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게시판 이용안내]

우리들의 집권

조회 수 1559 추천 수 0 2011.06.27 18:53:55
http://hook.hani.co.kr/archives/29383

김규항

누차 밝힌 대로, 나는 다가올 선거에서 진 보정치 세력이 김대중·노무현 정권 세력과 연 합하는 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자 인민의 삶을 기준으로 할 때 그들은 이명박 정권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기 때문 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종종 ‘옳지만 비현 실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가장 큰 문제로 지 적되는 건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데 집권만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민주화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모든 중요 한 변화들 가운데 집권을 통해 이루어진 것, 심지어 정치권 안에서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 변화들은 모두 거리에서 인민들의 저항과 죽음을 무릅쓴 직접행동에 의해 이루 어졌다. 지난 25년은 이렇게 요약된다. ‘① 정 치가 부자와 힘센 자들의 편에 설 뿐 노동자 인민의 삶을 대변하지 않는다. 극우독재 출신 의 정치세력(A)이든 민주화운동 출신의 정치 세력(B)이든 다르진 않다.’ ‘② 참다못한 인민 들은 직접 행동한다. 정치의 무게중심은 정치 권에서 거리로 넘어간다.’

가장 자연스러운 다음은 이걸 것이다. ‘③ 인민들의 직접행동은 새로운 진보정치로 승 화한다.’ 만일 그랬다면 한국 사회는 지금과 전혀 다를 것이다. 노동자 인민이 자신의 생 존 문제를 거리에서, 고공 크레인 위에서 외 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공권력에 깨지고 언론에 철저히 외면당하며 죽기로 싸우지 않 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이랬다. ‘③ A의 집권은 막아야 하니 B에 힘을 모아야 한다. 독자적 진보정치는 비현실적이다.’

인민들의 저항은 언제나 결국 그 저항을 만 들어낸 정치권에 동원되고 흡수되어 왔다. 그 25년의 결과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정치 는 부자와 힘센 자들의 삶만 대변한다. 1970 년 전태일과 같은 유서를 2003년에 김주익이 쓰고 죽어간 바로 그 85호 크레인 조종실에서 2011년 김진숙이 170여일째 사투를 벌인다. ‘A의 집권은 막아야 하니 B에 힘을 모아야 한 다’는 주장은 이제 한술 더 떠 ‘B의 집권이 진 보집권이다’로 주장된다.

지난 4월 지방선거 직후 민주당은 한나라 당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통과시켰다. 선거연합의 힘과 승리를 자찬하 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국회 바닥에 앉아 농 성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그 우스꽝스런 에 피소드는 집권강박에 의한 선거연합의 실체 와 그 승리가 가져올 세상을 생생히 시뮬레이 션하는 많은 사례 중 하나다. 우리는 25년 동 안 우리를 노예로 만들어온 집권강박을 떨쳐 내야 한다.

집권강박을 떨쳐내는 건 집권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 백년 천년 원칙과 교조만 되뇌면 서 현실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집권하자는 것이다. ‘그들의 집권’을 끝내고 ‘우리의 집 권’을 시작하자는 말이다. 그러다 박근혜가 집권하면 책임질 거냐고? 그런 걱정을 빙자한 공갈 앞에 되묻는다. 민주당·국민참여당이 이 명박 정권의 패악질을 막아내지 못하는 건 집 권을 못해서인가, 이명박 정권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인가?

중요한 건 A가 집권하는가 B가 집권하는가 가 아니다. 중요한 건 우리의 삶을 반영하는 정치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그리고 성장하는 것이다. 집권은 그 자연스러운 산물일 뿐이 다. 우리의 정치가 존재하고 성장한다면 집권 전이라 해도, 박근혜가 아니라 그 아비 박정 희가 돌아온다 해도 우리 삶을 지켜낼 수 있 다. 우리는 집권할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바 꿀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이 사회의 모든 중요 한 변화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어왔다. 우리의 결핍은 단지 하나다. 우리가 정치의 주인임 을, 우리가 세상의 주인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는 오래된 습관.
엮인글 :

회사원

2011.06.27 19:25:47
*.154.203.159

어느 세월에?

