져버렸는데...

 

 

왜 당신의 마지막 그 한마디만은

 

돌아서던 마지막 모습만은 익숙해 지질 않는지...

 

난 아직도 모르겠다.

 

 

순규.29세.독신. 그리고 매번 가슴이 아프다.

 

 

 

 

 

센티한 밤이네요. 잠도 안오고 그냥 끄적끄적 망글투척 합니다.ㅎㅎㅎ

 

다들 굿밤 되시구요~ 편안한 밤 되세요~ ㅎㅎ

 

엮인글 :

capsule

2011.06.08 02:32:51
*.205.186.216

저는 센티하지 못한밤 입니다...;;

센티한아침

2011.06.08 06:45:37
*.246.71.111

익숙해진다는건 정말 무서운것 같네요
그사람과의 익숙함을 견뎌내려면 빨리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텐데 말이죠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그랫듯이 또 지금의 내모습에 익숙해지겠죠?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랠리

2011.06.08 08:18:29
*.108.88.201

소설인줄=_=;
순규.29세. asky.....
이대목에서 깨닳음 ㅜㅠ

Destiny♡

2011.06.08 09:56:51
*.6.1.2

돌아서던 마지막 모습만은 익숙해 지질 않는지...



내말이...

아롱이사랑

2011.06.08 10:30:37
*.214.157.149

흠 긴글인데 지루하질 않아요`~ ㅜㅜ

바보마신

2011.06.08 11:07:07
*.167.35.19

ㅋㅋㅋ 그래도 가끔생각하시면 피식 거릴 추억이잖아요 >_<

웃으면 복이 온데요 ....

하르모니아

2011.06.08 11:46:57
*.169.143.253

잠 안자고...뭐하셨어요~~ㅎㅎ

덜 잊혀진

2011.06.08 12:23:28
*.166.177.117

이 분... '보드장에 식어버린 캔커피' 얘기했던 분이죠?

글이 참... 가슴에 와 닿네요~ ^^

(쪽지) 어느 보드장이었어요? 갑자기 궁금해져서... ^^

빡햄

2011.06.08 13:26:59
*.138.153.129

왜 당신의 마지막 그 한마디만은

돌아서던 마지막 모습만은 익숙해 지질 않는지...

난 아직도 모르겠다.


갑자기 마음이 꿈틀 ;;

멀쩡한아이

2011.06.09 17:21:11
*.153.166.151

글 되게 잘쓰신당..ㅎㅎ

저 갑자기 센티해졌어요.
사무실인데, 어카라구.

낼모래 서른, 시시때때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센티해지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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