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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슈바이처

조회 수 2193 추천 수 0 2011.09.12 00:23:04

'상계동 슈바이처' 청진기를 놓다

은명내과 金경희 원장 노환…폐업 신고
'진료비 1000원' 봉사신화 한평생

 

김봉기기자
최규민기자


 


▲ 올 7월 병원에서. 이때도 김 원장은 가난한 이웃을 찾아다니며 진료했다./연세대 제공

 

김경희(金庚熙·84) 은명내과 원장은 서울 중계동 아파트 마루에 앉아 “말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겨우겨우 “내가 심장이 아파…크리스천인데 오늘(26일 일요일) 교회도 못갔어. 한달 반 전인가, 그때부터 아파서…” 하곤 말을 멈췄다. 인터뷰도 이것으로 끝났다.

 

가난한 이웃을 위해 평생을 바친 ‘상계동 슈바이처’가 기력을 잃고 60여년 동안 들었던 인술(仁術)의 청진기를 내려놓았다. 그가 운영하던 은명내과의원은 고행 길을 뒤따르겠다는 후계자를 찾지 못해 24일 폐업 신고서를 내고 문을 닫았다. 병원 입구엔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휴진하오니 양해 바랍니다’란 안내문이 걸렸다. 개원 20년 만의 폐업이다.

 

3년 전부터 건강이 악화됐지만 내색을 안 하고 얼마 전까지 독거노인 무료 진료를 다니던 김 원장이었다. 15년 동안 봉사활동을 함께 한 현대교회 진삼웅(50) 목사는 “목과 허리 디스크를 앓으셨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며 왕진을 계속하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평소 “팔 다리야 아픔을 껴안고 살지만 혈관이 안 좋으면 내일을 기약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심장병 악화로 마침내 기약 못할 그날을 맞은 것이다.

 

68년 전인 1936년 1월 어느날 서울 정동교회. 한말(韓末) 궁의(宮醫·한의사)의 손자 김경희(당시 배재고보 3학년·16세)는 “하나님,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겠나이다” 하고 기도로 약속했다. 식민 치하에서 가난 때문에 치료 한 번 못받고 결핵에 걸려 숨진 친구들, 스스로 폐결핵으로 사경을 헤매다 살아난 ‘중생(重生) 체험’이 그를 바꾼 것이다. 4년 후 세브란스의전(醫專·연세대 의대 전신)에 진학한 그는 평생 이날의 약속을 지켰다.


▲ 김경희 원장은 자서전에‘이웃 돕기는 내가 남을 돕는 것이 아 니라 내가 남이 되어 남을 돕는 일’이라고 썼다. 돕는 자와 도움을 받는 자의 인격적 결 합을 강조한 얘기다. 서울 상계동 판자촌을 걷고 있는 김 원장(1989년 11월). 연세대 제공

 

1941년(의전 2학년) 서울 답십리 조선보육원 아이들 치료에서 시작, 광복 후 일본과 만주에서 귀국한 무의탁 동포 무료 진료, 6·25전쟁이 끝난 뒤 일본 교토대 의학부 대학원 유학, 박사학위 취득. 귀국한 의학박사 김경희는 1973년 다시 왕진 가방을 들고 영세민과 피란민이 엉켜 살던 서울 답십리·청계천·망원동·한강 뚝방 판자촌에 뛰어들었다. 10년 동안 전국을 돌며 무료 진료…. 그는 1984년 ‘은명내과’ 간판을 내걸고 처음 정착했다. 그곳은 당시 판잣집이 즐비하던 서울의 대표적 빈민촌, 상계동이었다.

 

처음엔 영세민들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정작 “누굴 거지로 아느냐”며 정색을 했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자존심까지 살려줄 진료방법은 없을까?’ 궁리하던 김 원장이 반짝 아이디어를 낸 것이 바로 ‘1000원 진료’였다. 어떤 치료를 받든 진료비는 1000원. 그가 ‘상계동 슈바이처’란 별명을 얻은 것은 이웃의 마음까지 돌보는 세심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헌신은 의술에서 끝나지 않았다. 1985년 은명장학회를 설립해 2000여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고, 심장수술후원회를 결성해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을 치료했다. 1996년에는 모든 재산(부동산)을 학교와 종교 단체에 기증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2000년에는 영세민촌인 중계본동 104번지와 상계1동 노원마을의 가난한 100가구를 ‘은명마을’이란 이름으로 한데 모으고, 이들의 건강과 살림살이, 경조사를 챙겼다. 그가 병원, 장학회, 공동체에 붙인 ‘은명(殷明)’이란 이름은 부친(김은식 장로)과 모친(서명신 권사) 함자에서 따온 것이다.

 

주민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원장 진료를 받아온 중계본동 박진심(여·78)씨는 “그렇게 좋은 분이 또 어디 있나, 빨리 건강을 찾으셔야 할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독거노인 조광균(여·80)씨는 “몸으로 봉사해준 양반이었는데, 빨리 나으시라고 우리가 기도할 차례”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 1994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이제 내 나이 75세, 기력은 날로 쇠해 가는데, 절대 빈곤의 판자촌은 아직도 이렇게 남아 있고, 더구나 이 안에는 병까지 가진 혼자노인들이 너무나도 많은데…”라며 탄식했었다. 그후 10년, 그는 결국 후계자를 구하지 못했다. 지난 3월 보령의료봉사상 수상 직후 가진 보령제약 사보(社報)와의 인터뷰에서 김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내 손이 안 가면 (은명의 봉사활동이) 멈추겠지요. 그러면 그동안 도움을 받던 (가난한) 사람들이 영향을 받겠지요. 하나, 그것(훗날)은 하나님께 맡길 수밖에….”

