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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듣보 보더 라파로입니다.

 

새벽 셔틀.. 함께 가기로 한 꽃보더 K양은 꿈속에서 공자님과 사서삼경을 논하시다 셔틀을 놓치시고 저는 이역만리 하이원으로 향하는

 

부평발 셔틀에 홀로 몸을 뉘었습니다. (후에 꽃보더 K양은 계속 전화해서 자기를 깨우지 않았다고 저를 문책하더군요 ㅠㅠ)

 

옆자리가 덩그러니 비어있는 셔틀 한켠에 앉아있으니 이루말할수 없는 고독과 인생무상함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래서 저는 용기를 내어 자게 및 같이가요 게시판에 구원의 손길을 청했습니다.

 

유년시절 여름성경학교에서 열심히 기도를 드려도 응답을 해주지 않으셨던 예수님처럼 (기독교 비하글 아님 ㅠㅠ) 

 

저에게 구원은 없었습니다... 참으로 암담하더군요..

 

이래저래 하이원을 도착해서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기대하고 온만큼 재미는 없더군요.

 

리프트는 춥고 외로웠으며 슬로프에선 그동안 갈고 닦은 깔짝 트릭을 시전한들 알아주는이 하나 없었습니다 ㅠㅠ

 

때려치고 강one랜드에서 일확천금 수확이나 해볼까 고민하던 저는 새로운 자극을 위해 파크로 향했습니다.

 

곤지암 시즌권자라 파크경험이 거의 없어서 남루하기 그지없는 작은킥 베이직 및 50/50 만 주구장창 시전하던 저는.

 

내친김에 파이프로 향하기로 마음을 먹었습죠.

 

아무도 모르게 혼자 동경하던 헝글러 개츠비님이 얼마전 남기신 파이프의 道 라는 글을 3회 정독하고 헝글 파이프 강좌를 5회 이상 시청한 저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안고서 파이프로 갔습니다.

 

황량한 파이프.... 그곳엔 김흥국형님도 울고가실 수염간지의 파이프레인져분들이 계셨습니다. (사실 그정도의 숱은 아니셨음 ㅋ)

 

그 간지에 압도 당하여 멀뚱멀뚱 가만히 앉아있으니 친절하게 레인져 한분이 말을 걸어주십니다. "혹시 처음이신가요?"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완 달리 너무 친절하셔서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몇분정도 파이프 기초강좌를 듣고나서 바인딩을 채웠습니다.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때마침 그날이 무료 클리닉 날이더군요 ㅎㅎ 운이 좋았습니다.

 

솔직히 창피함 8 두려움 2로 감히 드랍인은 생각못하고 구경만 하고있는데 구경만 말고 한번 타보시라는 레인져님의 말씀에 용기를 내어 아무도 못들었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드랍인"

 

헝글 강좌에서 배운대로 플랫폼에서 힘차게 드랍인을 시전합니다. (지금생각하면 미친짓 ㅋㅋ)

 

생각보다 엄청난 속도에 드랍인에 집중하느라 시선을 바닥을 보고 있었는데 슬슬 올라가야겠다 싶어서 립끝을 보는순간

 

그 짧은 순간에 머릿속으로 수많은 육두문자를 내뱉고 급기야 엄마가 보고싶어집니다.

 

글자 그대로 거대한 벽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느낌.. 겁이납니다. 레인저님이 투페이키로 타라고 하신말씀 따윈 안중에도 없습니다. 본능적으로 턴을 합니다.

 

넘어지진 않았습니다. 안도할 여유조차 없이 바로 다음벽이 나를 향해 다가옵니다. 겁이나서 힐엣지를 잔뜩 줍니다. 그대로 버티컬에 엉덩방아를 찧고 치매노인마냥 백사이드월에 똥칠을 했습니다.

 

쪽팔리고 뭐고도 없습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으로 첫 런을 끝내고나니.. 괜히 들어왔구나 싶기도 하고....