항상 이분의 글을 보면서 의문이 되는 건 정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순수함이랄까요? 물론 저의 얕은 지식과 경험으로 예단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란건 알지만 지난 3년 반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이지 않았나요?

교육 양극화는 이미 시스템적으로 고착화 되어 버리고,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사라져버렸습니다.
감세정책은 어떤가요? 경제학적으로 가장 훌륭한 경기부양책 중에 하나가 복지 입니다. 엥겔지수가 높은 저소득층에게 보조금 등등을 지급하면 대부분 내수소비로 연결되지만 대기업 법인세 깎아주고 고소득층 세금 낮춰줘봐야 소비보단 대부분 자본잉여로 소득이 이전되어 자산버블화에 기여할 뿐이죠.

언론을 봐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노동자들끼리 싸움 붙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연봉 몇천짜리 귀족노동자니 뭐니 하면서 기껏해야 1억도 못버는 급여소득자, 자영업자들 끼리 치고받게 만들죠. 몇백억으로 수십조원짜리 기업들을 상속받고 수천억 비자금을 만들고, 아니 군대안가고 위장전입하고 탈세하고 전관예우로 수백억씩 챙기고 수많은 범법을 저지른 진짜 공인들보다 대중은 연예인 한마디에, 그닥 문제같지도 않은 문제 하나에 더 분노하고 성토합니다.

뭐 이게 단지 지금 정권 3년 반만에 일어난 사실들은 아니지만 3년 반 사이에 일어난 일이 이렇게 많은데 이걸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거나 두배, 세배에 해당하는 시간이 걸리죠.

언제까지 좌파의 도덕적인 결벽증에 집착하고, 노동자를 대변하는 콩알만한 정치집단의 존재의의에 만족하고 있어야 하나요. 변하지 않는 현실앞에 소위 우리를 대변한다는 정치집단의 모기만한 소리가 얼마나 의미가 있다는 거죠?

깡통팩

2011.06.27 19:34:34
*.218.112.140

저도 초창기에 이분의 정치에 대한 순결함에 매료되었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라는곳에 발을 디디니

점점 탁상공론처럼 느껴질때가 많더군요. 하지만 언제고 다시보니......

우리가 달걀안에 병아리처럼 안주하고 있고, 그 껍질을 당연시 하다보니 이분의 글은 낡은것처럼

보였습니다. 프랑스혁명이나 동학농민운동도 당시에는 상상도 할수없는 껍질을 깨는행위였습니다.

저도 이제는 차악을 선택하는 비참하게 고개숙인 벼가 됐지만, 기회가 된다면 껍질을 깨고싶습니다.

껍질을 깨보기도 전에 안된다고 하는건 곧 절망입니다. 현실에 고개를 숙이더라도

껍질을 깰 수 있다는 생각.... 이거 하나만은 절대 변치 않았으면 좋겟습니다.

깡통팩

2011.06.27 19:26:11
*.218.112.140

아 진짜 이분 b급 좌파란 책 읽고 정말 좋아했던 분이였는데......

저의 무뇌한 머리로 한가지 이의를 제기하자면... 제가 아는한 우리는 "우리의 집권"을 이룩할 수 있었

던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세이든, 아니면 내부의 문제든, 번번히 실패했습니다.

혁명이 있고나서 우리가 세상의 주인임을 깨달았습니까??!! 세상의 주인이 되고나서 어떻게 됐나요?

주인이 되는것도 좋지만, 주인으로써의 인식과 지켜나가는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주인이 될만한 자격을 갖추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주인으로써의 모습을

드러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차악을 선택하려 합니다. 그 차악이 先악이 되면 또다시

차악을 선택을 하겠죠. 우리가 주인의 모습을 되찾을때까지..

CABCA

2011.06.27 19:44:38
*.43.209.6

전 비판적 지지론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

차선은 없습니다. 최선만 있을 뿐..

덜렁이

2011.06.28 01:09:49
*.99.186.242

저도 비판적 지지론 굉장히 싫어합니다.

근데, 민노당하고 진보신당하고 '또' 합친답니다.

도대체 '비판적'으로라도 지지 할만한 당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sciaridae

2011.06.29 12:45:32
*.46.228.152

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펀글게시판 이용안내] [13] RukA 2017-08-17 65390 9