 

 

 

 
나눔의 인술 펼치는 '송파 슈바이처들'

 

송파,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소… 약사·제약사도 동참

강철원기자

서울 송파구 거여동 장애인직업재활지원센터 내 무료진료소에서 의료봉사단 소속 의사가 재중동포 여성을 치료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voldo@hk.co.kr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거여동 장애인직업재활지원센터. 160㎝가 안 되는 작은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 헝클어진 머리의 재중동포 최국권(30)씨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무료진료소로 들어섰다. 평소 당뇨를 앓고 있는 최씨는 애써 번 돈을 번번이 치료비로 날려 이날도 두려운 마음으로 센터에 들어섰다.
무료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비싼 약값도 공짜일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씨는 30분 후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건물 밖으로 나왔다. 한 손에는 커다란 약봉지를 들고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송파구 무료진료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건물 2층 한 쪽에 마련된 82㎡ 남짓의 이 무료진료소에는 내과와 신경외과, 피부과 전공의 4,5명과 처방전에 따라 약을 제공하는 약사 2,3명이 근무하고 있다. 또 제약회사 직원과 송파구보건소 직원들은 환자 접수와 안내를 맡고 있다.
한 곳에서 안내와 진료, 처방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니 매월 둘째주 일요일인 진료일만 되면 대기실에는 스리랑카, 몽골, 필리핀, 중국에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들로 넘쳐 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다 보니 당뇨병, 근육계 질환, 알레르기부터 감기까지 다양한 병을 앓고 있다. 2시간 동안 이 곳을 찾은 외국인 노동자는 40여명에 달했다.
올 3월 한국으로 건너와 마천동의 일식집에서 일하고 있는 최씨는 "당뇨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비싼 진료비 때문에 병원 문턱에는 가볼 생각도 못했다"면서 "하지만 동료로부터 무료진료소가 있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찾아왔는데 약까지 공짜로 지어줘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료진료소는 송파구의사회에 의해 2006년부터 본격 운영이 시작됐다. 지난해 6월부터는 송파구약사회, 제약회사 등이 동참에 나섰다. 현재는 의사 20명과 약사 10여명, 그리고 제약회사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의료봉사단으로 활동중이다.
이날 봉사에 나선 한국MSD의 유홍규(29)씨는 "직장이 제약회사인 데다 치료를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사람들을 돕고 있기 때문에 봉사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가 자리를 잡는 데는 서대원(44) 원장의 노력이 컸다. 거여동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서 원장은 2000년 개원 이후 개인적으로 외국인 무료진료 봉사를 해오다 2006년부터는 뜻이 맞는 의사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무료진료 활동을 시작했다.

서 원장은 "거여동, 마천동 일대에는 외국인들이 제법 살고 있다"면서 "이들 중에 불법체류자도 있겠지만 아픈데도 치료를 못 받아서야 되겠냐"면서 인술을 강조했다. 그는 무료진료소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병원으로 불러 추가진료를 해주기도 한다.
무료진료소측은 관내에서 동참하는 의사가 증가해 내달부터는 매월 두 차례로 진료회수를 늘리기로 했다. 내과, 정형외과, 피부과, 소아과 중심에서 한방과, 치과 등으로 진료과목도 늘릴 계획이다.
송파구보건소도 무료진료활동에 필요한 인력과 장소를 지원하고 진료에 소요되는 약제비를 계속 부담하는 등 힘을 보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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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인글 :

2011.09.12 11:25:45
*.246.69.29

이 분도 개독이라고 달려들어서 까야할텐데. 어째 조용하네

카야...

2011.09.12 16:05:32
*.39.229.132

저것이 진정한 기독인이란걸 아니까요..

직딩. .

2011.09.12 13:06:16
*.33.101.208

저런분들을 종교를 가지고 판단하는 님이 불쌍하고 안타깝네요

2011.09.12 16:05:39
*.246.69.29

문맥을 잘못 이해했나본데요. 개독이라고 미친듯이 까는 사람들 있자나요. 그 사람들을 꼬아서 얘기한겁니다. 저렇게 좋은 분도 계신데 일부의 잘못이라하면 일부드립친다 하고 그러더만요.

2011.09.12 16:06:56
*.39.229.132

죄송...

ㅋㅋ

2011.09.12 17:27:49
*.99.186.242

문맥에 대한 이해???
윗글을 보고 개독이라고 미친듯이 까는 사람들을 꼬아서 이야기 하시다니...

저 역시 님의 문맥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네요.

이러면서 답글은 산으로 가고...

2011.09.12 23:40:50
*.200.16.102

제 첫번째 댓글에 대한 문맥말입니다

ㅇㅇ

2011.09.12 17:47:51
*.142.188.87

아주 훌륭하신 분 이군요..

조금 검색해 보니 수년 전 부터 후계자를 찾고 계셨던거 같은데

결국은 못 찾으셨나봐요... 에휴.......

12

2011.09.12 20:49:35
*.254.24.225

원래 튀는 소수 때문에 조용한 다수가 오해받기도 합니다.

사실 많은 복지시설 (노인,장애,고아...)의 재원이 기독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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