 

무빙워크를 타고 하이크업을 하는데 레인저님 얼굴을 보기가 얼마나 민망하던지... 하지만 그는 저를 꾸짖지 않고 굉장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몸소 투페이키(드릴이라고 하나요?) 시범조교를 자청하십니다.

 

보니까 대충 알겠더군요.. 초보자가 너무 빠르게 진입하면 안된다는것도 알았고.. 엣지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도 안되고... 암튼 일반 슬로프 라이딩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

 

수차례 드릴 연습은 끝내고 자신감을 가지고 월턴에 도전했습니다. 물론 립근처에는 도달조차 못하는 형편없는 월턴이었지만 그래도 엄청 신나더군요. 신세계를 체험한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스노우보드의 길은 너무나 멀고 험난한것 같습니다. 실력에 자만한적은 단한번도 없었는데 오늘 저는 정말 작고 초라해 보이더군요.

 

내년엔 파이프가 있는 리조트로 시즌권을 꼭 끊어야겠습니다.

 

그리고 파이프에서 한키이상 립오버 하시는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파이프 프로분들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몸소 체험하고 왔네요 ㅎㅎ

 

이자리를 빌어 오늘 파이프 클리닉을 정말 친절하게 진행해주신 레인저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붕어 기억력이라 성함은 잘 기억이 안납니다 ㅠㅠ)

 

마지막으로 긴 망글 읽어주신 분들도 감사드립니다.

 

전 셔틀타고 귀가했지만 지금 다시 심야 타러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미쳤지

엮인글 :

흥치피

2012.01.18 23:24:53
*.86.161.161

아.... 그냥 초보보더로써 파크나 이런 글에대한 이해도는 전혀 안되지만 그냥 글이 너무너무 재밌어서 혼자 빵빵터지면서 읽었습니다 ㅠㅠㅠ 아 ...... 눈물나게 웃었네요 ㅠㅠㅠㅠ

라파로

2012.01.18 23:46:11
*.33.136.185

재밌게 읽어 주셨다니 감사해요^^

핑크래빗눈꽃보더

2012.01.19 00:02:16
*.246.71.40

저도 만약 나중에 파이프에 가게된다면 저런느낌일것같아요 ㄷ ㄷ ㄷ...ㅠ 그래도 꼭 해보고싶은 욕심은 나네요~^^

목표는완벽한카빙

2012.01.19 00:34:42
*.246.179.65

파이프,,,,,,,,,,,,, 정말 해보고싶네요,,글 재밌게 잘읽고갑니다

수낙트라

2012.01.19 00:40:42
*.251.251.135

거대한 벽.. 그런느낌이군요 ㄷㄷ

ㅇㅅ

2012.01.19 00:47:28
*.230.58.244

헐 심야를 또가다니 ㅋㅋㅋㅋㅋ
역시.. 이십대는 좋군요.. 읭?

주술주니

2012.01.19 01:05:00
*.211.248.55

ㅎㅎ 인천분들 은근 많은듯..

글보다보면 한분 한분 발견..ㅋㅋ

반에반

2012.01.19 01:14:41
*.254.87.112

저는 작년에 한번 도전했다가 아침 시간의 기억을 상실하는 바람에 그후 파이프 근처에도 안갑니다^^;;
거대한 벽앞에서 어쩔~ 하고 있다 쿵~~!!
눈떠보니 제 이름은 기억이 나는데 하이원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파이프 조심해서 타세요~
ps. 헬멧은 썼었습니다.

찌나~♡

2012.01.19 03:11:52
*.11.92.106

글 참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
긴글인지 모르고 금방 읽었네요

흥치피

2012.01.19 03:31:47
*.193.160.80

.... 잠도안오고.. 심심해서 또읽고 또빵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 진짜 글재밌게쓰신댜 ㅠㅠㅠ ㅋㅋㅋㅋ

The One 0.5

2012.01.19 09:26:51
*.200.180.123

ㅋㅋㅋㅋ 글재밌어요 ㅋㅋ. 하이원 파크나 파이프계신분들 포스와는 다르게 굉장히 친절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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